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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다니엘 Aug 22. 2022

51세의 출사표 - (16)

2장 내면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법 (4)

버스를 운전하면서 나는 계속, 한 시간 전쯤 교회에서 있었던 일을 반복해서 내 머리에 떠올리고 있었다. 만약 내가 그녀를 포함해서 다른 소그룹 멤버들과 함께 레스토랑에 가는 것을 진심으로 원했다면, 나는 아마도 버스회사 차량기지에 연락해서 그날 오후에 운전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것을 못하겠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마치 그녀가 제안한 저녁 모임 초대에 응대를 하지 못한 합당한 이유가 있었던 것처럼 행동했다. 물론 내가 그녀에게 말했던 이유가 합당했던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그 ‘합당한 이유’라는 것이, 과연 내가 정말 그들과 함께 저녁 먹는 것을 포기할 만큼 합당한 이유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허접한 변명에  불과했어…

 

나는 나 자신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대체 내가 그런 허접한 변명을 나 자신에게 할 만한 이유가 애당초 무엇이었단 말인가?


그러나 나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그 진짜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 당시의 나는 나 자신이 너무 불안정한 나머지, 나 자신과 대부분의 교회 참석자들 사이에 거대한 장벽을 세운 후, 그들과 나 사이를 애써 갈라놓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그럴만한 타당한 이유도 없고, 명분도 없는 고립무원의 상태를 나 스스로 만들어 놓은 다음, 거기서 빠져나올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모든 상황에 무색무취하게 대응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그렇게 행동했던 원인은 내가 생각한 대로 학업성적이 나오지 않는 것에 있었지만, 그걸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그런 나 자신을 제대로 바꾸려는 노력 자체를 하지 않고 있는 나 자신에게 실망했고, 부끄러웠던 탓이 더 컸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그 당시의 나는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상황을 적극적으로 타파하거나, 해결하려는 동기부여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다니엘, 넌 이런 네가 마음에 드니?


나는 그 자문(自問)에 대한 답을 알고 있었지만 차마 내  입으로 말하지   못했다.  아니, 그 답을 하기가 두려웠다. 그런데, 뭐가 그렇게 두려웠는지에 대한 확실한 이유도 없었다. 그냥 모든 것이 두렵기만 했다.


그렇게 얼마간 버스를 운전하는 동안 주위는 어두워졌고, 버스 헤드라이트 밖으로 보이는 것은,  오고가는 차도 거의 없는 한적한 시골 풍경이였다. 그리고 그런 버스 바깥의 모습을 운전석 앞의 전방 유리를 통해 보고 있자니, 나는 내가 헤드라이트를 켜고 운전하던 그 버스가 그 당시의 내 삶 같이 느껴졌고, 내가 도착해야 할 목적지는 내 대학 졸업식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내가 운전하는 버스 헤드라이트 너머로는 아무것도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저 한없이 깊은 어둠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마치 그 당시의 내가 나 자신을 바라볼 때 느꼈던 감정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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