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단편 - 걸어야 보이는 더 많은 것들
리스본의 산타루치아 전망대 구석에는 금요일 밤 8시부터 춤을 추는 할머니가 있었다. 내가 이 할머니를 알게 된 건 15년 전 리스본에 은둔하는 한 페인팅 작가를 취재하러 왔다가 거리에서 우연찮게 그녀를 보고 나서였다. 이 할머니는 어두운 구석에서 홀로,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꽤 오랫동안 멍하니 쳐다보며 손에 들고 있는 맥주병의 맥주를 홀짝였다. 어느새 새벽이 되었지만 할머니는 지치지 않고 춤을 추었고 오히려 보다가 지친 나는 내가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아침부터 할머니의 춤사위가 계속 눈가에 아른거려 다음 날 저녁, 비슷한 시간에 그곳을 찾았지만 나는 그날도, 그다음 날도 그녀를 발견할 수 없었다.
5년 전이던가? 나는 내가 무척 사랑하던 여자와 헤어졌다. 이유는 단순했다.
"부모님이 오빠와 그만 만나래."
그녀의 이야기에 나는 꽤 오래 방황을 했고 어쩌다 보니 다시 리스본의 거리에 서있었다. 나는 예전에 내가 서 있었던 산타루치아 전망대 구석에 정확하게 서있었고 나의 앞에서는 오랜 전에 봤던 그 할머니가 다시 춤을 추고 있었다. 예전에 왔을 때와 다른 점은 할머니 주변에 몇 명의 젊은 남녀가 엉켜 춤을 추고 있다는 것이었다. 할머니는 그들이 안중에도 없는 듯 그녀만의 호흡과 리듬으로 춤을 추었다. 나는 예전처럼 멍하니 그녀를 보았다. 새벽이 돌아왔고 춤추다 지쳐 돌아가는 리스본 젊은이에게 혹시 이 할머니에 대해 아냐고 묻자 그는,
"잘 몰라요.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녀는 금요일 8시부터 이곳에서 춤을 추고 있다고요.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이나 바람이 많이 부는 추운 겨울에도 금요일에는 어김없이 이 곳에 있어요. 전 처음에 홀로 여기를 지나다가 우연히 이 할머니와 그리고 그녀의 춤을 보았고 그다음 주 금요일에 여기서 저와 같이 이 할머니의 춤을 보고 있던 한 여자와 연애를 시작했어요. 비밀이긴 하지만 리스본의 몇 젊은이들 사이에서 소문이 있는데 외롭고 고독한 사람이 할머니와 함께 춤을 추면 이 곳에서 연인을 만날 수 있다고 해요. 어때요? 재미있죠?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건 그 누구도 이 할머니가 누구인지, 왜 여기서 춤을 추는지? 어디서 왔고 언제 집에 가는지를 모른다는 거예요. 하기사 그게 중요하겠어요? 우리에게는 사랑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도 이 금요일이 외롭고 고독하다면 할머니와 함께 춤을 춰봐요. 곧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요.".
금요일에 외로워할 그대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