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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다니엘 Aug 27. 2022

리스타트 51 - (20)

무대 위에서


무대로 나간 나는 마이크를 잡았다. 내 앞에는 큰 스포트라이트가 두 개 있었고, 그 뒤로는 어둠 속에서 수많은 관객의 눈동자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랬다. 나에게 그들은 관객이 아니라, 내가 그동안 그토록 마주하기를 꺼려왔던 세상이었다. 그 세상이 드디어 내 정면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이렇게 세상을 정면으로 마주한 것이 참 오랫만이었다. 가슴은 쿵쾅거리고, 다리는 후들거렸지만, 나는 그 세상을 더 이상 피할 수가 없었다. 마치 나는 그 무대 위에서 또 다른 과거의 나를 마주한 후, 서로 진검을 빼어든 상태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 무대에 서 있던 현재의 나를 베고 예전의 초라한 나 자신으로 모든 것을 되돌리려고 하는, 한마디로 모든 면에서 패배자였던 내 과거의 모습과, 그런 과거의 나를 멸절시키고, 내 안에 잠재해 있던 모든 능력을 마음껏 표출하기를 학수고대하던 현실의 내가 일생일대의 결전을 벌여야 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과거의 나는 이윽고, 나를 바라보던 수 많은 관객들의 눈동자들로 변해서 다시 점점이 흩어져갔다. 어둠 속으로…


'저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러다가 음이탈이라도 나면 어떻게 하지?'


생각해보면 그 시간은 불과 2-3초 정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생각들이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차라리 이럴 바에야 눈을 감고 노래를 부르자.'

 

그래서 나는 그렇게 정한 후, 눈을 감은 채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관객들이 너무 조용했다. 


'관객들이 왜 이렇게 조용하지?'


'내가 잘하고 있기는 한 걸까?'


난 그 이유를 1절이 끝난 이후에 알게 되었다.


갈채.


그리고 또 갈채.


그때 나는 처음으로 느꼈다. 관객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그래서 나는 좀 더 자신 있게 내 노래의 2절을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날 많은 관객들이 나의 공연에서 진정성과 진심을 보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한국의 밤> 행사 이후로 내 모든 삶은 새롭게 느껴졌다. 그래서 내가 그 당시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그 <한국의 밤> 행사에서 공연한 때가 바로 내 인생의 첫 번째 돌파구가 되었다는 것을 느낀다. 왜냐하면 그 행사 이후로 내 삶은, 그 이전과는 180도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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