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인생 역전 기회를 알아보는 법 (1)
어떤 만남
1987년 여름,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부모님과 함께 하버드 대학을 견학하기 위해 하버드 스퀘어 (하버드 대학교 중심부라고 할 수 있는 지역)를 처음으로 방문했다. 하지만 우리는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서 차를 탄 채로 여기저기 빙빙 돌다가, 하버드의 25개 출입문 중 하나인 존스톤 게이트 앞에 잠시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린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티셔츠를 입고, 양손에 책을 가득 든 채로 그 앞을 막 지나던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어떤 남자에게 다가갔다.
“실례합니다. 저희가 하버드를 처음 방문해서 그러는데, 혹시 저희가 어디에 주차하면 될지 알려주시겠어요?”
그는 내 질문을 듣더니, 양손에 들었던 책들을 인도(人道) 바닥에 내려놓은 후,이렇게 말했다.
“그렇군요. 어디 보자… 여기는 길거리 주차가 가능한 지역이니까 빈 자리만 있다면 그렇게 해도 됩니다. 그리고 주차장을 찾으신다면 저쪽으로 가시면 돼요.”
그는 손으로 그 근처에 있는 주차장의 위치를 가리킨 후 길바닥에 놓여 있던 책들을 다시 양손에 들고 떠나려고 했다. 그런데 나는 그가 양손에 들고 있던 여러 권의 책 중 한 권이 <해부학>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물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혹시 하버드 교수신가요? 지금 양손에 들고 계신 책들 중 한 권이 <해부학>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걸 봤거든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하버드 의과대학원에서 교수로 일한 지 좀 되었다고 말했고, 내가 고등학교 12학년이라고 말하자 그는 그의 연락처를 내게 알려줬다.
“뭔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감사합니다, 교수님.”
“원,천만에요.”
그날 밤, 나는 집에 돌아와서 그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내 수첩에 적었다. 그리고 나는 며칠 후에 그에게 전화를 걸어서, 내가 어떤 대학에 진학하면 좋을지에 대한 그분의 조언을 부탁드렸다. 나는 그때 내 고등학교 성적이나 SAT 점수를 말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내가 하버드 칼리지(학부과정)에 진학할 만한 성적이나 SAT 점수는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하버드 칼리지에 어떻게 하면 입학할 수 있는지에 대해 그분께 전혀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 후로도 몇 번 더 그 분과 통화했지만, 그 이후로는 더 이상 연락드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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