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라도 가자고 할까?'
내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남들은 연인이 함께한다는 연말도 어느새 훌쩍 지나 내일 모레면 새해가 되는데 연우는 크리스마스에도 당직에 늘 바쁘게 근무하고 틈틈이 나를 데리러 오거나 데려다주거나 늘 그렇게 얼굴을 보다 보니 함께 날을 지새운 날 적도 없었다.
그렇다고 늘 바쁜 사람에게 같이 있고 싶다고 조르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외박은 안된다는 그에게 그의 집에서 잔다고 버티다 결국에는 번번이 쫓겨나 집에 질질 끌려들어 온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절대 나 혼자 그의 자취방에 자면 안 되고 본인이 같이 자면 그다음을 감당할 수 없다는 생뚱맞은 이유였다.
'왜? 뭐가 감당할 수 없다는 거지? 방에 여자라도 숨겨 둔 건가? 아니면 알고 보면 유부남?... '
일리는 없지. 그러기에 그의 스케줄은 이미 내가 다 접수해 둔 터라... 휴우. 어떻게 보면 저렇듯 미친 듯 일만 하는 연우가 나 때문인 거 같아 한편으로는 마음이 더 안 좋았다. 그의 마음을 아니까. 진심인 걸 아니까.
혼자 고민고민하다가 결국 나는 덜컥 제주도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뭐. 안 가면 나 혼자라도 가야지 설마 혼자 보내겠어?'
란 그런 마음으로. 하아. 겨우 얻은 알바자리도 결국에는 이 여행 때문에 그만두고. 올해가 지나면 이제 알바 말고 뭔가 다른 수입원이 필요한데 큐레이터 초봉은 너무.... 박해.... 히잉...
또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왔다.
" 제주도 여행 가요? 어머 부러워라. 용케 성수기에 표를 구했네요? "
" 헤헤. 퇴근하세요? 학예사님?"
" 가봐야죠. 애들 기다리는데 미소씨는 퇴근 안 해요?"
" 아 전... 저도 갈려고요. 그럼 내일 뵐게요. "
아 깜박 잊고 있었다. 저녁에 연우를 만나기로 했는데 알려줘야지라는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들떠서는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
어제 연말 회식자리로 술 한잔 한 연우를 태워다 주고 차를 몰고 온 덕분에 예상보다 조금 일찍 주차장에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연우가 보였고 차에서 막 내리려던 참.
연우가 다른 차를 타는 게 아닌가?
' 응? '
하고 쳐다보니 웬 여자? 뭐지? 그러고 보니 그때 그 예쁘장하고 나보다 어려 보이던 명간호사? 두근두근 두근두근. 미친 듯 심장이 요동쳤다.
'이건 뭐지. 오빠가 우리 연우가 그럴 리 없잖아?'
이때 연우의 전화.
" 왜 이렇게 늦게 받아. 너 주차장으로 오지 말고 지금 1시간 반정도 여유 있으니까 00 백화점 맞은편 거기 차이니즈 레스토랑 알지? 그러니까 그리로 바로 와. 나 지금 방금 주차장 나와서 바로 거기로 갈 테니까. 알았지?"
"...."
" 운전 중이야? "
" 으응. "
" 그래 운전조심하고 지금 막히는 시간이니 조심해서 알았지?"
그래 운전 중이다.
"나 너님의 뒤를 밟고 계신다.
이건 뭐 하자는 거야. 누구는 아침부터 아니지. 내가 몇 주째 고민해서 여행계획을 세웠는데 그리고 오늘 마침 실행에 옮겨 성공했는데 그것도 버젓이 내 눈앞에서 다른 여자 차를 타고 가? 미쳤어?
저놈이 내가 어떤 년인 줄 알고! 부들부들 부들부들. 운전대를 잡은 손은 미칠 듯 떨려서 숨도 채 쉬어지지 않았다. 연말이고 지랄이고 우린 전쟁이다. 내가 그 재우새끼 이후로 다시는 이런 경우 안 당한다고 그렇게 마음을 먹고 철석같이 믿었는데.... 감히... 네가..... 연우 네가.... 으으으으으으으"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아무 생각이 더 이상 들지 않았다.
백화점 주차장에 도착은 했지만 막상 올라갈 엄두도 나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어떻게 이걸 받아들여야 하는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너무 화가 나 옆에 두었던 물병을 들어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마시며 갑자기 불현듯
"이 물병, 그래 어 어제 술 먹고 정신을 못 차려서 내가 응? 급히 편의점 가서 연우 너 준다고 물도 사다 줬는데 편의점서 물도 안 사 마시는 너를 위해 내가 물도 샀는데 어디 내 눈앞에서... !"
"와작!"
미친 듯 부들거리는 온몸에 미친 듯 요동치는 심장에...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마음에 진정 진정 또 진정을 시키려고 하는데 화장실이 가고 싶다.
' 이 상황에 어떻게 하지... 곧 내려올 시간인데... 에잇 몰라. 일단 화장실부터 가고 보자.'
차에서 내려 황급히 급한 마음에 계단을 단숨에 올라 미친 듯 1층을 뒤져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 엘베를 지나는데 선물 가방을 든 그 명간호사와 오빠가 나란히 서서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급한 마음에 어디로든 일단 숨으려 돌아서는데,
" 이미소. 도착했으면 전화를 하지. 이리 와."
" 어머 그때 말씀하셨던 여자친구분이세요? 안녕하세요. 같이 근무하는 명은혜입니다."
아 어떻게 하지? 태연한 척? 화가 나 미칠 것 같은데.. 돌아서 그냥 모른 척? 아니지. 저들은 이미 나를 보고 인사하는데... 아님 이대로 돌아가기가... 휙.
" 어머 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어요. 명간호사님."
" 어머 정샘이 제 이야기를 했어요? 호호호. 알고 보니 정샘 말씀 잘하시는 분이시군요. 몰랐네요. "
' 도대체 무슨 말을 잘한다는 거야. 부글부글... 도대체 나 말고 다른 여자들한테 어떻게 하길래... '
흐음. 나는 크게 숨을 내쉬고는 입에 약간의 미소를 머금은 채 차로 갔다. 그러자 그가 차 트렁크에서 선물을 꺼냈다.
' 응? 저거는 또 뭐야. 이 사람들이 뭐 하자는 거야? 언제부터 저렇게 선물을 들고 다닌 거야?'
" 괜찮으시면 저희 차로 같이 이동하시죠. 명간호사님."
" 아이참. 그냥 사석에서는 은혜씨라고 부르라니까요. 호호호호."
" 하아."
아 정말 더 듣기 거북한 저 웃음.
" 미소야. 왜 속이 안 좋아? 물 마실래? 응? 이 물병이.. 다 마셨어?"
나는 운전하는 하는 연우를 바라보며 '씨익 '웃어 보이며 썩소를 날려주었다. 부들부들. 불끈 쥔 주먹을 떨어가며 그렇게 연신 썩소를 날리며. 뒤에 명간호사가 끊임없이 환자들에 대해 연우에게 말하며 혼자 웃었다가 박수를 쳤다가 난리를 치는데 나는 가끔씩 째려보듯 봤다가 다시 뒤에도 썩소를 날렸다가.
그렇게 연신 상황을 파악하고자 마음을 다잡으려 했지만 머리는 아직도 백지상태다. 와 이분을 어떻게 삭히고 어떻게 하지? 근데 명간호사는 왜 자꾸 오빠만 보면 마치 꼬리 치듯이 저렇게 살살 웃으며 내 의자는 왜 자꾸 두드리며 웃는 거지?
레스토랑에 도착해 룸으로 안내받고 들어가자 웬 남자가 앉아 있었다.
" 안녕하세요. 제수씨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저 이 친구랑 같이 근무하는 김현태입니다. "
" 아. 안녕하세요. 이미소예요. 음. 저희 구면인 거 같은데..."
" 그렇죠? 그때 오셨죠? "
" 어머 미소씨 처음 보는 거 아니었어요?"
'자 이제 상황정리가 필요할 타이밍인데... 연우?' 이런 눈빛의 내마음을 아는지 연우를 바라봤지만 연우는 그저 눈에 하트가 동동 떠진 채 저들을 바라보고 있다. 어딜 봐. 나를 보라고!
"저희 동기모임이랑 과 화식 때도 오시고 종종 뵈었는데 얼굴을 이렇게 마주하기는 처음이네요. 이렇게 보니 더 미인이시네요. "
" 우리 미소가 한 미모 하지. 꾸미면. "
자. 미소 정신 차리자. 지금 연우가 드디어 공격을 개시했어.
" 제가 한 미모 하죠. 꾸미면. 안 꾸며도 눈에 띌 정도셨다니뭐. 칭찬 감사해요."
" 어머 재치 있으시다. 호호호호."
그녀는 그렇게 웃으며 곁에 앉은 현태를 막 때린다. 아 저 손모가지. 좀 그대로 둘 수 없나. 매우 거슬리네.
똑똑.
두드리는 소리에 보니 어느새 종업원이 들어와서는
" 주문 주신 걸로 식사 준비할까요?"
" 네. 부탁드릴게요. 호호. "
'아 말도 그냥 애교가 넘치는구나.'
끊임없이 웃고 있다. 남자들 입에서 웃음이 가시질 않네. 그래. 그건 내가 인정하지. 저 정도 미모에 몸매에 저렇게 애교장착하면 머 어지간한 남자들은 다들 넘어가겠군. 근데 넌 아니잖아. 이 연우자식아.....라는 내 말이 들렸나? 연우가 쓱 나를 바라보더니,
" 물 줄까?"
" 물은 무슨 아직 정신 있어요."
" 아니 술 아니고 물인데?"
" 그러니까요."
그러자 현태가 우리를 바라보며
" 잠시도 눈을 못 떼시네. 연우가 그리 좋으세요?"
그 순간. 나도 모르게
" 아. 아뇨? 제가 왜요?"
" 내가 말했잖아. 엄청 뒤치다꺼리한다고 따라다녔다고. 나한테 이제는 꼽힐만하지. 흐흐."
" 서 설 마 그럴 리가요?"
대답을 하자마자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연우를 째려봤다. 그러자 연우가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 오늘은 눈빛이 또 달라 보이네. 이건 못 보던 눈빛인데?"
이렇게 말하며 얼굴을 들이밀고는 눈을 요리조리 굴리며 내 눈동자를 바라봤다.
' 와 저 눈깔. 와이씨. 확 찌를까? 어떻게 저렇게 천연덕스러울 수 있지? '
그렇게 생각이 드는 찰나,
" 저 잠시 나갔다 올게요. 이야기 나누고 계세요. "
그러자 현태가 내게 또 말을 걸어온다.
" 저자식 속 많이 썩이죠? 말도 잘 안 하고?"
" 아뇨! 전혀요? 미주알고주알 다 말해요. 온갖 거 다!"
" 야 내가 언제 그랬다고 그래?"
" 아닌가? 말 안 했었나? 흐음. 저 대리기사로 부려 먹은 건 알고 계세요?"
" 아뇨? 그럼 그때 아... 그렇게 꼬셔냈구나. 이 자식."
응? 이건 뭐지?
" 네? 아 제가 운전해 준다고 했어요. 그때 대리기사해준다고. "
" 그거야 알죠. 저희 더러 절대 내색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해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했었는데."
" 아 그러고 보니 그랬네요. 그때 용돈 감사했어요. 그런 의미인 줄도 모르고 제가 넙죽 받아 왔더라고요. 글쎄."
" 아하핳하"
연우는 큰소리로 웃더니 갑자기 물을 벌컥벌컥 마셔댔다.
" 자기 마음 내색하면 절대 안 온다고 하도 그래서 그때 미쳐 정식으로 인사 못 드려 죄송합니다. 저희가 하도 궁금해서 연락하라고 난리였거든요. 그랬더니 그다음부터는 술술 잘 데려 나와서 연우 마음 아시는 줄 알았어요."
" 아... 아...."
" 자취방도 코앞인 놈이 맨날 술도 멀리 가서 먹자고 하고. 덕분에 저희가 서울시내에 좀 돌아다녔습니다. "
그 순간. 방에 불이 꺼지며,
" 생일축하합니다. ~~ "
나지막한 여성 음성. 고개를 돌려보니 은혜가 케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며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어 오빠생일인가? 아직 아닌데? 그러며 바라보니
얼결에 노래도 같이 부르고 박수도 치고 나니 갑자기 은혜가 선물을 꺼내서 현태에게 주며,
" 저 저랑 오늘부터 1일 이신 거죠?"
현태는 쑥스러워하며 머리를 연신 긁어댔고 연우는 차에서 꺼냈던 선물을 주며
" 야. 내가 다 말했어. 너도 마음 있는 거 같다고. "
" 이 자식이. 그런 건 미리 나한테 귀띔이라도 주지. 감사합니다. 은혜 씨."
" 축하한다. 그럼 이제 식사하시죠."
흐음. 이건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이제야 상황을 알겠는데 그래도 내 마음은 이리도 진정이 안되고 화가 나는 건 뭘까. 그렇다고 마음이 풀린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화를 내기도 그렇고.
식사를 마치고 나오며 은혜와 팔짱을 낀 현태가 말했다.
" 이렇게 자리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제수씨. 덕분에 제가 오늘 득을 봤네요."
이건 또 무슨?.... 말?
" 자 그럼 저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두 분 잘 되시길 바랍니다. 내년에는 국수 먹었으면 좋겠네요."
나는 그들과 인사를 한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씩씩 거리며 차에 올랐다.
차에 타자 마자 다짜고짜,
" 내가 백번 양보해서 오빠가 미리 말할 시간이 없었다 하니 그렇다고 쳐요. 왜 말을 안 해서 사람이 오해하게 만들어요? 응? 난 분명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두 귀로 똑똑히 들었는데. 응?"
" 왜에 어느 타이밍에서 네가 오해를 한 거냐니까?"
하아 열받아. 왜 자꾸 잘못은 자기가 해놓고 나한테 딱 잡아 때지?
" 오빠 그렇게 말했어. 분명히 나한테 레스토랑으로 바로 오라고!"
" 내가 언제? 백화점에서 보자고 했잖아. 와 얘가 생사람 잡네."
" 생사람? 생사람? 아니 나를 이렇게 열받게 한 사람이 도대체 누군데? 확인해 봐 어디!"
" 그래. 이건 정말 짚고 넘어가자. "
그렇게 해서 우리는 블랙박스를 뒤졌다. 그런데... 이건 아닌데? 블랙박스에 대화내용은...
" 왜 이렇게 늦게 받아. 너 주차장으로 오지 말고 지금 1시간 반정도 여유 있으니까 00 백화점 맞은편 거기 차이니즈 레스토랑 알지? 그리 갈 거니까 00 백화점으로 바로 와. 나 지금 방금 주차장 나와서 바로 거기로 갈 테니까. 알았지?"
"...."
" 왜 대답이 없어? 아직 출발 안 했지? 운전 중이야? "
" 으응. "
" 그래 운전조심하고 지금 막히는 시간이니 조심해서 알았지?"
그래 운전 중이다.
"나 너님의 뒤를 밟고 계신다.
이건 뭐 하자는 거야. 누구는 아침부터 아니지. 내가 몇 주째 고민해서 여행계획을 세웠는데 그리고 오늘 마침 실행에 옮겨 성공했는데 그것도 버젓이 내 눈앞에서 다른 여자 차를 타고 가?
미쳤어?
저놈이 내가 어떤 년인 줄 알고!
연말이고 지랄이고 우린 전쟁이다. 내가 그 재우새끼 이후로 다시는 이런 경우 안 당한다고 그렇게 마음을 먹고 철석같이 믿었는데.... 감히... 네가..... 연우 네가.... 으으으으으으으"
"벌컥벌컥"
"이 물병, 그래 어 어제 술 먹고 정신을 못 차려서 내가 응 급히 편의점 가서 연우 너 준다고 물도 사다 줬는데 편의점서 물도 안 사 마시는 너를 위해 내가 물도 샀는데 어디 내 눈앞에서...
" 와작!"
" 푸훕, 푸훕. 크하하하하하하하."
블랙박스를 보던 연우는 배를 잡고 뒤집어졌고 그 순간 나는 제정신이 돌아왔다.
나는 미처 몰랐다. 음성녹음도 되는 거구나. 거기에 분노에 찬 내 말이 그냥 내 머릿속 말이 아니고... 차 안에서 내가 한 말인데... 나 저렇게 흥분해 있었구나. 아 쪽팔려. 쥐구멍이 어디 없나...
아. 누가 말했던가 질투에 눈이 멀면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
그는 차를 몰며 연신,
" 기분 풀어. 응?"
부끄럽고 그런 나 자신한테 화가 나서 말도 못 하겠고 혼자 그렇게 계속 아무 말 안 하고 팔짱을 끼고 뚱하니 있으니 급기야 연우가 길을 가다 차를 세웠다.
" 와. 도저히 안 되겠다. 오늘은 날이 아닌가 봐. "
"..."
" 내려봐."
성수대교. 그 갓길에 그렇게 차를 세웠다. 연우의 표정은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 사실은 말이야. 내가 오늘 백화점 간 건 이거 때문이야. 너 줄려고. 정말 근래 열심히 일했거든. "
그가 내 보인 건 별모양 목걸이었다.
" ...그래서 명간호사가 오늘 시간 괜찮으면 고백할 건데 선물 좀 추천해 달라고 하더라고.
내가 너한테 선물 줄려고 백화점 간다고 하니 같이 가자고 하면서. 현태가 명간호사한테 마음이 있는 거 같은데 현태도 고민이 많은 놈이라 말을 잘 못해하니까 내가 오늘이 생일이라고 그냥 그 말만 명간호사한테 알려줬었는데 그게 이렇게 될지 몰랐지. 근데 난 이걸 지금 줄려고 했던 건 아닌데 말이야. "
나는 그를 와락 껴안았다.
" 미안해. 오빠. 내가 미쳤었나 봐."
" 크흡. 크흡.... 아 내가 이럴까 봐. 정말 철저히 계획을 세우는데 왜 오늘은 일이 이렇게 꼬이냐. 근데... 왜 이렇게 난 이게 재밌지? 웃으면 안 되는데... 크흡"
그는 연신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난리도 아니었지만 왜 난 그런 그가 더 고맙고 사랑스럽게만 보였을까.
" 머 암튼 오늘은 물 건너간 거 같은데... 아직 다리 건너기 전이니... 안 되겠다. 그냥 오늘은 오빠집에서 자고 가자. 그냥은 못 보내겠다. 도저히. 너무 사랑스러워서 말이지. 크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