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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다니엘 Aug 23. 2022

51세의 출사표 - (17)

2장 내면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법 (5)

내가 헤드라이트 너머로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이유는

내가 아무것도 볼 수 없기 때문인가, 아니면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인가?

 

깜깜한 밖을 제대로 보려면 내 버스의 하이빔을 확실하게 켜면 되는데, 

내 미래를 보는 방법이 정말 그것밖에 없는 것일까?


내가 과연 내 인생의

하이빔을

켤 수나 있는 것인가?

 

그러자 나의 내면의 소리가 또다시 내게 물어왔다.


다니엘. 너는 지금 이런 너 자신이 정말 마음에 든단 말이니?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저녁 일곱 시 반이었던 버스 운행 교대시간이 될때까지 나 자신에게 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버스에서 내린 후, 시카고 그룹의 <What Kind of Man Would I Be>라는 노래를 워크맨으로 들으며, 입고 있던 후드티의 모자를 머리에 쓴 후에 겉 재킷의 지퍼를 올렸다.


그러나 유매스 애머스트의 모든 학교 식당들이 저녁 일곱 시면 문을 닫았기 때문에, 그때 내가 뭘 먹어야 한다면 길을 건너서 캠퍼스센터 빌딩에 가서 저녁을 먹어야 했다. 하지만, 그때 그 기분으로는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운전하고 온 버스가 떠난 후에도, 컴컴한 버스정류장 벤치 옆에 잠시 서 있었다.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할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마치 그 당시의 내 삶을 그대로 반영하듯…


차가운 날씨속에 1-2분 정도 서 있던 나는 다시 기숙사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내가 살던 기숙사로 발걸음을 옮기던 나는 다른 기숙사 건물들을 여러 채 지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밖에서 바라 본 그 건물들 창문 안쪽으로는, 대학생들이 평소처럼 서로 대화하고, 웃고, 음악을 들으며 그들만의 삶을 즐기며 살고 있었다.


하지만 난 그날 오후에 내가 느꼈던 나의 심정을 누구에게든지 말할 사람이 내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그날 버스운전을 시작하면서 길 위에서 마주했던 낙엽들처럼, 그 차갑기만 했던 늦가을 저녁 바람에 나를 이리저리 흔들어대고 있었다.


아니, 나는 사실 그 순간, 도로 위를 이리저리 뒹굴던 낙엽들 중 하나가 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최소한 그들은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그들만의 여정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던 중, 그 여러 채의 다른 기숙사 건물들 사이로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여기저기 불빛을 반짝이고 있는 내 기숙사 건물이 보였다. 그때 나는 걸음을 잠시 멈추고는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때마침 거기에 빛나고 있던 무수히 많은 별들이 내가 서 있던 곳으로, 말 그대로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마치 내가 그들을 만나기 위해 늦가을 밤하늘을 올려다볼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저 많은 별들 중에 내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줄 

북극성은 어디 있는 걸까?


그리고 내 은하수는 어디에 있는 거지? 


그리고 내 미래는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저기에 있기나 한 걸까?


이런 나 자신이 정말 싫다.


그리고, 


이런 내 삶도 정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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