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단편 - 걸어야 보이는 더 많은 것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이 암흑의 길을 나는 어둠 속에서 걷고 또 걸었다. 안나푸르나 정상을 수 백번 오른 정도의 거리를 걸었을까, 그 길 끝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빨리 보였다. 그 끝 에는 양쪽으로 열 수 있는 녹색의 붉은 문이 있었다. 나는 힘을 주어 그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고 그 안으로 들어간 나는 다시 위로 올라가는 계단을 보게 되었다. 위를 올려다보니 아까처럼 암흑같이 어두운 길이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인지 빛이 아주 작은 점처럼 보이는 나선 계단이었다.
'이제 끝이 보이는 건가.'
라고 생각하며 나는 첫 계단에 한 발자국 디뎠다. 그러자 갑자기 다리에 뭔가 물컹하는 느낌과 함께 땅이 푹 꺼졌고 이내 나는 미끄럼틀 같은 걸 타고 뱅글뱅글 어딘가로 빠르게 향하는 함정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한 참을 빠르게 돌면서 내려가는 동안 구토하기도 수십 번, 차리리 드럼 세탁기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 즈음 내 몸은 쿵 소리를 내며 어딘가로 떨어졌다. 잠시 누워 어지러운 정신을 가다듬고 어두운 주위를 천천히 돌아보니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기억오 나지 않는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의 처음 시작점으로 돌아온 듯했다. 나는 너무나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며 잠에서 깼는데, 잠에서 깬 곳은 빛이 점처럼 보이는 나선 계단이었다. 과연 나의 운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