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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다니엘 Aug 25. 2022

리스타트 51 - (19)

무대 위에서


그래서 나는 그 곡을 반주해줄 반주자를 찾아야 했고, 어느 선배의 소개로 만난 그녀에게 그 곡에 대한 반주를 부탁했다. 하지만 나는 노래 연습을 할 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물론 노래 연습을 제대로 해야 한다면 유매스 애머스트의 아트센터 건물에 있는 음악 전공 학생들이 사용하는 연습실을 사용하면 됬지만, 그 장소는 내가 살던 곳이나, 내가 강의를 듣던 여러 교실들이 있는 건물들로부터 한참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침에 텅 빈 버스를 몰고 버스 차량기지를 출발해서 내 아침 버스 운행이 시작되는 첫 정류장까지 가면서 그 노래를 연습했고, 또 저녁에 버스 운행이 있는 날이면, 맨 마지막 정류장에 승객을 하차시킨 후, 빈 버스를 몰고 버스 차량기지로 돌아가는 시간을 활용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한국의 밤>이라는 인근 대학교 행사는, 내가 그렇게까지 공을 들여서 노래 연습할만한 행사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당시 나는 왠지,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판단했다. 물론, 나는 내가 아주 어렸을 때를 제외하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하는 걸 자주 경험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시간날 때마다 그렇게 열심히 노래 연습을 하면서도 내가 그 무대에 서는 것이 맞는 일인지, 아니면 공연한 호기 부리다가 음이탈이나 여러 번 내면서 관객들의 웃음거리가 되진 않을런지 등의 자기회의와 우려를 항상 반복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그 무대에 서야 한다고 나 자신에게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 당시 나로서는, 그 무대에 서는 것만이 그동안 모든 일에 소극적이고, 나태하며, 게으른 삶을 살던 나 자신을 완전히 깨부술 수 있는 내 인생의 돌파구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처음에 그 노래제목을 그 <한국의 밤>행사 담당자에게 전달할때만 해도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라는 나 자신에 대한 의심을 끊임없이 하던 나는, 텅 빈 버스를 몰면서 노래 연습을 하기를 수 차례 거듭하다보니, 나중에는 '실수 좀 하면 어때? 어차피 대학교 행사잖아. 그래도 최선을 다해야지.' 라는 식으로 내 마음속의 굳은 살을 점차 키워나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 당시 나는 만약 그런 대학교 행사가 없었다면 나 스스로 만들어서라도 그 무대에 선 후, 나 자신을 세상과 정면으로 마주 세우고 싶었다. 그게 나였으니까. 그리고, 그 공연 무대가 내 인생의 유일한 돌파구라고 판단했었으니까.


첫 번째 돌파구


공연 당일…


<한국의 밤> 행사가 열리는 그 지역 어느 대학교 강당에서 빼곡히 들어찬 관중들과 함께 다른 대학생들이 공연하는 것을 바라보던 나는 비교적 평온한 상태를 유지했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 다가와서 다음이 내 공연 차례니까 준비하라는 말을 한 후부터, 내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조되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무대 뒤에서 연신 헛기침을 하고 있는 내게, 반주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넸다.


“걱정하지 마. 모든 게 다 잘될 거야.”


'글쎄,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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