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내면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 (8)
첫번째 돌파구
공연 당일…
<한국의 밤> 행사가 열리는 그 지역 어느 대학교 강당에서 빼곡히 들어찬 관중들과 함께 다른 대학생들이 공연하는 것을 바라보던 내 마음은 비교적 평온했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 다가와서 다음이 내 공연 차례니까 준비하라는 말을 한 후부터, 나는 극도로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 긴장감을 해소하려고 무대 뒤에서 연신 헛기침을 하니까, 옆에서 같이 무대에 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던 반주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넸다.
“걱정하지 마. 모든 게 다 잘될 거야.”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무대로 나간 나는 마이크를 잡았다. 내 앞에는 커다란 스포트라이트가 두 개 있었고, 그 뒤로 수 많은 관객의 눈동자들이 어둠 속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랬다. 나에게 그들은 관객이 아니라, 내가 그동안 그토록 마주하기를 꺼려왔던 세상이었다. 그 세상이 드디어 내 정면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이렇게 세상을 정면으로 마주한 것이 참 오랫만이었다. 가슴은 쿵쾅거리고, 다리는 후들거렸지만, 나는 그 세상을 더 이상 피할 수가 없었다. 마치 나는 그 무대 위에서 또 다른 과거의 나를 마주한 후, 서로 진검을 빼어든 상태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 무대에 서 있던 현재의 나를 베고 예전의 초라한 나 자신으로 모든 것을 되돌리려고 하는, 한마디로 모든 면에서 패배자였던 내 과거의 모습과, 그런 과거의 나를 멸절시키고, 내 안에 잠재해 있던 모든 능력을 마음껏 표출하기를 학수고대하던 현실의 내가 일생일대의 결전을 벌여야 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과거의 나는 이윽고, 나를 바라보던 수 많은 관객들의 눈동자들로 변해서 다시 점점이 흩어져 갔다. 어둠 속으로…
시간은 불과 2-3초 정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생각들이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차라리 이럴 바에야 눈을 감고 노래를 부르자.
그래서 나는 그렇게 눈을 감은 채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관객들이 너무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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