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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마늘 단편 - 걸어야 보이는 더 많은 것들

by 마늘






엄마가 바람이 났다. 상대는 반년 전 친누나와 함께 놀러 갔던 감읍이라는 동네의 목사님이라고 했다. 그리고 친누나는 이제 갓 머리가 벗겨지기 시작한 매형을 두고, 이미 머리가 벗겨져 깨끗하게 밀어버린 그 교회의 전도사와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빠는 놀라서 자신도 바람을 피우겠다며 바로 집을 뛰쳐나갔다. 나는 엄마에게 그래도 아빠와 살아온 정이 있지 않냐며 다시 아버지와 결혼생활을 하기를 설득했지만, 어머니는 단번에 거절하셨다.


"한 번뿐인 인생, 하고 싶은 거 하며 살려고 한다. 욜로!!!"


나는 할 말을 잃었지만 침착하게 말씀을 드렸다.

"어머님 명의의 빌딩 몇 채와 주유소들, 빌라와 선산, 땅 등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동물원은 꼭 제게 주시고 가세요."

어머니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셨고 그 끄덕임이 슬로비디오처럼 늘어지더니,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나는 눈을 뜨자마자 옆에 있는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 감읍이라는 동네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감읍에서 동물원을 찾을 것이다. 동물원에서 잔디에 앉아 대낮에 한가로이 마시는 맥주만큼 맛있는 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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