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는 맛집 소설 - 뜨거운 사이

마늘 단편 - 압구정 잇푸도

by 마늘


계산을 하던 그가 화들짝 놀라 말했다.

"뭐? 라멘 한 그릇에 17,000원? 살다 살다 일본에서 서민음식이라 불리는 라멘을 17,000원에 먹는다는 건 처음 들어보네."

"교자와 모둠 토핑을 추가했다고."

"그래도 그렇지. 17,000원이라니. 하긴 우리나라 이북식 냉면집들도 평균 10,000원. 비싼 곳은 14.000원까지 하니. 뭐."

"잇푸도라고 뉴욕에서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으로 꼽힌 곳 이래. 한국에는 몇 해 전에 들어왔는데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라멘 프랜차이즈들 중에서는 나름 탄탄하고 평균적인 맛을 내고 있어. 베니쇼가와 락교가 함께 안 나오는 건 아쉽지만."

"에이, 미슐랭이니, 미식가들의 평가기준은 믿을 거 못돼. 최근 요리 프로그램들의 인기가 시들시들해져 가듯,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엄청난 인기였던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어중이떠중이 패션 디자이너 만들기 붐, 캠핑 붐처럼 설렁설렁하다가 사라질 거라고."

"그만하자. 네 말이 다 맞아. 그러니 술이나 마시러 가자."

나는 남자 친구와 별것도 아닌 걸로 더 이상 다투기 싫어서 말을 끊었다. 우리는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남자 친구도 침묵하기 시작했다. 무더운 날이다. 가만히 서있어도 등골을 따라 줄줄 흐르는 땀에 마냥 심기가 불쾌해지는 그런 날. 갑자기 그가 내 손을 살포시 잡았다. 이곳은 더웠지만 그의 손은 따뜻했다. 지금 당장 화성에 떨어져 온몸이 불타 버린다 해도 나는 따뜻한 그의 손을 놓고 싶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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