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

m에게 쓰는 편지

by 설주


아이들은 순수하기 때문에 표정이 금세 얼굴에 드러난다. 기분이 좋으면 좋다고, 슬프면 슬프다고, 화나면 화난다고. 모든 기분들이 솔직하게 얼굴에 보인다.


나에게는 이처럼 어린아이 같은 친구가 하나 있다. 18살 때부터 내가 다니던 대학의 학과를 오고 싶어서 내 페이스북을 찾아봤던 친구. 19살 때 수시를 보고 집에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인터넷으로만 봤던 나를 보고 너무 반가웠다는 친구. 내가 4학년 때 1학년으로 들어와서 함께 소학회 활동을 했던 친구. 그리고 인도를 두 번이나 함께 갔던 친구. 나보다 나를 더 좋아해 주는 친구.


그 친구의 이름은 m.

겉으로 보기에 너무 단정한 서울깍쟁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서 전혀 몰랐던 m의 정체는 함께 인도를 가니 모든 것이 탄로 났다. 렌즈 때문에 눈이 안 좋아져서 눈을 제대로 가려보겠다고 물안경을 챙겨 왔고, 아무 데서나 시원한 소리를 내며 방귀를 뀌었고, 게스트하우스를 맨발로 뛰어다니고, 슬프면 흐엉- 하면서 콧물까지 흐르며 울었고, 웃을 땐 빙구 같은 미소로 환희를 만긱했던 사랑스러운 모습에 그 당시 많은 것들을 숨기고 살았던 나에게 '무장해제'라는 단어를 알려줬던 친구다.


그 친구를 만나고 온 날은 '어린아이와 같고 싶다.'라는 말을 되내게 된다.


왜냐고?


그러면 웃어야 할 때 웃지 못하고, 울어야 할 때 울지 못할 거니까. 바보 같은 갑옷을 두르고 멋진 척을 하며 사람들 앞에서 뽐내는 짓거리 따위를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니까. 어른이 된다는 건 감탄과 기대를 잃어가는 것이니까. 거짓으로 치장하는 삶을 살아야 하느니 사라지는 게 나을 거니까.


m에게, 투명하고 맑은 너의 영혼과 순수함을 사랑해. 오랜 시간 동안 변하지 않고 늘 나를 쳐다볼 때 존경의 눈빛으로 봐주어 고마워. 내가 무엇이 돼있거나 돼있지 않아도 늘 내 편인 m. 나는 사실 너무 모자란 사람인데 너 덕분에 마치 뭔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살아.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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