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그랬다.
내가 어렸을 때 "아이고 할배 할배" 하고 울더라고.
그 정도로 나는 할아버지를 정말 좋아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꿈에서 만났는데,
늘 헤어지던 버스정류장에서 손을 흔들며 우시더라.
어른이 된 나에게 할아버지는 가장 힘든 순간에 달려가고 싶고,
황량한 마음이 들 때 떠오르는 사람이다.
그 넓은 품만 생각해도 요동치는 감정이 잠잠해지곤 한다.
유치원 캠프를 떠났을 때였다.
처음으로 부모 품을 떠난 손녀가 걱정되기도 하고,
그 모습이 보고 싶으셔서 밤에 몰래 왔다 가셨다고 한다.
아마 민폐 안 끼치고 조용히 왔다 가고자 하는 마음이셨을 것이다.
다음날 선생님께서 혜현이 할아버지가 사주신 아이스크림이라고 말씀하셨을 때
어린 나는 너무 슬펐다. 그땐 할아버지를 못 봐서 슬펐는데,
어른이 되고 나니 할아버지가 거기까지 가서 손녀를 못 보고
돌아갔다는 게 얼마나 안타깝고 속상하던지.
할아버지는 긴 우산을 지팡이 삼아 들고 다니셨다.
농부이셨지만, 외출을 할 땐 항상 양복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엄마가 떠 드린 조끼를 꼭 입으셨다.
구두는 짙은 갈색. 참 멋쟁이셨는데. 다 크면 멋있는 구두 사드리고 싶었는데.
유치원, 초등학교 졸업식뿐 아니라 대학교 졸업식에도 오셨으면 했는데.
할아버지, 저 보고 계시죠? 아빠가 그러더라고요.
할아버지께서 항상 "사는 대로 살아봐라" 그러셨다고요.
욕심부리지 않고,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해 살게요.
어떤 상황에도 감사하며 살게요.
그게 할아버지가 말씀하고 싶으셨던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