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gi Aug 15. 2024

커피를 쏟는 것은

 커피를 쏟았다. 손님이. 얼마 못 마신 커피 두 잔이 바닥에 흘러내렸다. 양이 많아서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다행히 흰 옷에 튀진 않았다. 마침 오늘 아침, 청소를 하고 밀대가 너무 낡아 버렸는데 조금 더 뒀다가 버릴걸 그랬다는 후회를 했다. 3명이 힘을 합쳐 걸레와 키친 타올로 커피를 닦아냈다.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고, 다행히 설탕이 들어간 음료가 아니어서 끈적이지도 않았다.

 연신 사과를 하는 커플에게 괜찮으니 자리를 바꾸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다. 닦긴 닦았지만 그래도 바꾸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었다. 그랬더니 오히려 여자 손님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오히려 커피 향이 나서 더 좋아요!


 사람의 긍정성은 늘 발동되진 않는다. 세상엔 여러 가지가 나를 힘들게 한다. 쉽게 우울해지고 예민해지고 신경이 곤두서게 하는 일들은 많다. 하지만 쉽게 좋아질 수도 있다. 어떤 상황이든 물체든 원래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것은 없다. 결국 사람의 시선에서 그 상황과 물건이 좋은지 나쁜지 만들어진다. 그러니 좋게 바라보면 좋은 것, 평안을 유지한다면 그저 좋은 것이 더 많이 내게 오는 것 같다.


 또 하나, 예전에 읽은 책에서 모든 것은 중력에 의해 일어난다는 문장이 있었다(정확하진 않다. 그런 뜻일 뿐). 그 책을 읽기 며칠 전 화분을 옮기다 미끄러져 무릎을 크게 다쳤는데 자책을 했고 잘 못 걸어 성질이 났는데, 중력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안했다. 사람은 언제든 넘어질 수 있는 것. 그저 그게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커피를 쏟거나 뭔가를 흘렸을 때 다들 죄송하다고 한다. 조심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지만 나는 그건 모두 중력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조금도 화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전하고 싶다. 어쩔 수 없죠, 그건 중력에 의한 것이니깐요.

이전 07화 라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