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D-22 눈 내리던 날 아빠랑 첫 여행을 다녀왔어

by 조아름

오늘 아침부터 눈이 보슬보슬 내리더니 오후에는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머리 위에도 눈이 쌓이고 거리에도 하얀 눈이 쌓이고 있었다.

창문 밖으로 눈 내리는 풍경을 보다 보니 남편이 남자친구였던 시절, 처음 여행을 갔던 날이 떠오른다.



뭐든 의미 부여하기를 좋아했던 연애 초기에 우리의 첫 여행지는 영월로 정했었다.

강원도 중에 아직 둘 다 가보지 않은 영월이라는 지역이 우리가 함께하는 첫 여행지로 정하기까지는 어렵지 않았다. 마침 둘이 여행을 떠나는 날, 눈이 펑펑 내렸다. 낭만 한 스푼 아니 열 스푼 가득 더해졌다.



어린아이들이 눈 오는 날 설레어하는 것처럼 다 큰 어른인 우리는 눈을 바라보며 여행을 떠나면서 설렘 가득했다. 처음 발을 디딘 영월이란 땅은 한적하고, 신선한 공기와 함께 온통 하얀 신비로운 곳이었다.


KakaoTalk_20250131_172646510.jpg
KakaoTalk_20250131_172646510_04.jpg

가뜩이나 둘의 첫 여행이라 설렘은 폭발 직전인데 이렇게 이국적이고 신선한 분위기까지 있는 곳이라니, 행복 그 자체였다. 눈 내리는 날이면 가끔 영월에서 그와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펜션에서 고기도 굽고 음식을 해 먹어 보겠다고 같이 장도 보고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갔었다.

티브이도 필요 없이 서로에게 반짝이는 눈동자 조명 아래, 술 한잔과 함께 달콤한 이야기를 안주 삼아 함께 보냈던 그날이 아득하게 펼쳐진다.


KakaoTalk_20250131_174845599.jpg
KakaoTalk_20250131_174845599_02.jpg


남편은 가끔 얘기한다. 영월에서 내가 만들어준 치즈김치전이 참 맛있었다고.

우리는 그때를 추억할 때마다 약속을 다짐한다.

삶에 치여 살지 말고, 지금처럼 서로 존중하며 좋은 곳을 찾아 함께 떠나 추억을 쌓으며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자고.



아버님은 결혼식날 축사를 해주셨는데 이렇게 마무리하셨었다.

"오글거릴 정도로 알콩달콩 둘이 재밌게 살아라."

아직 1년도 안된 신혼부부이지만 우리는 서로 함께 하는 시간이 재미있고 즐겁다.

물론, 아기를 낳고 바쁘게 살다 보면 마냥 지금 같을 수만은 없겠지만 그래도 변하는 시간과 환경 속에서 서로의 소중함 잃지 말고 함께 하는 마음은 변치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은 미루어 두었던 혼인신고를 한 날이다.

혼인신고서를 제출하면 구청에서 안내를 해주는데 "취소 불가" 임을 언급한다.

나는 크크 웃어대며 앞으로 취소는 불가하니 마음 크게 먹으라고 했다. 우리는 그렇게 공식적으로 진짜 부부가 되었다.





22일 전 허니에게 쓰는 편지


허니야! 오늘은 아빠랑 엄마랑 공식적으로 부부가 된 날이야:) 구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하고 왔어. 법적인 절차를 진행하는 것인데 그걸 통과하면 진짜 부부가 되는 거야. 그래서 오늘이 엄마 아빠에게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네. 이제 곧 허니가 세상 밖으로 나오면 우리 세 식구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뭉쳐지겠구나. 무척 설렌다. 앞으로 건강하게 만날 수 있도록 엄마도 열심히 운동하면서 준비해 볼게! 오늘도 사랑한다 허니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