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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다니엘 Aug 22. 2022

리스타트 51 - (16)

무대 위에서


그러자 나의 내면의 소리가 또다시 내게 물어왔다. 


'다니엘. 너는 지금 이런 너 자신이 정말 마음에 든단 말이니?'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저녁 일곱 시 반이었던 버스 운행 교대시간이 될때까지 나 자신에게 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버스에서 내린 후, 시카고 그룹의 <What Kind of Man Would I Be>라는 노래를 워크맨으로 들으며, 입고 있던 후드티의 모자를 머리에 쓴 후에 겉 재킷의 지퍼를 올렸다. 

 

그러나 유매스 애머스트의 모든 학교 식당들이 저녁 일곱 시면 문을 닫았기 때문에, 그때 내가 뭘 먹어야 한다면 길을 건너서 캠퍼스센터 빌딩에 가서 저녁을 먹어야 했다. 하지만, 그때 그 기분으로는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운전하고 온 버스가 떠난 후에도, 컴컴한 버스정류장 벤치 옆에 잠시 서 있었다.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할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마치 그 당시의 내 삶을 그대로 반영하듯…


'어디로 가야 하지? 그리고 거기까지 어떻게 가야 하지? 그러고 나서 뭘 해야 하지?'


차가운 날씨 속에 1-2분 정도 서 있던 나는 다시 기숙사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기숙사에 도착하면 따스한 차라도 한 잔 해야겠다. 아니야. 뭐 그럴 것 까지야... 그럼 아무거나 배달해서 먹지 뭐.'


그래서 내가 살던 기숙사로 발걸음을 옮기던 나는 다른 기숙사 건물들을 여러 채 지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밖에서 바라 본 그 건물들 창문 안쪽으로는, 대학생들이 평소처럼 서로 대화하고, 웃고, 음악을 들으며 그들만의 삶을 즐기며 살고 있었다. 


하지만 난 그날 오후에 내가 느꼈던 나의 심정을 누구에게든지 말할 사람이 내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그날 버스운전을 시작하면서 길 위에서 마주했던 낙엽들처럼, 그 차갑기만 했던 늦가을 저녁 바람에 나를 이리저리 흔들어대고 있었다. 아니, 나는 사실 그 순간, 도로 위를 이리저리 뒹굴던 낙엽들 중 하나가 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최소한 그들은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그들만의 여정을 하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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