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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의 음악 Dec 04. 2021

전원주택, 네버 앤딩 공사 스토리

전원주택 공사가 마무리되는 날은 바로 이사 가는 그날이다

며칠 전 이웃한 옆집의 데크 공사가 끝났다. 5일 동안 이어진 대공사였다. 옆집 마당 왼쪽에는 아랫집과 경계를 이루는 석축 위로 45도 각도의 법면이 길게 나 있었다. 가만두면 비탈에 꽃나무나 심을 수 있을 뿐, 이용 가치가 떨어지는 공간이었다. 옆집 주인아저씨는 그곳에 아연 각 파이프를 박아 구조물을 세운 뒤  나무 데크를 깔았다. 그러자 30평도 넘는, 그야말로 운동장 같은 테라스가 만들어졌다.      


구경 온 동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넓기도 한데다 전망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이 공사로 쓸모없었던 땅을 되찾게 되었으니 옆집 주인아저씨는 무척이나 기분 좋아했다. 그런데 이 공사, 정확히 이사한 지 1년 만에 한 공사였다.      


 이웃집은 집을 지어 이사하고 정확히 1년 뒤에 데크 공사를 했다. 


조경 공사


자, 시점을 1년 전으로 되돌려 보자. 봄부터 집을 짓기 시작한 옆집은 10월에 완공을 했다. 당연히 이사도 10월에 했다. ‘10월에 완공이 된 집’이란, 그야말로 ‘집 만’이다. 그러니까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면 바로 흙바닥인 상태가 '완공된 집'이다. 그런 집에 옆집 아저씨는 이삿짐을 풀었다.       


건축 업자의 역할은 그렇게 덩그러니 집만 지어 주는 것이다. 그다음부터는 집주인이 알아서 해야 한다. 물론 그다음부터도 건축 업자가 해주는 경우가 많다. 다만 그때부터 들어가는 비용은 집 건축 비용과 별개라는 뜻이다. 쉽게 말하면 건축 업자가 말하는 '평단 단가'에 들어가지 않는다. 


맨 흙바닥 상태에서 이삿짐을 푼 옆집 아저씨는 곧바로 부대 공사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한 것이 현관을 기준으로 양쪽으로 돌 데크를 까는 것이었다.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 곧바로 흙바닥 인체로 살 수는 없었으니까. 돌 데크가 제법 넓었는데, 들리는 소문에 500만 원 이상 든 것 같았다. 


데크 공사가 끝나자 마당에 잔디를 깔고 나무를 심는 조경 공사를 벌였다. 도시에서 살다가 왔고, 현재도 도시에 직장이 있어 날마다 출퇴근을 하고 있는 주인 내외가 ‘공사’에 대해 알리가 없다. 자연히 조경업자에게 통째 맡긴 모양이다. 바로 이웃한 집이라 날마다 창문을 통해 내다 본 결과 조경 공사는 대략 다음과 같이 이어졌다.      


1.마당 잔디 심기

2.마당 가에 나무 심기

3.마당 한쪽에 텃밭 만들기

4.1.5대 넓이의 주차장 만들기

5.마당 입구에 담벼락 겸용 좁은 화단 만들기.  

6.주차장에서 현관까지 돌길 만들기.

7.마당가에 배수로 만들기. 

8.뒷마당에 자갈 깔기.   

9.앞마당과 뒷마당에 수돗가 만들기

10.앞마당 한쪽에 꽃밭 만들기 


굴삭기가 동원되고, 인부들이 드나들더니 1주일 만에 멋진 정원이 만들어졌다. 이제 누가 봐도 전원주택 같은 모양새가 났다. 공사 금액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1천5백만 원쯤 든 것 같았다.  

자, 이것으로 옆집은 집과 관련한 모든 공사가 '종료'되었을까? 안타깝게도 답은 '아니올시다'다. 전원주택에 있어 '공사 종료'란 존재하지 않는다. 전원주택에서 '모든 공사가 종료되는 시점'은 그 집에서 이사를 나가는 바로 그날 현실화된다. 


펜스 공사


금방 겨울이 왔다. 옆집은 그 상태로 겨울을 났다. 집과 잔디밭과 마당 가의 다양한 나무들...사실 그렇게 살아도 아무 문제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기도 한 것이 전원주택이다. 그런데 옆집 주인 내외는 생각이 다른가 보았다. 


봄이 되자 다시 공사가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한 공사가 펜스를 두르는 것이었다. 전원주택의 경우, 담이 아예 없는 집과 나무(대개 측백이나 주목)로 담을 대신한 집, 진짜 벽돌 담을 한 집, 펜스로 둘러친 집, 뭐 이렇게 나눌 수 있다. 옆집은 펜스로 둘러치는 쪽을 택한 모양이었다. 


어느 날 인부들이 나타나 바닥에 아연 각 파이프를 박고, 그 위에 펜스를 설치했다. 한쪽은 석축으로 되어 있어 펜스가 필요 없었고, 집 뒤쪽은 아직 공터라 역시 패스. 그러니까 앞집과의 경계 쪽과 길 쪽만 펜스를 두르기로 한 모양이었다.  


공장용 초록색 철제 펜스로 둘러치면 돈이 얼마 들지 않는다. 하지만 전원주택용 주물 펜스는 비싸다. 여기에다 주물 펜스에 어울리는 대문을 달면 그 값도 만만치 않다. 들리는 소문에 펜스 값으로 7백만 원인가 8백만 원이 들었다고 했다. 


어닝 공사


여름이 되자 비가 자주 내렸다. 집 앞쪽 처마가 짧아 거실 문을 열어 놓으면 비가 거실로 튀어 들어오는 모양이었다. 뒤쪽 주방 창도 창문을 열어 놓고 싶은데 비가 오는 날은 문을 열어 놓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옆집 주인 내외는 집 앞쪽에는 어닝을 달고, 집 뒤 주방 창 위에는 붙박이 처마를 다는 공사를 했다. 집 앞에 단 어닝은 비도 막아주고 햇볕도 막아주는 것이 아주 쓸모 있다고 좋아했다. 비용은? 이것저것 해서 200만 원쯤 든 것 같다고 했다. 


펜스도 하고, 어닝도 달았으니 '이제 다 끝났다'며 옆집 주인 내외는 좋아라 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내 눈에 그 집은 아직 해야 할 것이 무척 많았다. 게다가 안주인이 마당의 꽃밭 가꾸기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 한도 없고, 끝도 없는 크고 작은 공사가 날마다 벌어지는 것이 전원주택 마당이다.  


소나무 심기


여름이 끝나고 찬바람이 불었다. 옆집 주인 내외는 1,500만 원이나 들여 꾸민 자기네 정원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좋기만 했는데, 살다 보니 동네의 다른 집과 자기 집 마당이 다르다는 것을 안 모양이다. 다른 집들은 고급스러운 소나무들이 정원에 즐비했지만 자기네 마당에는 볼품없는 과실수와 단풍나무 몇 그루 있는 것이 전부였다. 


어느 날, 옆집 주인 내외는 앞마당에 심어 놓았던 나무들을 죄다 뒷마당으로 옮겨 심었다. 그러고는 소나무 네 그루를 사 와 앞마당에 심었다. 도시 사람들은 마당에 과일나무를 심고, 그 열매를 따 먹는 것을 로망으로 생각한다. 그것은 그야말로 로망이다. 집 앞마당에 과일나무를 심어 놓으면 집이 볼품 없어진다. 이것은 현장을 직접 봐야 '아, 그렇구나'하게 된다. 


게다가 집 마당에 심은 과실수들은 생각만큼 멋진 열매를 맺지 못한다. 우리가 마트에서 사 먹는 맛과 크기의 사과와 배와 감이 열리게 하려면 엄청난 노동력과 나무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요구된다. 사과와 배 나무는 그냥 심어 놓는다고 크고 맛있는 사과와 배가 달리는 것이 아니다.   


정원수로는 소나무가 가장 좋다. 정원에 멋진 소나무를 몇 그루 심어 놓으면 순식간에 집이 아주 고급스럽고 운치 있게 변한다. 겨울에도 잎이 푸르기 때문에 황량함도 덜 하다. 부잣집 정원에 멋진 소나무들이 즐비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아무튼 옆집 주인 내외는 앞마당에 소나무 네 그루를 심었는데, 집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말 그대로 집이 살아났다. 문제는 돈이다. 슬쩍 물어보니 소나무 네 그루 사서 심는데 750만 원이 조금 더 들었다고 한다. 좋은 나무들은 값도 값이지만 크레인이 동원되어야 하기 때문에 좀 멋있다 싶은 나무를 심으려고 하면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러므로 소나무 네 그루 심는데 750만 원이 들었다면 사실 많이 든 것이라 할 수 없다.      


소나무 심기가 끝난 다음에 이어진 공사가 맨 처음 이야기 한 마당 경사면의 데크 공사다. 데크를 만들고 나자 안전을 위해 또 펜스 공사를 해야 했다. 결국 옆집은 1년 내내 이런저런 공사를 한 셈이다. 공사 비용만 해도 적잖은 돈이 들어간 것 같았다.  


1.정원 공사 1,500만 원

2.어닝과 부엌 창 처마 공사 200만 원

3.소나무 값 750만 원

4.펜스 값 700만 원

5.데크 값(데크 펜스 포함) 2000만 원

6. 현관 앞 돌 데크 공사 500만 원 


합계가 5,650만 원이다. 굵직한 공사비만 그렇다. 이 외에 자잘하게 들어간 것까지 따지면 비용은 훨씬 늘어날 것이다. 문제는 그런데도 아직 '완료 상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데크 공사가 끝나 구경을 하러 갔더니 옆집 아저씨가 이렇게 말했다. 


"외부 창고를 지어야 하는데....어디가 좋을까요?"


전원주택, 네버 앤딩 공사 스토리 


전원주택 마당은 아파트 베란다와 다르다. 아파트 베란다는 기껏해야 화분의 갯수 정도로 변화가 이뤄지지만 전원주택 마당은 땅을 파헤칠 수 있기 때문에 이런저런 구조물이 들어섰다가 없어지기도 할 정도로 다이내믹하다. 그러므로 언제나 '공사 거리'로 가득한 곳이기도 하다.  


전원주택을 지어 살면서 몇 년 동안 이런저런 부대 공사를 하고, 정원 가꾸느라 정신없이 살다 보면 시간이 후닥닥 지나간다. 중요한 부대 공사도 끝나고, 정원의 나무들도 자리를 잡아 일거리가 좀 줄어든다는 생각이 들 무렵, 연식이 오래되기 시작한 전원주택 여기저기 손 봐야 하는 곳들이 생긴다. 바야흐로 보수 공사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이제 시간과 에너지, 때로는 제법 목돈을 들여 여기저기 고쳐야 한다. 전원주택에 살면 '아무 할 일이 없는 날이 단 하루도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것이 전원주택 생활자의 현실이다. 물론 멋진 경치와 깨끗한 공기, 좋은 이웃들과 즐겁게 지내며 재미있게 살아가는 대가는 어떤 형태로든지 치르야 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 생각하면, 뭐 못할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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