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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9 오늘의 소소한 행복을 기억하고 싶어

by 조아름

오늘 아침, 눈을 뜨자 따뜻한 햇살이 이불 사이로 스며들었다.

기분 좋은 시작이었다.

산책을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볍게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섰다.



오랜만에 날이 풀리고 햇살이 좋아서인지 발걸음이 한층 가벼워졌다. 문득 베이글이 먹고 싶어졌다.

20분 거리에 있는 베이글 가게를 향해 열심히 걸었다. 드디어 주문한 바질 잠봉뵈르 베이글을 한입 베어 무는 순간, 고소한 빵과 짭조름한 햄, 향긋한 바질의 조화가 입안 가득 퍼졌다. 너무 맛있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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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분을 이어가고 싶어 동네 감성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따뜻한 디카페인 카페라떼 한 잔과 내가 좋아하는 에그타르트를 주문했다.

입에 착 감기는 라떼 한 모금, 촉촉한 에그타르트 한 입. 이렇게 작은 것들로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니.



'행복, 정말 별거 아니잖아?' 하는 생각과 함께 오늘의 평온한 순간을 온전히 만끽했다.

아침에 교회 동생이 보낸 카톡이 떠올랐다.

"출산 직전에는 매일매일 과식해야 해요! 출산 후에는 수유하느라 먹고 싶은 거 맘대로 못 먹어요."

그 말이 떠올라서인지 오늘은 왠지 책임감을 가지고(?) 먹고 싶은 걸 마음껏 즐기고 있다.



이 순간의 소소한 행복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언젠가 이 평범한 하루도 그리울 날이 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9일 전 허니에게 쓰는 편지


오늘은 햇살이 너무 좋은 하루였어, 허니야! 엄마와 함께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기분 좋은 산책을 했지? 산책하는 내내 허니도 즐거웠을 것 같아.

그리고 오늘, 허니 할머니와 통화를 했어. 통화를 하다 보니 문득 엄마도, 우리 허니도 참 사랑받고 있는 존재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더라. 그 사실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지 몰라.

다음 주면 드디어 허니를 만나는 날이야! 할머니께서 출산 잘하라고 힘내라며 맛있는 밥을 사주고 싶다고 하셨어. 그래서 이번 주 토요일, 할머니 댁에 가서 함께 돼지갈비를 먹기로 했어. 엄마도 벌써부터 기대가 돼!

엄마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일찍 떠나셔서, 오랫동안 엄마 없이 지내왔어. 그 빈자리가 늘 컸지만, 허니의 할머니(아빠의 엄마)께서 따뜻한 사랑으로 채워주시는 것 같아.

이 고마운 마음, 엄마도 표현을 잘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네. 그래도 허니가 태어나면 엄마도 더 용기 내어 사랑을 표현하고, 더 많이 감사하며 살아가려 해. 우리 허니도 그런 따뜻한 마음을 느끼며 자랄 수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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