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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다니엘 Aug 21. 2022

리스타트 51 - (15)

무대 위에서


그러나 나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그 진짜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 당시의 나는 나 자신이 너무 불안정한 나머지, 나 자신과 대부분의 교회 참석자들 사이에 거대한 장벽을 세운 후, 그들과 나 사이를 애써 갈라놓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그럴만한 타당한 이유도 없고, 명분도 없는 고립무원의 상태를 나 스스로 만들어 놓은 다음, 거기서 빠져나올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모든 상황에 무색무취하게 대응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랬다. 내가 진짜 이유라고 생각했던 그 모든 것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내가 원하는 것만큼 학업성적이 나오지 않는 것에 있었지만,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그걸 바꾸려는 노력 자체를 하지 않고 있는 나 자신에게 실망했고, 부끄러웠던 탓이 더 컸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그 당시의 나는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상황을 적극적으로 타파하거나, 해결하려는 동기부여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다니엘. 너는 지금 이런 너 자신이 마음에 드니?' 


나는 그 자문(自問)에 대한 답을 알고 있었지만 차마 내 입으로 말하지 못했다. 아니, 그 답을 하기가 두려웠다는 표현이 더 걸맞았다. 그런데, 뭐가 그렇게 두려웠는지에 대한 확실한 이유도 없었다. 그냥 모든 것이 두렵기만 했다.


내 인생의 하이빔 


그렇게 얼마간 버스를 운전하는 동안 주위는 어두워졌고, 버스 헤드라이트를 켠 후 내 눈앞에 펼쳐진 모습은, 오고가는 차도 거의 없는 한적한 시골 풍경이였다. 그런 버스 바깥의 모습을 운전석 앞의 전방 유리를 통해 보고 있자니, 나는 내가 헤드라이트를 켜고 운전하던 그 버스가 그 당시의 내 삶 같이 느껴졌고, 내가 도착해야 할 목적지는 내 대학 졸업식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내가 운전하는 버스 헤드라이트 너머로는 아무것도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저 한없이 깊은 어둠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마치 그 당시의 내가 나 자신을 바라볼 때 느꼈던 감정처럼…   


'내가 헤드라이트 너머로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이유는 내가 아무것도 볼 수 없기 때문인가, 아니면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인가?'


'깜깜한 밖을 제대로 보려면 내 버스의 하이빔을 확실하게 켜면 되는데, 내 미래를 보는 방법이 정말 그것밖에 없는 것일까?' 


'어떻게 해야 내 인생의 하이빔을 제대로 켤 수 있는 것일까?' 


'내가 과연 내 인생의 하이빔을 켤 수나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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