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숙 시집,『타인의 의미』2010
너는 다리를 바꾸어 꼬았다. 그리고 손바닥 위에 턱을 올려놓고 너는 기다린다. 손바닥은 언제나 그것을, 그것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듯이 감싼다.
그래서 오늘은 너의 얼굴이 소중한 물건처럼 느껴지는가. 어느덧 무거워진 여행 가방처럼 여겨지는가.
너는 또 다리를 바꾸어 꼰다. 이봐요. 오른쪽왼쪽 왼쪽오른쪽 당신 다리를 도대체 몇 번째 바꿔 꼬는 거예요? 만약 이렇게 싱겁게 물었는데, 네가 열네 번째라거나 열아홉 번째라고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면 어쩌지. 너는 진지하게.
네가 기다리는 것이 이런 것이라고 정말로 믿어 버리면 어쩌지. 너는 분명히 잃어버리면 안 되는 것이 있다. 그것이, 그것이 무엇일까, 너는 기억해 내려고 애쓴다.
너는 오늘 두 번씩이나 네 집 초인종을 누른 택배 기사에게 상품을 건네받았다. 바로 이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고 너는 잠깐 생각했다. 그러니까 이틀 정도만 기다리면 되는 종류의 것.
이틀 정도만 잊고 고있으면 짠, 하고 네 앞에 나타나서 상기시키는 것. 네가 원하는 것이 이런 것이라고 네가 정말로 원해 버리는 어떡하지.
이봐요, 당신이 진짜 원하는 게 뭐예요? 이렇게 물었을 때, 너는 얼마나 오랫동안 머뭇거릴까. 그것이, 그것이 무엇일까, 생각하고 생각해도 너는 실망하지 않기 위해서.
너를 실망시킬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오늘 도대체 한밤중까지 일어나지 않은 일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너는 왜 울상인가, 가장 미운 얼굴이 되도록.
(주)믿음사
믿음의 시 169
©김행숙 시집,『타인의 의미』2010
58-59쪽
나는 그래
원하는 일과 원하는 것을 구분하라고 했다.
나의 아버지가 그랬는지
나의 어머니가 그랬는지
아, 나의 할머니가 그랬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들이 내게 주는 영향력으로 봤을 때,
그들과 같은 어른임을 어렴풋 인정하며
일과 것을 구분하며 살려고 한다.
수없이 당양한 방법을 시도했으나
가장 좋은 방법은
일은 행동으로, 것은 감정으로 정립하는 식.
내가 원하는 행동과
내가 원하는 감정을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면
꼭 꿈과 현실 같다.
함께 공존할 수 없지만 공존함으로써 계속된 이상의 공존에 가까워지는 식
혹은 공존은 가능하지만 공존을 부정함으로써 내가 계획된 공존에 성공하는 식.
그래서 어렵다. 내가 무엇을 어떻게 원하고 또 원하지 않는가를
단언하기 어렵고 찾기 어렵고 말로 설명하기도 어렵다.
또 그래서 쉽다. 계획적이고 이성적으로
아 또 규칙적으로 원하는 걸 표현하는 건 어려울 수 없으니까.
문제는 구분을 해도 모르겠는 건 모르겠다는 거다.
한참 쉽게 문제를 풀다가도
점 하나에, 물음표 두 개에, 느낌표 백만 개에
풀썩 주저앉아버리는 일과 주저앉아버리는 감정.
결국 '가장 미운 얼굴이 되도록'
결국 내가 원하는 나는 누구일까-
하는,
그런 삶 또는 사람 또는 당신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