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단편 - 걸어야 보이는 더 많은 것들
"이봐요. 어떻게 거지가 되는 줄 알아요? 실제로 돈이 없거나 해서 거지가 되는 사람은 많지 않데요. 당신처럼 괜찮은 직장에 다니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소위 이야기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거지가 되기 쉽다고 하더라고요. 문득 출장 나와 당신같이 한적한 공원에 홀로 앉아 오래간만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다 보면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지?라는 느낌에 눕게 되고 그러다가 자게 되고, 다음날이 오고, 그다음 날이 되고. 어때요, 일리 있지요?"
그는 그녀의 말이 조금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마냥 이 벤치에 앉아 조용히 햇살의 따뜻함과 더워질 만하면 불어오는 바람을 즐기고 싶을 뿐이었다.
"어디로 갈 건가요?"
그녀의 물음에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고 이윽고 그녀는 떠났다. 그는 결정했다.
라고 결정하는 순간 집에서 동화책을 읽고 있을 딸이 생각났고 그 순간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은 옆에 있는 검은색 질 산더 가죽 가방을 들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빌어먹을 회사로 돌아가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