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걷는 길, 네 번째 이야기
흰색 망토를 두르고 다니던 작은 꼬마애
마을이 웅성 인다
아주 짙은 저주에 걸렸다고
아
그럴 리 없지
그것은 그저 특별한 경험
너는 우주를 구하려고 한껏 멋을 부렸구나
여린 팔을 가지고
나라를 구할 거니까
아린 팔을 가지고
세상을 구할 거니까
'써니'는 처음 인도에 갔던 2013년부터 봤던 아주 얌전하고 내성적이며 차분했던 아이였다. 아무리 주위에서 장난을 쳐도 멀뚱멀뚱 가만히 앉아있던 아이. 한국에 돌아와서도 다시 한번 곱씹어 볼 수밖에 없던 인상적인 아이. 써니는 나에게 그런 아이였다. 그런 써니가 네 번째 만나던 해에는 이상하게 하루 종일 망토를 두르고 다녔다. 자세히 보니 오른쪽 팔만 가리고 부끄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왜 였을까? 무엇 때문일까? 어떻게 된 걸까?'
머릿속에서는 다양한 생각이 오고 갔고 그 아이의 망토를 슬며시 쳐다보았다.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이고 또 웃었다.
"써니, 너의 팔을 보고 싶어."
써니는 조심스레 망토를 걷어 오른쪽 팔을 보여주었다.
'아... 아..?.. 하..?.. 하.'
그것이 내 처음 반응이었다. 그리고 마음이 미어지기 시작했다. 오른쪽 팔꿈치는 1년 동안 부러진 뼈를 방치해두었다가 골수에 염증이 생겼다고 했다. 너무나 충격적인 사실은 마을 사람들이 써니의 팔을 보고 '블랙매직'(저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써니는 팔을 치료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저주받은 아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마음에 큰 돌덩이가 들어있는 것처럼 괜히 내 팔꿈치가 시리기 시작했다. 일단 써니의 엄마와 함께 써니를 오르차 시내로 대려와서 의사를 만나게 해야겠다는 강한 열망이 들었다.
"써니를 데리고 시내로 나가 의사를 만나고 치료받을 수 방법은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해보고 싶어요."
그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써니의 엄마는 긍정을 보였고, 우리는 그렇게 함께 시내로 나가서 의사를 만났다.
써니는 치료를 받기 전 항생제를 투여해야 했고, 어리디 어린 소년에게 너무 가혹했었는지 펑펑 울기 시작했다. 그래도 써니의 서글픈 눈물 속에서도 순조롭게 치료는 진행되었다. 의사는 약을 펴 발라주고 거즈로 팔꿈치를 감아주었다. 치료가 끝나고 의사에게 계속해서 물어보았다.
"써니가 언제쯤 괜찮아질까요? 큰 병원으로 가야 하나요? 팔이 다시 움직일 가망은 있나요?"
의사에게 써니가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전부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두 달 동안 오르차 시내 게스트하우스에서 살아갈 방값, 치료비, 식비 등을 지급했다. 한국으로 이 아이를 남겨두고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나에게는 괴로운 일이었다.
'너의 팔이 돌아오려면 나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껏 네가 움직일 수만 있다면 나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더 이상 저주에 걸렸다는 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나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
다행히도 다음번에 만났을 때는 써니는 완전하진 않았지만 온전히 자유롭게 팔을 움직이고 다시 활짝 웃고 있었다. 푸르른 찬드라반 마을 들판에서 더 이상 망토로 팔을 가리지 않는 써니를 보니, 써니를 힘껏 다시 안으니, 써니의 팔을 다시 만질 수 있으니 한쪽 어깻죽지에 날개 하나가 삐져나올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 기분 그대로 함께 날아보자 써니야. 훨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