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침대 속에서 남편과 서로 잘 잤는지 안부를 물으며 아침을 시작했다.
요즘 새벽이면 가끔 아래쪽에 찌릿한 통증이 찾아와 잠에서 깰 때가 있다.
허니가 곧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는 신호일까?
아프지만 반가운 징조다. 오늘도 그렇게 눈을 떴다.
교회에 가는 대신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남편이 만들어준 볶음밥과 미트볼로 아침 식사를 했다.
설거지까지 말없이 해주는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마운 마음이 차오른다.
기특한 사람,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언제부턴가 내 일기는 짜릿한 사건보다 평범한 일상의 감사와 기쁨을 담고 있다.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어서,
나를 기억하고 축복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햇살 좋은 날 기분 좋은 산책을 할 수 있어서,
남편의 작은 배려와 사랑 표현에 감동받아서…
얼마 전 친한 언니와 만났을 때, 언니가 읽고 있는 책을 보았다.
제목은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책이 궁금해 서평을 찾아보았는데, 그중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어른이 될수록 짜릿함보다 고요함이 좋아진다."
잔뜩 공감이 되는 문장이었다.
나의 일상은 점점 잔잔해지고 있다.
고요한 바다로 깊이 빠져드는 느낌.
그 속에서 조개나 작은 물고기를 발견하듯,
일상의 사소한 행복과 평온함을 찾아간다.
나는 지금의 내 일상을 사랑한다.
6일 전 허니에게 쓰는 편지
엄마의 일상에 허니가 잔잔히 스며들고 있어.
허니야, 엄마는 그게 참 좋아.
오늘도 아빠랑, 그리고 뱃속의 너와 함께 나란히 산책을 했어.
걷는 내내 참 평온했단다. 따스한 햇살, 살랑이는 바람, 그리고 우리 셋.
그 시간이 엄마에게는 잔잔한 행복이었어.
산책하면서 아빠랑 이런 대화를 나눴어.
"30년 뒤에는 허니가 서른 살의 청년이 되어 있겠지?
그때 엄마랑 아빠는 육십을 넘은 중년이 되어 있을 거고."
그 시간이 금방 올 것만 같아, 마치 지금 이 순간도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하지만 먼 훗날을 상상하기 전에, 먼저 다음 주에 우리 허니를 만날 수 있을까?
병원에서는 아직 진전이 없으면 그다음 주가 될 수도 있다고 했지만,
어쩌면 곧 일지도 몰라. 정말 곧이야.
엄마도, 아빠도,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허니를 기다리고 있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곧 만나자 허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