맛없는 맛집 소설 - 행복한 그녀

마늘 단편 남원 산들다헌

by 마늘




최근 그녀가 다녀온 맛집들 중 가장 인상 깊은 곳이라고 하면 역시 전주에 있는, 그리고 남원에 본점이 있는 산들다헌이다. 그녀는 이 곳을 전주의 모악산을 등산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장시간 운전할 것에 대비, 차에서 졸지 않기 위해 커피를 사러 갔다가 처음 알게 되었다. 이 곳은 전주 객사 거리에 있는 3층짜리 카페인데 인테리어도 예뻤다. 그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일단 주문한 뒤에 커피가 만들어지기를 기다리며 산들다헌의 내부를 둘러보기로 했다. 주문을 하고 돌아서서 이 층으로 올려가려 하는데 벽에 붙어 있는 메뉴에 티라미수 케이크가 보였다. 티라미수 케이크를 좋아하는 그녀는 케이크도 주문할 까 해서 몸을 돌리려는데 이미 다른 손님이 티라미수 케이크를 주문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네? 안된다고요?"

"네, 안됩니다. 티라미수 케이크는 저희 매장에서만 드실 수 있어요. 티라미수 케이크는 포장해 가실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아, 알겠습니다. 그럼 그냥 여기서 먹고 갈게요."

라는 사장과 손님의 대화에 그녀는 티라미수 케이크를 테이크 아웃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매장을 가볍게 둘러본 뒤 커피를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음식과 여행 관련 칼럼니스트인 그녀는 언제나 그렇듯 등산 다녀온 곳과 맛집들의 사진들을 정리하고 자료를 수집하는데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 당시 그녀가 방문했던 전주의 산들다헌은 남원에 본점이 있고, 전주에 있는 것이 분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전주에 있는 젊은 사장이 약 10년간 남원의 산들다헌을 경영한 본 사장이고 남원의 사장님은 본 사장의 아버님이라는 것이었다. 부모님이나 조부모가 음식점 등을 운영하면 대를 이어 자식이 대물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산들다헌은 반대였다. 호기심도 일고, 남원의 산들다헌은 어떤 분위기 일까 하는 생각에 그녀는 한 번 시간 내서 가봐야지라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그녀가 남원에 갈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그 후로 약 1년 뒤에 그녀는 남원 근처 장수의 장안산을 등산할 일이 생겼고 등산 전 그녀가 가고 싶었던 남원 본점 산들다헌에 들리게 된다. 약 십 년 간 한 청년이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 꾸준하게 만들어온 공간이다. 그리고 그 공간을 그의 아버지가 지키고 있었다. 왠지 뭉클했다. 많이 뭉클했다. 그녀는 커피를 즐겨마시는 편도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커피맛도 잘 모른다. 맛도 모르는 커피를 주문해 마시기보다는 사장님의 아버님이 추천해 준 대추차와 티라미수 케이크를 주문했다. 대표 메뉴인 빙수도 주문하려 했지만 단번에 거절당했다. 거절의 이유는 양이 많아 남길 것 같아서 라는 것. 사실 그녀 역시 음식 남기는 것을 싫어하는 데다가 과식하는 것 역시 싫어했기 때문에 사장님 아버님의 조언이 고마웠다. 잠시 뒤 십 년의 세월이 느껴지는 대추차와 티라미수 케이크 맛을 보고는 그녀는 아버지와 담소를 나누었다. 그는 말할 때마다,

"사장, 우리 사장이, 사장이 말이야.."

라며 자신의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입버릇처럼 했고 그가 아들을 정말 사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맛있는 대추차와 티라미수 케이크를 맛 본 그녀는 그에게 무척 감사를 했고 등산을 마친 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전주의 산들다헌에도 들렸다. 그녀는 대추라떼를 마시며 전주의 젊은 사장과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이야기를 했다. 전주의 젊은 사장은 본인의 커피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이 있었고 그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그녀가 그의 커피 맛을 볼 수 없다는 것에 대해 무척 아쉬워했다. 함께 대화를 나누는 내내 젊은 사장은 슬쩍슬쩍 그녀에게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내비쳤고 그가 얼마나 아버지를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그들이 정말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행복해 보였다. 너무 행복해 보였다. 그녀는 차를 타고 올라오는 내내 마음이 따뜻했다. 그녀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서울로 돌아와 세 가지 결심을 한다. 첫 번째는 커피를 제대로 마셔보자, 두 번째는 산들다헌의 부자를 카메라의 앵글에 담아보자, 세 번째는 부모님과 더 많은 이야기를 하자,였다. 그녀는 지금도 시베리아 같이 추운 그녀의 아지트 와인바 확장성에서 그들을 떠올리며 칼럼을 쓰고 있다. 그녀의 몸은 추웠지만 그들을 생각하면 그녀의 마음은 따뜻해졌다. 그녀는 자신이 무척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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