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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이 Jun 19. 2018

너는 나에게 예측할 수 없는 사람

최선을 다해 꺼내놓는 고백





나에게는 아주 나쁜 습관들이 있었다. 

내가 받는 만큼만 혹은 내가 받는 것보다는 더 적게 주려는 습관. 사람은 다 똑같다 생각했다. 

겉으로 얼마나 드러내느냐의 차이지 세상 어느 누가 받는 것보다 더 많이 주려하겠냐고.

지레 나쁜 일을 짐작하고 마음을 닫아버리는 습관. 꽁꽁 싸매고 보여주지 않았다. 어차피 떠나갈 사람. 

내 밑바닥까지 다 보여주면 더 빨리 떠날 거라고 더 꽁꽁 싸맸다.  

떠나도 내가 상처받지 않을 만큼만 울지 않을 만큼만 마음을 주려고 노력했다.      

상자 속에 들어앉아 조그만 구멍으로 바깥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사실은 누가 꺼내 주길 기다리면서 스스로 나가서 나를 드러내면 상처받을 것 같으니까. 


어떤 사람은 말했다. 

내가 예상한 안에서 행동하는 사람이 좋다고 안정감 있고 믿음이 간다고. 

나도 그렇다고 생각했다. 너를 만나기 전까지

너는 내 예상 범위 안에 있지 않았지.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너는 나에게 예측할 수 없는 사람. 

내가 예상한 것보다 더없이 깊고 너른 사랑을 주는 사람.


미리 겁을 먹고 한 발 뒤로 물러날 때 한 발짝 반만큼 다가와 나를 바라보는 사람.

마음을 재는 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큰 표현으로 마음 전부를 다 내보여 준 사람.

오늘도 아무 일 없게 해 달라고 기도하던 나를 오늘은 어떤 즐거운 일이 생길까 궁금하게 만들어 준 사람. 

무심결에 나쁜 습관이 나와 마음을 꽁꽁 싸맬 때 따뜻한 햇빛과 같은 사랑으로 마음 열게 하는 사람. 

스스로를 못나고 부족한 사람이라 생각하던 내가 조금은 괜찮은 사람임을 알게 해 준 사람.

사랑이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고민이라 말하던 나를 사랑이 가장 소중하다 여기게 해 준 사람.

세상에 얻어맞아 울며 집으로 돌아올 때 저 멀리 마중 나와 있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마음 놓이게 하는 사람.     

세상 전부를 다 아는 줄 알았던 나를 또 다른 우주 앞에 데려다준 사람.

스스로에게 이로운 일들만 했던 나를 너의 웃는 얼굴만을 위해 생전 해 보지 않았던 일들을 하게 하는 사람.

현실적인 제약 앞에 헤어져야 하나 벌벌 떨고 있을 때 천년을 산 느티나무처럼 내 옆에 서 있는 사람.

어른인 척 무감한 척하던 나를 아이처럼 뭐든지 새롭게 볼 수 있게 해 준 사람.

좋은 감정도 나쁜 감정도 숨기는 게 익숙했던 나를 내 감정 있는 그대로 내 보일 수 있게 해 주는 사람.  

너를 단지 타인으로 이해하려 했던 나에게 이해를 넘어서 네가 될 수 있게 해 준 사람.   

그리하여 절망, 좌절, 슬픔에 주저앉아 있을 때

서서 손 내밀기보다 같이 마주 앉아 미소 지어 주는 사람.

비를 맞고 서 있을 때 같이 빗속에 뛰어들어 함께 춤을 추게 하는 사람.


너는 나에게 그런 사람이다.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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