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다름을 느낄 때, 바로 명절이 아닐까 한다.
어렸을 적, 아빠의 사촌까지 다 모여 보내던 명절이 이젠 겨우 직계만 모이는 풍경이 됐다.
그 시절 가장 친한 동생이 육촌동생 남정이. 한복 입고 세배하러 다니던 것, 본인 할머니집 안 가고 우리 할머니집에서 자겠다고 하던 것, 다 기억나는데. 남정이는 대학교 졸업하자마자 결혼해서 애가 벌써 십 대다.
그 이후로, 명절엔 볼 수 없던 남정이가 이제 애 다 컸다고 긴 연휴를 맞아 할머니댁을 혼자 찾아왔더라. 큰 할머니 돌아가시고 빈집을 수리해 종종 묵었다 가는 모양이다. 친구들이랑 바람 쐬러 온 김에 인사를 왔단다. 마침 그 찰나 만났다.
“언니야”
머리 감고 있는데, 누가 부른다.
이게 누구야? “남정아”
서로 눈시울이 붉어지며, 안았다. 얼마만인가!
그날 오후 할머니댁을 나서려 했는데, 때마침!
가기 전 인사 한번 더 하고 헤어지자고 했는데, 못 보고 헤어져 서울로 돌아와 인사를 나누는데 그런다.
“언니야들 보니까 너무 좋아서 눈물 날 뻔”
그래서 가족인가 보다.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늘 그립고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