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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다니엘 Aug 20. 2022

51세의 출사표 - (14)

2장 내면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법 (2)

“몰라. 난 원래 이렇게 행동하는 게 편해서 말이야.”

 

그 두 여대생은 내가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다는 듯, 미소를 짓더니 나를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아니야. 분명히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거야. 우리 때문에 그래?”


“아니.”


“그럼 넌 대체 뭣 때문에 그렇게 항상 조용한 거야? 보기에도 멀쩡하고, 말할 때도 잘하는 것 같고, 다른 사람들하고도 잘 어울리잖아. 아무래도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게 분명해.”


“그래, 다니엘. 오늘은 좀 말해줘.” 


그날따라 그 두 여학생 모두 내 대답을 꼭 듣고 싶어 했다. 하지만 난 별로 할 말이 없었다.


“글쎄… 난 뭐 별로 할 말이 없는데…”


머뭇거리며 대답하는 내 얼굴을 본 두 여대생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더니, 다른 소그룹 멤버들을 불러서 소그룹 기도 시간을 갖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우리 소그룹은 둥그런 테이블에 모여 앉아서, 서로의 손을 잡고 돌아가면서 한 사람씩 본인의 기도 제목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고, 나머지 멤버들은 그 사람의 기도 제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함께 기도했다. 처음 두어 명의 소그룹 멤버들이 각자의 기도 제목을 다른 멤버들과 공유한 후, 내 차례가 왔다.


“나는… 내가… 좀 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어.”


내 왼쪽에 앉아있던 여대생 멤버가 내 왼손을 꼭 쥐었다. 그래서 실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봤더니, 그녀는 그녀의 목소리 대신 입술 모양으로만 내게 말했다.


‘힘 내, 다니엘. 넌 이미 그런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


그렇게 소그룹 멤버 전체가 나를 위해 기도를 해주고 나니, 나는 다른 누군가가 나를 위해 기도를 해줬다는 사실이 고마웠고, 또 편안해졌다. 하지만 그 기도 시간이 끝나자, 나는 예전대로 내성적인 나 자신으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그렇게 지나칠 정도로 불필요하게 아무 곳에서나 이유도 없이 낯을 가리는 내 성격은 그 후로도 몇 년 동안 바뀌지 않고 지속되었다.

 

나는 1990년 늦가을의 어느 일요일 오후에 있었던 일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날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유매스 애머스트 근처 여러 대학에 소속된 한인 대학생들이 주를 이루었던 주일예배 참석자들은, 예배후에 아래층에 있는 친교실로 내려갔다. 


나는 그날, 파란색과 하얀색의 하이톱 운동화에 청바지, 회색 후드티, 그리고 짙은 밤색의 재킷을 입었다. 물론 날씨가 추워서 그렇게 옷을 입은 탓도 있지만, 나는 그날 예배 후에 아르바이트로 하던 버스 운전을 해야 했기 때문에 다른 남학생들처럼 멋지게 옷을 차려 입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친교실 한쪽 구석에서 커피를 마시며 다른 예배 참석자들이 모여서 웃고, 떠들며, 친교시간을 즐기고 있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그 친교실 맞은 편에 서 있던 금요일 성경 공부모임의 소그룹 멤버인 여대생 한 명이 내게 다가왔다.


“안녕, 다니엘. 잘 지내지?” 


“어. 그럼.” 


“그래. 아! 이 친교 시간이 끝나는 대로 말이야, 우리가 이틀 전에 말했던 그 레스토랑에 다들 거기 갈건데...


너도 같이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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