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단편 - hermosa beach light house
우리는 오늘 저녁 라이트 하우스에서 공연을 보기로 했다. 몇 해 전 극장에서 나와 함께 영화 <라라 랜드>를 무척 재미있게 본 그녀는 <라라 랜드>의 배경이 되는 라이트하우스에 오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를 했고 결국 우리는 이 곳에 있다. 하지만 저녁 오픈 시간까지 우리에게는 시간이 조금 남았고 우리는 조용히 허모사 비치를 거닐다가 자리를 잡아 해변가에 잠시 앉는다.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라는 영화가 있어. 일본 영화야. 기타노 다케시가 1991년에 찍었던 영화고 히사이시 조가 음악감독이었어. 내용은 심플해. 귀도 안 들리고 말도 못 하는 한 청년이 매일 바다로 나가 서핑을 즐겨. 그리고 그런 그에게 여자 친구가 생기고 친구들도 생겨서 함께 서핑을 즐기는데 언젠가 파도가 거친 날 이후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다는 내용이야.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본 건 이 곳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영화 공부를 할 때였는데 웬일인지 그 이후로 지금까지 이 영화를 다시 본 적이 없어. 이상하게도 평상시에는 이 영화에 대해 생각이 안나거든. 하지만 가끔 이렇게 해변가에 앉아 서핑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아, 다시 보고 싶은 영화가 있었지.'라는 생각과 함께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 지더라고."
멍하니 바다를 보며 혼잣말하듯 중얼거리는 나에게 그녀가 말했다.
"자기야, 나도 그 영화가 궁금해졌어. 우리 좀 이따가 호텔에 들어가면 함께 보자. 내가 당신 샤워하는 동안 랩탑으로 찾아볼게."
"아니야, 무리할 필요 없어. 게다가 왠지 작은 화면이나 변변찮은 사운드로 영화를 보고 싶지 않아. 좋게 가지고 있는 영화에 대한 추억을 망가뜨리고 싶지도 않고. 때론 그렇다고. 이미 아름답게 미화된 일이나 추억을 굳이 다시 꺼낼 필요는 없어. 막상 꺼내버리면 좋건 나쁘건 그건 지금의 기억, 추억으로 덮여 버리니까. 나는 지금으로도 충분하다고.".
그녀는 뭔가 억울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조금 화가 난 듯 바지 엉덩이에 붙어 있는 모래들을 툭툭 털어낸 뒤 허모사 비치의 해안가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를 따라가지 않았다. 마침내 앞에 있는 작은 스피커에서는 touch and go의 Life a beach 흘러나왔고 허모사비치의 석양을 향해 파도 쪽으로 걸어가는 그녀는 무척 아름다웠다. 나는 그 모습을 가슴속 깊이 담아두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