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가도 문득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연우와 시간을 그렇게 보내고 벌써 3월. 어느새 그의 생일이 성큼 다가와 가는데 생각해 보니 그에게 기념일이나 뭐 특별한 날이라고 선물 다운 선물을 사준 적이 없었다.
그저 케이크 대신 초코파이 12 개를 올린 접시에 초, 작년에는 연우에게 그나마 넥타이 선물을 해줬는데 그것조차 연우는 잘 안 하고 다니는 것 같고 맨날 와이셔츠도 정해진 것만 입으니 사줄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취미로 다른 게 눈에 띄는 것도 없어 보이고.
하루는 큰 마음을 먹고 백화점에 갔다. 그에게 내심 밸런타인데이란 핑계로 와이셔츠라도 선물하려고.
" 아 좀 알려주라 오빠랑. 응?"
" 안돼. 바빠. "
" 아니 사이즈 알려주는 게 그리 힘들어? 그냥 오빠 옷장에 있는 와이셔츠 그 집 바로 간다?"
" 사줘도 안 입어. 알잖아. 나 나름 매우 깐깐한 거. 단추 하나 깃 하나 디자인 하나 모두 만족해야 고른다고. 괜한 데 돈 쓰지 말고 그냥 들어가. "
그렇게 전화로 한참을 싸우고 며칠을 토라져 말도 안 하고 그러다 연우가 싹싹 빌어서 화해를 했다.
" 무슨 인간이 지 선물을 못 사게 해. 쳐 까탈스러워가지고. "
허나 저나 걱정은 걱정이었다.
'뭘 선물하지? 그래도 생일인데? 흐음. '
시간은 어찌 이리도 쏜살같다는 말인가.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 그가 알아차리면 안 되니까. 나는 용기를 내서 학예사님께 갔다.
" 저 학예사님 저 죄송한데 오늘 반차를 써야 해서요..."
" 어머 생전 안 쉬던 미소씨가 웬일이야? 어디 아파? "
" 저 그게 생리통이 터져서요. "
" 아 그래? 나 여기 약 있어. 줄까? 먹으면 1시간이면 괜찮아지는데... 어디 보자 어딨 더라.?"
' 아 이게 아닌데... 어떻게 하지?'
" 저 간 김에 남자친구한테 가려고요. "
" 어?"
나름 매우 당황하고 황당해 하신 학예사님.
' 아 얼마나 어이없을까. 생리통 핑계를 대다니 믿도 끝도 없이...'
" 깔깔깔깔 "
" 귀엽네. 미소씨. 왜 갑자기 간대? 맨날 보는 사람한테."
" 그게 저... 사실은..."
정말 이런 일로 말해도 되나 싶었는데 정말 내가 너무 어리고 철없고 책임감도 없고 무책임한 건 아닌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될 것 같아서 정말 큰 마음먹고 에이 잘리면 아르바이트하지 뭐 이런 생각으로.... 사심 없이 그냥 솔직하게 나름은 진지했던 내 고민을 말하자,
" 후훗. 그럴 때가 있지. 어이구. 그게 고민이셨어? 그럼 진작 말을 하지. 아이 귀여워. 난 또. 반차 안돼."
" 네..."
아 쪽팔려.
' 하 이럴 줄 알았다.'
" 대신에 2시에 나가요. 미소씨 출장 있는 거 아니었어? 대학가에? 뭐 급한 일이야 누구나 생길 수 있으니까 말이야. 후훗. 오늘 일은 못 들은 걸로 할게. 늦겠다. 그 전에 일 마무리하려면. 서둘러요. "
그 말에 나는 그만 눈물이 핑 돌았다. 그간 학예사님이 집에 애들 챙기느라 자리를 비우면 항상 대신 일 봐드리고 몰래 출장 기안 올리고 해서 다 땜질한 보람이 있었네. 휴우.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그 일들.
" 학예사님 너무 감사해요. 사랑해요. "
" 어머 미소씨 이렇게 애교 있는 여자였어? 몰랐네. 아구 이뻐라. 올해는 꼭 국수 먹자?"
그렇게 시간을 내서 연우 집으로 향했다.
미친 듯 장을 봐서 미역국에 계란말이에, 가지나물에 고사리나물, 콩나물, 리코타 샐러드 그리고 통통하게 잘빠진 민어 한 마리를 사서 열심히 구워서 어머니께서 주신 배추김치에, 깻잎에 마늘종 장조림에 후암... 그래도 뭔가 허전한데?
급히 전화를 돌려 중국집에 전화를 했다. 그리고는 깐풍기에 잡채밥을 주문을 하면서
" 저 죄송한데요. 사장님. 저 진짜 죄송한데 돈은 더 드릴 테니 그냥 잡채밥에서 밥 빼주고 잡채를 밥만큼만 더 주시면 안 될까요? 오늘이 제 생일이라서요. "
그렇게 거짓말까지 하고서 한상을 차려 놓았다.
그리고 서둘러 초코파이를 올리려고 보니... 아 그래도 이제는 이건 아니다 싶어서 바로 다시 옷을 갈아입고 케이크를 사러 미친 듯 달려 나가는데... 연우다. 연우가 집 앞에 차를 탁 세우고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하는 게 아닌가.
' 우 씨. 조금만 더 서두를걸. 어떻게 하지? 저 인간이 지금 들어갈 타이밍이 아닌데...'
" 어 오빠 왜 벌써 와요?"
" 어디 갔다 와. 전화도 안 받고. 늦었어. 서둘러."
" 왜 너는 우리 집에 와 있어. 응? 내가 너 때문에 스케줄이 꼬였잖아. 어서 타. "
그렇게 말하며 내 손을 이끌고는 바로 차에 태우려는 것이 아닌가. 나는 토끼 눈을 하며
" 오빠 잠시만 나 핸드폰이랑 가방!"
그러고 후다닥 집에 들어와 급히 식탁 음식에 미친 듯 A4용지를 막 덮었다. 그리고 가방을 들고 핸드폰을 확인한 뒤 그렇게 바로 연우차에 올랐다.
" 어디 가는데요?"
" 뭐 또 말하면 도망이라도 가게?"
" 아니 어디를 가는지 정도는 알려줘야죠. 오늘 같은 날."
" 오늘? 오늘이 무슨 날이야?"
' 하아. 지생일도 기억 못 하나? 도대체 정신은 어디다 팔고 다니는 거야.'
" 그거야.. 음... 그러니까.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어디 가냐니까? 오빠?"
" 식사하러. 미애 누님이랑. 현규랑."
" 뭐?"
" 차 세워봐요. "
" 안돼. 오늘은 어떤 일이 있어도 도망 못 가. "
" 싫데도?"
" 내 소원인데? 아이씨. 자 쓴다. 내 소원권."
"..."
" 화 풀고 미리 말 안 해서 미안해. 그래도 어쩌냐. 가족끼리 얼굴은 봐야지. 안 그래?"
그의 말에도 치밀어 오르는 화도 화지만 무엇보다 그가 쓴 소원권 때문에 오늘이 연우 생일이라서 나는 최대한 다시 마음을 삭히고 삭혀 묵묵히 아무 말 않고 그렇게 차에서 쌔~~ 애한 바람을 풍기며 실려갔다.
" 오랜만이에요. 연우씨. 잘 지냈죠? 넌 언니를 보고 인사도 안 하니?"
" 오랜만이야. "
" 근처 살면 집에도 좀 오고 전화도 좀 자주 하고 하지. 너는 어째 애처럼..."
그러자 연우가 웃으며 의자를 빼고는 언니를 자리에 앉혔다.
" 미소는 제가 잘 보살피고 있습니다. 너무 염려 마세요. "
" 처남은 잘 지냈어? 이제 곧 졸업이겠네."
" 저야. 뭐 늘 그렇죠. 이번에 여름 학기 끝나면 졸업입니다. 매형."
" 자 식사 식기 전에 어서 드시죠. 이 집이 정말 갈비가 죽여줍니다. "
' 갈비 같은 소리 하네. 내 오장육부는 다 뒤틀릴 판인데 아주 갈비가 다 드러날 지경이야.'
젓가락으로 고기를 쿡쿡 쑤시고 있자 연우가 잘 익은 갈비뼈를 발래낸 뒤 고기를 한 점 덜어 내 접시에 올리며
" 자 이거. 먹어. 그만 깨작대고."
" 후훗 연우 씨 보니 마음이 놓여요. 항상 챙겨줘서 고마워요. "
" 뭘요. 제가 자주 찾아봬야 하는데 이 친구가 하도... 좀 아시죠?"
" 미안해요. 저희가 교육을 잘 못 시켜서... 애가 고집이 보통이 아니죠? 그래도 이렇게 같이 얼굴볼 자리도 마련해 줘서 고마워요. "
" 너는 잘 지내니? 미술관은 잘 다니고?"
" 뭐. 나야. 늘 그렇지. 알아서 잘하니까. "
식사를 마칠 무렵,
" 이번에는 집에 올 거지? 꼭 와야 해. 어른들도 올라오신다고 하니. 알았지?"
" 그냥 언니가 말해줘. 나 못 간다고. 늘 그래왔잖아. 이번에도 부탁해. 난 갈마음 없어."
이내 내 태도에 못마땅한 표정이던 언니는 난감한 듯 연우를 보고는 나에게 다시
" 아휴. 저리 인정머리 없던 애가 아닌데.. 너 왜 이렇게 되었니?"
" 아 뭐. 오랜만에 봐서 그렇죠. 너무 심려 마세요. 그럼 다음에 또 같이 식사하시죠. 그때는 제가 "
그렇게 말하며 연우는 내 어깨를 감싸 쥐고는
" 아주 단단히 버릇을 고쳐 놓겠습니다. 씩."
그렇게 언니와 동생과 헤어진 뒤 차에 오르자 불현듯 그가 밉고 또 고맙고 화도 나고... 부끄러움에 주체할 수없이 눈물이 났다.
" 뭐야. 또 울어? 아 내가 이래서 정말 그렇게 애를 썼는데... 그래도 피할 수 없는 자리는 부딪혀야지. 언제까지 가족이랑 등지고 살 거야? 애도 아니고. "
연우는 한동안 피지 않았던 담배를 편의점에 들러서 사서는 한강으로 갔다. 그리고 한강 둔치에 앉아, 길게 한숨과 연기와 뒤섞인 그 한숨을 길게 길게 내뿜고는 내게 말했다.
" 가족이 없으면 얼마나 서러운 줄 알아? 화가 나는 것도 그 대상이 있는 것도 어쩌면 소중하고 아끼는 마음을 알고 느끼니까 가능한 거야."
" 오빠도 가족 있잖아. 나도 있고 어른들도 계시고... 근데 있으면 뭐 해. 내가 그렇게 힘들 때 결국은 다들 남동생 편만 들고 늘 내가 필요할 때는 곁에도 없었으면서 이제와 이제와서는 가족이라고..."
" 후훗. 그래서 네가 이 씨 집 딸내미구나. 어쩜 그렇게 말하는 것까지 똑같냐. "
연우는 울고 있는 내 등을 쓸어내리더니 내 고개를 돌려 그를 보게 만들었다. 몇 번을 뿌리쳐도 그는 단호히 내게 눈을 맞추며.
" 딱 그랬어. 네가 사라졌을 때 내가 미친 듯 학교고 온 사방에 찾아다니다 다니다 네 언니 집에 갔을 때 말이야. "
연우는 길게 담배를 한대 피고 불을 끄며 내게 말했다.
" 딱 지금 너처럼 나를 보며 화난 듯이 근데 너무 마음이 아픈 듯 그렇게 나를 보며 그랬다고. 나한테. 눈을 똥그랗게 뜨며. 노려 보면서."
" 같은 서울 바닥에 있으면서 제대로 동생이라 찾아와 힘들다 말도 안 하고 그렇다고 연락도 없다가 이제와 사라져 버려서는 웬 남자가 울며 불며 혹시 아냐고 하는데 너 같으면 알아도 알려주겠냐고.
근데 자기는 알려주고 싶어도 도저히 너란 애 챙긴 적도 없고 뭘 해준 적도 없어서 그래서 미안해서 더 연락도 못하고 더 못 챙겼다고. 그래서 네가 어딨는지 도통 알길이 없어서 알려줄 수가 없다고. 그런데 그런 자기를 왜 이리 힘들게 하냐고. 딱 지금 네 눈빛으로 말이야."
그러며 그는 연신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런 그의 담배를 내가 뺏으며
" 그럼 말하지. 잘 알고 있다고. 자기들도 알면서 알면서 그렇게 말해? "
" 너 그거 아냐? 가족이 가족을 바라보는 눈빛은 애초에 틀려. 나 많이 봤거든. 병원에서. "
그러면서 그는 다시 내 손에 담배를 뺏어 피기 시작했다.
" 얼마나 가슴이 저미고 마음이 아프고 사랑스러운 존재들인지. 그 눈빛 너무 애틋해서 말로 표현조차 안된다는 걸. "
" 내가 그날 누님이 진심으로 말씀하시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도 너 그렇게 안 찾았을지도 몰라. 도통 니 행동이 이해가 돼야지. 근데 그날 그렇게 문을 잡고 꺼이꺼이 설움에 복받쳐 우시는데... 그거 보니... 에잇."
그는 물고 있던 담배를 한강에 던져 버렸다.
그리고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더니 내가 입을 맞췄다.
" 알겠더라고. 네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지. 내 마음도 그런데 부모나 형제 마음은 어떨지. 너무 실감이 나더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무것도 못해주는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도. "
" 그럼 나도 안 하던 연락을 계속 해온 거야? 내가 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나는 우연인 줄 알았다.
그가 평소 가지도 않던 마트를 가자고 해서 그냥 필요한 게 있으려니 생각하고 갔는데 우연히 언니를 만났고 그 길로 나는 뒤돌아 나오는데 언니가 그에게 연락처를 건네서 나는 그걸 뺏어서 지워 버렸다.
그런데 그가 그걸 언제 기억을 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는데... 그는 나와 언니가 그렇게 자연스레 마주치고 이야기를 주고받기를 원했는가 보다.
내가 강원도에 가 있을 때 언니 집에 까지 찾아 간 건지 나는 미처 몰랐다.
그래서 더 미안해지고 더 화도 났다. 내가 잘 지내는 줄만 알았던 언니며 가족들에게 나는 너무나 태연하게 강원도에서도 언니 전화를 받으며 가족모임도 알바가 바빠서 못 간다고 끊었고 그런 내 전화에도 언니는 너무나 태연하게 응했으니까.
그리고 방학이 끝나고 학기가 시작되고도 한참 뒤 걸려온 언니 전화를 받자 언니는 미친 듯 화를 내며 내게 도대체 서울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전혀 관심도 없고 그냥 자신의 눈에 안 띄고 차라리 모르는 곳에 살았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불같이 화를 내며 전화를 끊어 버리고 나는 더 이상 언니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다. 받지도 않았었다. 그러다 몇 달뒤 우연히 마트에서 마주친 것이다.
이렇게 되돌아보니 정말 우리는 그렇게 가슴이 미어지고 화가 나도 가족사이 그런 속상함은 말로 한 적이 없었다. 언니들은 너무 빨리 결혼했고 나는 집에 혼자 있었고 남동생도 나와는 거의 이야기를 안 해왔으니까.
그게 내가 만든 울타리였으니까.
나를 지키려고 만든 울타리. 온통 가시 박혀 누구도 내 안에 못 들어오게. 하지만 연우는 그 가시들을 다 온몸으로 맞아가며 찔려가며 그렇게 어느새 성큼 내 안에 들어와 자리 잡고 있었다. 원래 그렇게 있었던 사람처럼. 나도 모르는 새에 말이다.
"미소야. 때로는 자존심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체면이고 나발이고 그딴 것도 다 집어 치고 그냥 미친 듯 그 진심. 진심을 어느 때도 아니고 바로 그때 전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야. 아무리 가족이라 아무리 상황이 여의치 않아 본의 아니게 서로 계속 어긋나도 그래도 계속 시도는 해야지. 계속 전해야지. 그게 가족이니까
그게 진심이니까. "
" 누님도 네게 말씀은 안 해 오셨지만 네가 모르는 사연이 있으니 말을 안 해오시고 걱정할까 봐 가족이니 더 말 못 하고 지내셨을 거야. 그러니 당장은 아니라도 네가 괜찮을 때 진심을 전해야 해. 더 늦기 전에."
그가 말하는 내도록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언니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나는 알 길도 없고 이제와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저 숱하게 지내온 많은 시간 중에 우리가 대화하며 괜찮냐고 물었던 기억, 그리고 그 말 뒤 이어진 잘 지낸다는 대답이 어쩌면 서로에게 진심으로 바라는 말들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시간이 지나야 해결되고 알 수 있는 것들이 점점 늘어만 가는 것 같아 더 속이 상할 따름이었다.
" 아 내소원권 아깝다. 조금만 더 치밀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네. "
" 오빠는 이런 것도 계획이에요? "
" 그럼. 당연하지. 날도 완벽하잖아. 내 생일. 네가 화도 못 내니까. "
" 하아. 오빠. "
나는 그를 끌어안았다.
자기가 태어난 날 보다 내가 가족과 화해하는 날이 더 중요한 이 사람 어떻게 하지?
" 자 그럼 이제 어디로 모실까요? 고슴도치양?"
" 흠... 그게 오빠 집으로 가긴 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그냥 갈 수는 없는데..."
" 일단 가요. 오빠 집."
" 우리 집? 거긴 왜? 너네 집이 아니고?"
" 가보면 알아요. 가다가 베이커리에 좀 들리고... "
" 응?"
" 아이참. 일단 고고싱"
차를 몰아가는 길에 근처 빵집에서 나는 케이크를 사서 나왔다. 하얀 생크림이 올려진 조각케이크.
" 그게 먹고 싶었어?"
" 응"
" 잠잠 깐만. 잠깐 만 그대로 있어요? 요기 자 요기 그렇게 앉아봐."
집에 들어선 그의 눈을 가리고는 냉큼 의자에 그를 앉혔다. 그리고 그에게 절대 눈을 떼면 안 된다고 말하고 그래도 못 미더워서 목에 걸고 왔던 스카프로 그의 눈을 막았다. 그리고 재빠르게 윗도리를 벗고 선명히 드러나는 가슴골 사이 케이크를 찔러 넣었다.
" 눈떠봐요. "
" 팡~"
"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연우의 생일 축하합니다.~~"
그는 순간 눈이 반짝반짝 거리며 테이블 위에 내가 차려 놓은 음식들을 둘러봤다.
" 이걸 다 차린 거야? 언제 한 건데? 퇴근하고 바로 왔는데..."
나는 옆구리에 잔뜩 힘을 주고 팔꿈치를 붙인 채 케이크가 떨어질라 긴장을 하며 말했다.
" 오빠. 요기 보이지? 이거? 이건 오빠에게 주는 케이크이야. 비록 조각나고 모양도 엉망인데 나머지는 차츰차츰 내가 원래 이쁜 모양이었던 것처럼 채워볼게. "
나는 그렇게 말하며 감동으로 입이 벌어진 그에게 다가가 케이크를 품은 채 그의 얼굴을 끌어안았다. 그러자,
" 와 여기 있는 반찬이며 음식 눈에도 안 들어와. 케이크 진짜 맛있어. "
연우를 안고 있는 나를 놓지 않으려는 그를 억지로 얼굴을 겨우 떼어 놓고 나는 그의 목에 준비한 목걸이를 걸었다. 나와 같은 별모양의 목걸이.
" 어 이건 언제 준비한 거야?"
" 음 비싼 건 아니야. 난 오빠처럼 돈이 많지 않거든. 대학가에서 제일 비슷한 걸로 준비했어. 그래도 다음에 돈 많이 벌면 나도 같은 거 사줄게. 조금 아니 그것보다는 조금만 더 기다려줘. 알았지?"
그러자 연우는 이내 한숨을 쉬며 씨익 웃더니
" 안돼."
" 왜?"
" 기약이 없어 기약이."
" 쳇. 열심히 노력하고 있거든?"
" 쳇. 그전에 나도 장담 못해."
" 뭘? 설마 다른 여자한테 간다고 할 건 아니지? 그러기만 해 봐."
" 아닌데?"
" 그럼 뭘 장담 못하는 건데?"
그는 나를 번쩍 안아 들고는 그윽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러며
" 널 온전히 집에 다려다 주고 너를 집에서 재우겠다는 약속. 내 규칙을 자꾸 네가 깨게 만들어서 말이야. 자꾸 주체가 안돼.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