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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다니엘 Aug 20. 2022

리스타트 51 - (14)

무대 위에서


그로부터 한 시간쯤 지났을까, 나는 유매스 애머스트 캠퍼스센터 근처의 버스 정류장에서 다른 운전기사와 교대했다. 그리고는 무전으로 버스회사 차량기지에 교대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내 시계를 차량기지의 시계와 맞춘 후에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주차 브레이크를 푼 후, 그 일요일 오후의 버스노선 운행을 시작했다. 


허접한 변명


그때가 오후 네 시 조금 전이었고, 나는 유매스 애머스트 캠퍼스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버스를 운전하기 시작하면서, 내 왼쪽에 있는 통창을 통해서 뉘엿뉘엿 지는 해의 모습으로 온통 뒤덮인 아름다운 석양을 잠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몇몇 승객들만 탑승한 버스 내부는 히터에서 나오는 온기로 훈훈함이 감돌았고, 버스 뒤편에 위치한 엔진에서 들려오는 낮은 소리의 엔진 소음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조용하기만 했다. 또한 내가 운전하는 도로는 거의 텅 비어있었고, 차가운 가을 바람을 타고 몇 개의 낙엽들만이 그 도로 위를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있었다. 


'전형적인 황량한 가을 날씨군.' 


나는 이렇게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그렇게 쓸쓸한 감흥에 젖을 수 있는 것이 날씨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나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나만의 감정 때문이었는지 잘 분간이 되지 않았다.  


'내가 아까 교회에서 그녀의 저녁 모임 초대를 거절한 행동은 잘한 것이지? 그런 거지? 그런데 난 왜 이렇게 쓸쓸한 감정이 드는 걸까?'


버스를 운전하면서 나는 계속, 한 시간 전쯤 교회에서 있었던 일을 반복해서 내 머리에 떠올리고 있었다. 만약 내가 그녀를 포함해서 다른 소그룹 멤버들과 함께 레스토랑에 가는 것을 진심으로 원했다면, 나는 아마도 버스회사 차량기지에 연락해서 그날 오후에 운전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것을 못하겠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나는 그 대신, 그녀가 제안한 저녁 모임 초대에 응대를 하지 못한 합당한 이유가 있었던 것처럼 행동했다. 물론 내가 그녀에게 말했던 이유가 합당했던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그 ‘합당한 이유’라는 것이, 과연 내가 정말 그들과 함께 저녁 먹는 것을 포기할만큼 합당한 이유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허접한 변명이었어.' 


나는 나 자신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대체 내가 그런 허접한 변명을 나 자신에게 할 만한 이유가 애당초 무엇이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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