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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다니엘 Aug 17. 2022

리스타트 51 - (11)

무대 위에서


성경 공부  


나는 유매스 애머스트 대학에 내가 신입생이 되던 해부터 그 인근에 위치한 여러 대학 소속의 한인 대학생들이 대부분 출석하는 교회에 출석했다. 그리고 그 교회에 출석하는 대학생들은 거의 모두 명석하고, 활동적이고, 열정적인 삶을 살면서, 매주 금요일에 열리는 성경공부모임은 물론, 매주 일요일 예배에도 정기적으로 출석하는 신실한 크리스천의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교회활동에 참여하면서도 항상 모든 면에 소극적이어서 다른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눈다던지, 아니면 같이 어떤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머뭇거리거나, 또는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기억나는 일화인데, 어느 금요일의 성경공부모임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 성경공부에 참가한 모두가 단체로 참여하는 찬양 시간도 끝나고, 전도사님의 설교도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질 때였다. 나는 내가 앉아 있던 자리에 그대로 남아서 조금 전에 모두와 함께 했던 성경 공부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러자, 평소에도 가깝게 지내던 여대생 두 명이 내게 다가와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동시에 내게 던졌다.


“안녕, 다니엘. 너 왜 그렇게 항상 조용하게 지내는 거니?”


“그래, 다니엘. 도대체 왜 그렇게 과묵한 거야?”


나는 그 두 여대생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둘 다 그 인근 지역의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었고, 그 두 사람이 내게 그런 질문을 한 것이 그때가 처음도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성경공부모임에 출석하는 전체 여자 대학생들의 수보다 그 숫자가 훨씬 적었던 남자 대학생들 대부분은, 금요일 성경공부모임 전후로 다른 여대생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는데 바빴던 반면, 나는 항상 조용한 편에 속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성경공부가 시작되기 전에 재미있는 율동이 섞인 찬양을 다 함께 부르는 시간에도, 다른 학생들은 우스꽝스러운 그 율동을 열심히 따라 하며 깔깔대고 웃는 동안, 나는 하는 둥 마는 둥 마지못해 하는 편이었다. 또한 해당 성경공부모임이 끝나면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그 장소에 잠시 머무르다가 지체하지 않고 내 기숙사로 돌아가곤 했다. 그리고 때때로 성경공부모임이 끝나고 참석자 전원이 참가하는 볼링장 모임이 있기라도 할때면, 나는 활발하게 내 감정이나 생각을 표출하는 쪽이 아니라 주로 조용히 참석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그런 나의 행동을 옆에서 계속 봐왔던 그들로서는 그 이유가 궁금했었는지도 모르겠다. 


“난 잘 모르겠어. 난 원래 이렇게 행동하는 게 편한 사람인가 봐.”


그 두 여대생은 내가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다는 듯, 미소를 짓더니 나를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아니야. 분명히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거야. 우리 때문이니?”


“아니.”


“그럼 뭣 때문에 그렇게 조용한 거니? 보기에도 멀쩡하고, 말할 때도 잘하는 것 같고, 다른 사람들하고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단 말이야. 아무래도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게 분명해.”


“그래, 다니엘. 오늘은 좀 말해줘.” 


그날따라 그 두 여학생 모두 내 대답을 꼭 듣고 싶어 했다. 하지만 난 별로 할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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