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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다니엘 Aug 19. 2022

리스타트 51 - (13)

무대 위에서


내가 친교실 한쪽 구석에서 커피를 마시며 다른 예배 참석자들이 모여서 웃고, 떠들며, 친교시간을 즐기고 있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그 친교실 맞은 편에 서 있던 금요일 성경공부모임의 소그룹 멤버인 여대생 한 명이 내게 다가왔다. 


“안녕, 다니엘. 잘 지내지?”


“어. 그럼.”


“그래. 참, 이틀 전에 우리가 말했던 그 레스토랑 있잖아. 그래서 예배가 끝나면 우리 거기 가려고 하는데, 너도 같이 갈래?”


“어 그래? 초대해 줘서 고마워. 근데 나 못 갈 것 같아. 이 친교시간 끝나는 대로 일하러 가야 하거든.”


“아… 그렇구나. 잊고 있었네. 할 수 없지 뭐. 그럼 나중에 같이 가기로 해.”


“그래. 그렇게 하자. 아무튼 초대해 줘서 고마워.”


“그래.… 그럼…”


그녀는 원래 서 있던 자리로 돌아가서, 같이 서 있던 다른 일행들과 대화를 나눴다. 


멀리서 본 그날의 예배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잘 차려입었고, 자신감에 넘쳤으며, 그 친교식 자리에 함께 모여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또 행복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당시 나는 그들 모두를 거의 다 알고 있었고, 따라서 내가 스스럼없이 그들의 대화에 참여한다 해도, 전혀 이상하거나 의아하게 생각할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예전에 항상 그랬던 것처럼 그들의 대화에 참여하는 것에 머뭇거렸다. 그 이유는 아마도 내가 대학생으로 내가 나 자신에게 기대한 것만큼 내 삶을 만족스럽게 살고 있지 못했던 내 자격지심 때문일 수도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당시의 그런 내 삶으로 인해 땅바닥까지 추락한 내 자존감을 다시는 일으킬 수 없다고 느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 이유야 어찌 되었든, 나는 한 손에 들고 있던 커피를 홀짝 거리며 그 자리에 좀 더 머무르다가, 주위사람들에게 가봐야한다고 인사하고 그 친교실을 나섰다. 물론 누군가에게 유매스 애머스트 캠퍼스까지 좀 태워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었지만, 그날 나는 그곳까지 걸어가기로 결정했다. 


내가 교회 출입문을 열고 나온 교회 밖은 햇볕으로 환했지만, 상쾌하면서도 차가운 공기가 날 마주했다. 그래서 나는 겉에 입고 있던 재킷의 지퍼를 올리고, 가지고 다니던 워크맨의 헤드폰을 낀 후, 속에 입고 있던 후드티의 모자를 머리에 썼다. 그리고 처음에는 웬인롬 그룹의 <The Promise>라는 곡을 틀었는데, 좀 듣다가 이내, 시카고 그룹의 <Greatest Hits 1982-1989>라는 카세트테이프로 갈아 끼웠다. 그리고 나는 늦가을의 환한 햇볕아래 차가운 바람이 부는 거리를 나 홀로 걸었고, 음악과 나,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나만의 세계 속에 머무르며, 유매스 앰머스트 캠퍼스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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