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과장의 치앙마이 라이프에 숟가락만 얹다 1편
동갑내기 친구 정 과장이랑 종종 그런 얘길 했다. "우리 치앙마이나 가서 살까?"
회사 일이라는 게 숨이 턱까지 막힐 만한 것도 아닌데,
단지 상황, 관계 등 복잡한 계산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과 공간에 있고 싶었다.
타인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아도 되고, 자신에게 실망할 일도 없는 그런 삶이었으면 했다.
일하며 산다는 게 뭐 별 수 있나. 입으로 노래만 부를 수밖에.
그런데, 정 과장이 결국 떠났다. 치앙마이로. 그것도 두 달이나.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퇴근길이면 "저녁이나 먹을까"라며 만나,
답도 없는 인생 얘기지만 의미 있는 시간을 나누고 했었는데.
"배추가 두 포기에 350원이야."
"파인애플이 한 봉지에 700원이야."
뭘 하는지 모르지만, 늘 바쁘고 뭔가를 하고 있는 내 일상 가운데,
채우려고 애쓸 필요 없는 정 과장의 소소한 일상이 매일 전해져 왔다.
장이 서는 날이면 싱싱한 과일과 채소를 사다가 아침마다 건강 쥬스를 갈아 마시고,
필라테스를 갔다가 동네 한 바퀴 하고, 밥 먹고.
그녀가 그러지 말고 오란다. 침대 옆도 비어 있고 하니 와서 건강하게 쉬다 가란다.
그래, 정 과장 일상에 일주일만 숟가락을 얹기로 했다.
경유시간 포함 10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도착한 치앙마이. 더웠다.
정 과장이 알려준 대로 짐 찾고 쭉 걸어 스타벅스를 지나 택시 간판이 있는 곳에서
숙소 위치를 알려주니 200밧 영수증을 주더라. 그걸 들고 택시를 탔다.
길이 희한해서 돌아가기도 하고, 잘 못 찾는 경우도 있다는데
다행히 기사님을 잘 만나서 10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
정 과장이 파자마 차림으로 내려왔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오늘은 일단 씻고 자자. 달고 시원한 과일로 긴장을 달래고.
내일부턴 그녀의 일상으로 들어가야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