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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다니엘 Aug 18. 2022

리스타트 51 - (12)

무대 위에서


“글쎄… 난 뭐 이대로도 좋은 것 같은데…” 


머뭇거리며 대답하는 내 얼굴을 본 두 여대생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더니, 다른 소그룹 멤버들을 불러서 소그룹 기도시간을 갖자고 제안했다. 이 소그룹 기도는 각 소그룹 멤버들이 모인 후, 그중 한 사람이 본인의 기도제목을 해당 소그룹에게 말하면, 소그룹 멤버들 전체가 서로 손을 잡고 해당 멤버를 위해 기도해주는 시간이다. 


그래서 우리 소그룹은 둥그런 테이블에 모여 앉아서, 서로의 손을 잡고 돌아가면서 한 사람씩 본인의 기도제목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고, 나머지 멤버들은 그 사람의 기도제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함께 기도했다. 처음 두어 명의 소그룹 멤버들이 각자의 기도제목을 다른 멤버들과 공유한 후, 내 차례가 왔다.


“나는… 내가… 좀 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어.”  


내 왼쪽에 앉아있던 여대생 멤버가 내 왼손을 꼭 쥐었다. 그래서 실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봤더니, 그녀는 그녀의 목소리 대신 입술 모양으로만 내게 이렇게 말해줬다. 


'다니엘. 넌 이미 그렇게 하고 있어.' 


그렇게 소그룹 멤버 전체가 나를 위해 기도를 해주고 난 후, 나는 다른 누군가가 나를 위해 기도를 해줬다는 사실이 고마웠고, 또 편안해졌다. 하지만 그 기도시간이 끝난 후, 나는 예전대로 내성적이고 조용한 나 자신으로 되돌아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내성적인 성격의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지만, 나의 그런 행동은 내가 원래 그런 성격의 소유자라고 나 스스로 인정하게 되었고, 그래서 그 후로도 대학생활 처음 몇 년 동안은 그런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행동을 지속했다.  


저녁 초대


나는 1990년 늦가을의 어느 일요일 오후에 있었던 일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날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유매스 애머스트 근처 여러 대학에 소속된 한인 대학생들이 주를 이루었던 주일예배 참석자들은, 예배후에 아래층에 있는 친교실로 내려갔다. 나는 그날, 파란색과 하얀색의 하이톱 운동화에 청바지, 회색 후드티, 그리고 짙은 밤색의 재킷을 입었다. 물론 날씨가 추워서 그렇게 옷을 입은 탓도 있지만 나는 그날 예배 후에 아르바이트로 버스운전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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