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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8번의 꿈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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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주 Jul 23. 2020

아이는 자란다

꿈을 키운 길, 다섯 번째 이야기


엉금엉금 기어 다니고

아장아장 걸어 다니고

폴짝폴짝 뛰어다니고


쌔근쌔근 잠들고

똘망똘망 쳐다보고

메롱 하며 장난치고


무럭무럭 자라는 너에게

무럭무럭 자라는 나에게

무럭무럭 자라는 우리에게





첫 만남



라훌, 품에 안겨있을 수밖에 없는 아이였을 때부터 쭉 지켜보던 아이. 이 아이를 안고 있으면 쌔근쌔근 잠에 든 모습이 너무 예뻐 넋이 나가 있었다. 조금 자라니 너무 맑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두번째 만남



이 아이는 한해 한 해가 갈수록 정말 급속도로 성장해갔다. 작은 몸에 비해 주는 대로 너무 잘 먹었고 작은 발로 건강하게 걸어 다녔다. 아이들에게 영양식을 직접 먹여주는 걸 좋아해서 그랬는지 잘 먹는 라훌이와 함께 있는 시간은 많아졌고, 내 카메라에는 매해마다 라훌이의 사진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마냥 해맑은 라훌이가 카메라 앞에서 '포토, 포토'라고 말하며 나를 부를 때 어떻게 지나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세번째만남



라훌이는 자랄수록 더 많이 뛰어다녔고 더 많이 장난을 쳤다. 라훌의 형은 써니(지난 화에 썼던 글을 보면 더 잘 확인할 수 있음 https://brunch.co.kr/@dk007007/18)인데 둘의 성격은 완전히 정 반대의 다른 모습이다. 얌전하고 조용한 써니에 비해 흥을 주체하지 못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던 귀염둥이 라훌이.


친구들과 라훌



친구들 사이에서도 유독 돋보이던 라훌. 언제나 센터를 차지하며 귀여움을 독차지한다. 나와 라훌이 사이에는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많은 사진들이 오랫동안 함께한 시간들을 보여준다.


7년의 시간 동안 빠르게 성장해버린 라훌이, 품에 안겨서 새근새근 잠을 자던데 엊그제 같은데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웃고 장난치는 모습을 보면 나는 얼마나 성장했는지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된다. 7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정말 많은 일들을 겪은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라훌이를 만나면 내 많은 감정들을 주체하지 못한 채 마음껏 장난을 치고 나도 모르게 '메롱'하며 혓바닥을 내민다.


내 안에 있는 것들이 하나하나 빠져나오는 느낌이라고 할까?


장난꾸러기 라훌



맑은 눈동자, 재간둥이 표정,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이 귀여운 모습. 이 아이와 있다 보면 체력적으로 약한 나는 금방 지쳐버린다. 그러다가도 얼굴을 보면 '풋'하고 새어 나오는 콧웃음. 힘들어도 피곤해도 함께 있으면 행복한 그 웃음.


네번째 만남



조금 더 크니 나무를 타고, 나뭇가지와 자전거 바퀴를 굴렁쇠로 이용해 열심히 굴리던 너의 모습. 한 아이가 성장하는 일은 정말 무시무시한 일이라는 걸 라훌이를 통해 느꼈다. 팔다리는 어느새 길어져서 이곳저곳 동네를 누비면서 실컷 달리기를 하는 라훌이. 나는 여자 형제밖에 없어 그런지 남자아이들이 크는 모습을 보면 마냥 신기할 뿐이다. 남녀의 성장을 따로 가르지는 않지만 우리 가족은 워낙 정적인 편이라서 이런 라훌이를 보면 적응이 놀랍다가도 결국 또 웃음이 나온다.


영양식을 받는 중



어느새 훌쩍 커버려 역시 언제나 더 밝고 귀여운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디서나 빛이 나던 라훌이. 밝은 태양을 생각하면 라훌이가 금세 떠오른다. 어둠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


발가벗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듯 나를 응시하던 라훌


일곱 번째 만남



마지막으로 라훌이를 만났을 때는 이 빠진 모습까지 '헤헤'하며 웃어댔다. 하나하나 부족함 없이 커버린 라훌이. 찬드라반 마을이 열악한 환경 속에 있더라도 빛처럼 늘 웃고 있는 라훌이를 바라보며 '세상은 아직 살아있구나.'라고 깨우치게 된다.


나를 빤히 들어다 보던 무해한 웃음



 

'맑은 눈동자, 장난꾸러기인 너를 보면 나는 정말 여태까지 어떤 삶을 살아온 걸까 돌아보게 돼. 혹시나 내가 살아왔던 삶이 너무 너와 달라서 나는 매번 너를 보고 웃는 게 아닌지. 너도 마찬가지로 나와 네가 너무 달라서 매번 웃고 있는 건 아닐지.'


우리는 다시 만나면 아무 말 없이 서로를 향해 또 밝게 웃겠지. 살아있다는 의미를 서로의 웃음으로서 되찾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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