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단편 - 여의도 한강공원 편의점
"오빠, 저 오빠 좋아해요."
"응? 너 일 년이나 만난 남자 친구 있지 않아?"
"맞아요. 남자 친구가 있으면 오빠와는 데이트할 수 없는 거예요?"
여의도 한강 공원의 편의점에서 커피를 마시던 그녀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나는 당황스러웠다.
"글쎄, 보통은 양다리를 걸친다던가, 바람을 피우는 거,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데."
"오빠는 제가 싫은 건가요?"
아니, 나는 그녀가 싫지 않았다. 사실은 대학교에서 처음 본 그 순간부터 그녀를 짝사랑했다. 그녀가 남자를 짧게 바꿔가며 연애를 하는 동안 나 역시 그녀의 고민 등을 상담해주며 그녀의 곁을 지켰고 어찌 보면 결국 내게도 기회가 온 것일지도 몰랐다.
"흠,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다른 누군가를 또 사랑하는 게 가능한 거야?"
"오빠, 잘 들어봐요. 저희 부모님은 저와 제 동생을 똑같이 사랑하고 있다고요. 저도 우리 엄마와 아빠를 똑같이 사랑해요. 물론 동생도 사랑하고, 제가 지금 연애하고 있는 친구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고요. 하지만, 일 년이나 사귀니까 설레고 두근거리는 것보다는 그냥 옆에 없으면 허전한 느낌이랄까."
"아니, 아니. 그런 일차원적인 문제가 아니잖아. 이건 남녀 간의 에로스적인 사랑에 관한 거라고."
"아무렴요. 오빠.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영화 보셨어요? 아니, 그게 아니어도 실제로 태국과 몇 개의 나라에는 일부다처제 혹은 일처다부제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부부, 사람들이 많다고요. 그리고, 저, 요즘 오빠만 보면 무. 척 설렌다고요. 지금도 두근거리고. 오빠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포기할 수 있지만 지금 사람 하는 사람들과의 의리를 배신할 수는 없어요."
나는 혼란스러웠다. 나도 모르게 삼켜지는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얼마 전 여의도에서 터진 불꽃놀이용 폭죽 소리보다 더 컸다. 뺨이 발그랗게 물들어있는 그녀는 나를 지그시 올려보고 있었고 나의 가슴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우디 앨런이 2008년에 연출한 <vicky cristina barcelona>의 주연배우인 하비에르 바르뎀 이 한 대사가 떠올랐다.
-인생은 짧고, 따분하고 괴로운데 이건 아주 특별한 기회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데는 아무 이유가 없는 거라고.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거야.-
나는 조용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어느새인가 눈을 감고 있는 그녀의 얼굴에 가까이 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불꽃놀이용 폭죽 100개가 한꺼번에 터지는 것보다 더 크게 들렸고 나는 '이 폭죽들이 한 번에 터지는 모습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참 행복할 텐데.'라고 생각하며 나도 눈을 감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