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내면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법 (3)
“어, 초대해 줘서 고맙긴 한데 나 못 갈 것 같아. 나 좀 있다가 알바 하러 가야 하거든.”
“아… 맞다. 너 알바 한다고 했지? 할 수 없지 뭐. 그럼 나중에 기회 봐서 같이 가자.”
“그래. 아무튼 초대해 줘서 고마워.”
“그래.…그럼…”
그녀는 원래 서 있던 자리로 돌아가서, 같이 서 있던 다른 일행들과 대화를 나눴다.
멀리서 본 그날의 예배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잘 차려입었고, 자신감에 넘쳤으며, 그 친교식 자리에 함께 모여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또 행복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당시 나는 그들 모두를 거의 다 알고 있었고, 따라서 내가 스스럼없이 그들의 대화에 참여한다 해도, 전혀 이상하거나 의아하게 생각할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예전에 항상 그랬던 것처럼 그들의 대화에 참여하는 것에 머뭇거렸다. 그리고는 한 손에 들고 있던 커피를 홀짝 거리며 그 자리에 좀 더 머무르다가, 주위사람들에게 가봐야한다고 인사하고 그 친교실을 나섰다. 물론 누군가에게 유매스 애머스트 캠퍼스까지 차 좀 태워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었지만, 그날 나는 그곳까지 걸어가고 싶었다.
출입문을 열고 나온 교회 밖은 햇볕으로 환했지만, 상쾌하면서도 차가운 공기가 날 마주했다. 그래서 나는 겉에 입고 있던 재킷의 지퍼를 올리고, 가지고 다니던 워크맨의 헤드폰을 낀 후, 속에 입고 있던 후드티의 모자를 머리에 썼다. 그리고 처음에는 웬인롬 그룹의 <The Promise>라는 곡을 틀었는데, 좀 듣다가 이내, 시카고 그룹의 <Greatest Hits 1982- 1989>라는 카세트테이프로 갈아 끼웠다.
그리고 이미 많이 차가워진 가을 바람이 부는 거리를 나 홀로 걸었고, 음악과 나,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나만의 세계 속에 머무르며, 유매스 앰머스트 캠퍼스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로부터 한 시간쯤 지난 후, 나는 유매스 애머스트 캠퍼스센터 근처의 버스 정류장에서 다른 운전기사와 교대했다. 그리고는 무전으로 버스회사 차량기지에 교대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내 시계를 차량기지의 시계와 맞춘 후에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주차 브레이크를 푼 후, 그 일요일 오후의 버스 노선 운행을 시작했다.
허접한 변명
그때가 오후 네 시 조금 전이었고, 나는 유매스 애머스트 캠퍼스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버스를 운전하기 시작하면서, 내 왼쪽에 있는 통창을 통해서 뉘엿뉘엿 지는 해의 모습으로 온통 뒤덮인 아름다운 석양을 잠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버스 내부는 엔진에서 들려오는 낮은 소리의 엔진 소음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조용하기만 했고, 승객 두어 명만이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또한 내가 운전하는 도로는 거의 텅 비어 있었고, 차가운 가을 바람을 타고 몇 개의 낙엽들만이 그 도로 위를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있었다.
내가 아까 교회에서 그녀의 저녁 모임 초대를 거절한 건 잘한 거지?
그런 거지?
그런데 난 왜 이렇게 쓸쓸한 감정이 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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