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설치전-7 07화

7-7. 교류전 준비 중

by moonrightsea

" 엇... 이분 들 어디서 뵌 거 같은데... 아닌가? 맞나?"

" 어머 미소씨. 그 작가 분들을 미소씨가 어떻게 알아? 독일에 유명한 현대미술작가잖아. 그것도 부부가.

이번에 내한하셔서 미리 사전 인터뷰도 하고 기획 시리즈도 준비 중이야. 어떻게 아시는 분들이야?"


" 아 제가 대학생 때 이분들과 같이 전시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

" 어머 그런 적도 있었어? 어쩜. 능력자였네. 미소씨. 대단한데? 안 그래도 이번에 관장님도 작가로 거기 설치 전에 참여하신다고 하셔서 그분들과 같이 미팅도 잡혀 있어. 미술관에서 설치 전 끝나면 연달아 야외 전시도 하거든. 어때 관심 있어?"


" 네! 저 정말 하고 싶습니다. 간절히. "


" 후훗. 좋네 5월이면 가족의 달이라 이것저것 행사도 많은데 안 그래도 바쁜데 출장도 가야 하고 이분들 인터뷰도 해야 하고 관장님 스케줄 맞춰서 특집 기사도 써야 하고... 일이 한두 개가 아닌데?"


" 에이 그래서 제가 5월 5일이랑 8일은 미친 듯 근무 신청해 놨잖아요. 일하는 건 전 하나도 안 두렵습니다. 이힛. "


" 음. 그래? 신기하네. 보통은 다들 그런 큰 특집은 부담스러워하는데... 혹시 독일어 할 줄 알아?"

" 네?!! 그 그럴 리가요? 흠. "

" 음. 그럼 그건 다른 큐레이터 시켜야겠다. 가서 거기 작품 설명도 해야 하고 독일작가분들과 인터뷰도 해야 하는데..."

" 음. 뭐 그래도 미소씨도 이번 기회에 한번 도전해 보는 것도 괜찮겠지? 통역이야 번역기 돌리고 예상 질문지 만들어서 그분들과 인터뷰 일정 잡고 그럼 해결되고... 관장님 여간 까탈스러운 분이 아니신데... 수행하려면 괜찮을까? 우리 학예사들도 어려워하는데 말이야. "




" 흠. 그것도... 사실 걱정이네요. 오갈 때마다 인사드려도 한 번도 얼굴 안쳐다 보시고 그냥 고개만 까닥하고 지나가시고 항상 바쁘게 가셔서... 좀 많이 어렵기는 해요. "


" 많이 바쁘시지. "

" 보통 관장 정도 되시면 작업은 안 하시는데 워낙 예민하셔서 꾸준히 작품활동도 하시면서 전시도 하시면서 이 일까지 하시니까. 아마 다른 데는 신경조차 안 쓰셔서 그런지도 몰라. 근데 말을 진짜 안 하시는데 말하시면 의외로 되게 아는 것도 많으시고 음... 대화만으로도 배울게 많은 분이라고 해야 하나?"


" 아아... 그래서 어렵구나. 교수님 같으시네요?"

" 아 그래 맞다. 딱 교수님이지? 스타일이? 후훗. 뭐 관장님 되시기 전까지는 대학에서 근무하셨으니까. "

" 아 그렇구나. 해볼 만하겠어요. "


" 너무 섣부르게 판단하는 거 아냐? 잘 보면 그 독일 작가분들 사전 인터뷰하러 강원도까지 가야 해. 개인 일정이 그때 밖에 안 나니까. 그리고 거기에 관장님도 같이 작가로 참여하셔서 협업 작품도 준비하는 거라 한동안 많이 바쁠 텐데?"

" 괜찮습니다. 헤헤. "


학예사님의 말씀에 나는 내심 이미 머릿속에 강원도 연우의 집부터 떠오르고 있었다.

그 동네는 그 설치 전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이미 20살 이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관련 기사를 모아서 챙겨봤었고 거기서 열린 독일 작가들의 작품이 독일에서 기사화되고 그분들이 꾸준히 그곳에 가신 다는 것도 이미 연우를 통해 전해 들어왔으니까. 휴우. 하지만 내 관심은 딴 데 가 있었다. 왜 이렇게 나는 자꾸 저지래를 하고 싶지?



" 오빠~~ 응? 이번 한 번만 응? 부탁이야. 나도 좀... 먹고살자. 응?"

" 안돼."

" 왜에~~ 나 좀 도와주라. 응? 아잉."


" 아 왜 네 일에 내 여름휴가를 써? 그것도 오지도 않은 여름휴가를 왜 5월에 쓰라는 거야?"

" 아잉. 부탁이야. 정말. 나 정말 진짜 진짜 통역이 필요하다고... 응? 내가 독일어 통역해 줄 사람이 오빠밖에 더 있어? 그리고 다른데도 아니고 부모님 댁에서 하는 거잖아. 응?"


" 아 왜 갑자기 휴가를 연차를 이런데 쓰라는 거야. 원래 휴가나 연차는 쉴 때 응? 그런 때 쓰는 거라고. 나만의 휴식이 필요한 때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양보 못해. 일주일이나 어떻게 자리를 비워? 그것도 직장인이.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 왜 안돼? 응? 이렇게 비는데? 나 소원인데?"


" 뭐? 소원? 아놔. 그건 정말 곤란한데?"

" 그럼 오빠가 말하는 거 다 들어줄게. 오빠도 소원권 내가 하나 발행해 줄게. 응?"


" 아냐. 아냐. 난 저런 걸로 소원권 쓰고 싶지 않아. 니 소원권이면 충분해. 그냥 나는 네 막무가내 그 막무가내 계획에 대한 딜 조건으로 단서를 달 거야. "

" 응? 단서? 딜? 뭐든 말해 내가 해결할 테니 어떤 요구조건도 수용하겠어!"

" 불가능할지도 몰라. 잘 생각해야 할 거야."


" 아냐. 아냐. 뭐든 할 수 있어. 말만 해. 오빠야."

" 흠. 잠시만 뭐가 좋을까... 음.. 그래! 가서 너네 관장을 설득해 와. 너 전시 끝나고 3일 연차 쓰는 걸로. 그럼 내가 들어줄게."



" 그건 불가능한 딜이야. 이건 없었던 걸로 해줘. "

" 왜? 왜 안되는데?"

" 우리 일을 하면서 공사는 좀 구분하자. 정연우 씨. 나 밥줄 끊기는 거 보고 싶어?"

" 왜 안되는데? 응? 그럼 뭐 명분도 생기고 좋잖아. 안 그래?"


" 응. 안 그래. 말이 안 되는 딜이야. 이 딜은 무효야. "

" 알았어. ok. 그럼 없었던 일로 하든가. 내려."

" 흥. 오빠 미워. "


그렇게 연우에게 독일어번역을 위해 1주일 휴가 쓰라고 했다가 대차게 까이고 나는 좌절하고 말았다.

' 어떻게 독일어 번역을 구해서 1주일을 데려 다니지? 음. '


사무실에서도 내도록 그 생각에 넋을 놓고 있었다. 그때,

" 미소씨 기획안 준비되었어? 관장님께 세부 기획안 보고 드려야 해. "

" 네. 준비되었어요. 어떻게 지금 드려요?"


" 아니 관장님께서 직접 보고 듣고 싶다고 올라 오라는데 미소씨가 직접 브리핑해야 할 거 같아. 괜찮겠어?"

" 하아. 초안은 제가 잡았어도 큰 틀은 학예사님께서 다 마무리해주셨는데... 같이 가주시면 안 될까요?"


" 음. 나도 그러고 싶은데... 미소씨. 그게. 가서 설명하는 순간 코가 꾀이는 거 알고 있지? 난 그때 1주일... 으으으 안돼. 상상만 해도 힘들어. 애들도 맡겨야 하고 아... 너무 일이 골치 아파져. 그냥 가서 대충 설명드려. 알아서 그럼 어떻게 할지 말씀해 주실 거니까. 응?"

" 네... 일단 제가 보고 드리겠습니다. 저... 잘할 수 있겠죠?"


" 파이팅! 좀 전에 내가 가서 큰 진행사항은 안내드렸으니 세부사항과 일정, 관장님 스케줄 조정? 그리고 독일 작가분 인터뷰 내용? 이 정도만 설명하면 돼. 잘할 수 있지?"

" 네?... 네... 파이팅!"

'휴우. 결국은 그냥 내가 다 브리핑하는 거네. 아휴. 그렇지 뭐. 일이라는 게.. 막내는 어딜 가도 막내야. 에잇.'




신발로 바닥을 퍽퍽 차면서 관장실 입구에서 혼자 구시렁 되면서 오도 가도 못하고 그렇게 한 10분쯤 서 있었다.

문고리를 잡았다 놓았다 다시 잡았다 놓았다 휴~우. 한숨을 쉬었다 뒤돌아 섰다. 그렇게 한참을 그 10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만큼 그렇게 서 있었는데

" 그만 들어와요. 준비되었으면. "


안에서 관장님 목소리가 제법 크게 들렸다.

' 헉 다 들렸나? 아씨. 어떻게 하지?'

" 음음... 똑똑. 저 실레 합니다. 보고 드리러 왔습니다. "


" 보기 보다 용기는 별로 없나 보군. 어서 와요. 이큐레이터. 거기 앉아요. "

" 아 죄송합니다. 제가 이런 자리는 처음이라..."


" 뭐 이제 브리핑 정도는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자네 이름이...?"

" 이미소입니다. 편하게 불러주시면 됩니다. "


" 음. 아무래도 큐레이터란 직함이 있는데 어차피 학예사도 맞으니 뭐. 편하게 불러도 될까요?"

" 네. 편하신 대로 불러주시면 됩니다. "

" 그럼 음. 뭐라 불러 드리지... 음... "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시다가,

" 미소씨가 입에 더 잘 붙는데 이번 기획전 기간 동안은 미소씨로 불러도 될까요?"

" 네!"

" 대답은 씩씩하게 잘하는군요. 그럼 그 폐기로 한번 브리핑도 해볼래요?"




" 네! 그럼 자연과 만남 교류전에 대한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일정은 5월 20일부터 5월 25일까지 강원도..."

" 잠깐만. 자 같이 체크합시다. 미소씨. "

" 네? 아 네. 잠시만요. 네 말씀하시죠. "


" 그러지 말고 편하게 앉아서 해요. 여기 와서 앉아서 말도 좀 잘 들리게. "

" 네? 네. 그럼."


그렇게 관장님 바로 옆자리로 가서 ppt를 띄워두고 일정을 설명해 나갔다. 그러자 관장님께서 스케줄을 일자별로 알려주셨다.

" 흠. 이날은 제가 다시 서울로 와야 하고 이날은 다시 제가 내려가서 작가와의 만남에서 인터뷰하고 그리고 독일 작가분들과 다음날 돌아오는 걸로 그렇게 하면 될까요?"


" 네. 그럼 그 사이 제가 사전 인터뷰 하고 학예사님께 보고 메일 발송해 드리겠습니다. "

" 그럼 스케줄 조정은 다 끝났고. 이제 제 작품과 협업 건은 제가 직접 독일 작가분들과 이야기하면 되고..."


" 네? 그럼 통역은 어떻게 할까요?"


" 음. 그건 제가 같이 참여하는 작가에게 부탁해 뒀으니 미리 연락해서 만나보고 갈 때도 같이 이동할 거니 그 분과 일정을 조율하도록 하죠. 여기 연락처. "

" 아 감사합니다. "

" 그럼 그만 나가보도록 하죠. 고생해요. 일이 많겠군. 잘 부탁해요."


' 와 생각보다는 일정이 술술 잘 풀리는데?'

" 보고 잘했어요?"

" 네. 이제 차근차근 준비하고 내용도 거의 잡아놔서 휴우. 이제 시작이네요? 그렇죠?"

" 자 파이팅 해보자고. 후방은 내가 서포트할게. 이번에 선두는 미소씨가 알지? 파이팅!"




그렇게 시작된 5월은 매우 길었다. 일이 끝나면 11시가 거의 다 되었고 집에 가서 거의 잠만 자고 나오거나 막바지 서류 준비로 하다 하다 집에 와서 1시~2시까지 일을 하고 눈 코 뜰 새도 없이 그렇게 하루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갔다.

'주말이 다 뭐야. 이러다 안 쓰러지는 게 다행이지.'

집에 돌아와 화장실에서 양치를 하고 있는데 연우에게 전화가 왔다.


" 이미소. 정말 이럴 거야? 도대체 얼굴은 언제 보여줄 거야?"

" 오빠 나 진짜 피곤해. 낼 전화하자. 양치 중인데..."


" 아니 그럼 양치라도 하면서 들으면 되잖아. 그 정도도 안돼?"

" 나는 그냥 5월에 사라진 그녀라고 생각해 줘. 오빠 여자 친구는 여기 없어. 이미 별나라에 가 있어. 아아아앙, 퉤 "

" 아니.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서 응? 아직도 화난 거야?"


" 아냐.. 아... 꿀꺽. 그런 거. 그... 럴... 리.... 가..."

" 아니 그럼 지금이라도 갈까? 나 한 20분이면 도착하는데. 잠깐 얼굴이라도 보면 안 돼? 나한테도 힐링이 필요하다고. 응? 여보세요?"

" 아.... 니.... 안... zzz..."

" 야? 대답 좀.. 뭐라는 거야?"

툭.

" 네 연우오라버니. 저예요. 희경. 애지금 변기에 앉아서 졸아요. 이제 그만하시죠. "

" 아. 희경 씨.. 죄송해요. 늦은 밤에. 그럼. 좀 부탁드릴게요. "

" 뭐 부탁까지야. 그리 걱정되시면 그냥 집에다 데려다 두시던지요. 암튼. 다음에는 더 비싸고 좋은 레스토랑이 좋겠어요. 오호호 호호 잘 먹을게요. "


' 흐음. 꿈인가... '

" 야. 아직 다 잠 안든거 알거든? 안 일어나? 어서 방에 가서 자. "

" 세상에 얼마나 미친 듯 일만 하면 저리 되는 거야? 미친 거 아냐?"

" z.zzzzzz......."

" 야. 치약은 씻고 자야지. 그걸 먹고 자면 어떻게 뱉어. 안 뱉어? 으 드러 미친년. 저러고 또 자. 나참."




" 안녕하세요. 관장님 소개로 전화드립니다. 이미소라고 이번에 교류전 맡게 되었습니다."

" 네 말씀 들었습니다. 인사드리죠. 최현우라고 합니다. 아 저 여기 "


현우는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그를 보고 나는 쪼르르 달려갔다.

" 아 안 그래도 관장님 제자분이시라고 소개받았습니다. 독일은 졸업하고 바로 유학 가신 건가요?"

" 네. 뭐 졸업하면서 바로 갔으니 음 벌써 7년 되었네요. 저도 오랜만에 귀국길이라... 이렇게 바로 마중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녁은 드셨나요? 보아하니 퇴근하는 길이신 거 같은데 아직 제가 시차 적응이 안돼서... 속도 좀 쓰리고..."


속이 쓰리다는 현우의 말에

" 아 아뇨. 전 바로 집에 가면 됩니다. 괜찮으시면 요 앞에서 택시 잡아 드릴게요."

" 아뇨. 괜찮습니다. 저 제차는 주차장에 있습니다. 가시는 길에 모셔다 드릴게요. "


' 응? 오늘 귀국한 사람이 차가 주차장에? 이상하다? 부자라서 주차비가 막 남아도나?'


" 아... 아뇨. 전 지하철 타면 금방이에요. 내일 뵐게요. "


" 아 그럼 저녁이라도 드시고 가시죠. 제가 속이 쓰려서 말이죠. 하하"

" 아 그 말씀이셨군요. 저는 시차 적응 말씀하셔서... 피곤하신 줄 알고. 그럼 식사는 근처에서 간단히 할까요?"

" 그럼 아시는 곳으로 말씀하시면 제가 모시죠. "


그렇게 그날 처음 본 현우와 저녁을 먹고 굳이 괜찮다는데 집 앞에 나를 내려다 주었다. 그리고는


" 그럼 전 내일 이곳으로 모시러 오겠습니다. "

" 아 안 그러셔도 되는데 제가 숙소로 찾아뵐게요. 주소 알려주시면..."


" 아니 괜찮습니다. 어차피 교수님 아니 관장님 모시고 갈 거라서 가는 김에 같이 동행하시면 됩니다. "

" 아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뵐게요. "

그렇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연우가 나를 째려보면서 서 있는 게 아닌가.


" 왠 놈이야? "




" 흥"

" 뭐야. 안 삐졌다며? 왠 놈인데 그렇게 공손히 인사를 드려?"

" 알 게 뭐야. 잘 가."

" 아 오랜만에 보는데 이렇게 들어가면 어떻게?"

" 흥. 일 때문에 알게 된 거야. 누가 통역 거절해서"


" 쳇. 난 또 뭐라고. 괜히 긴장했네. 밥은 먹고 일하는 거야? 얼굴이 왜 그래?"

" 알 게 뭐야. 이제 일주일만 버티면 되는데... 뭐 암튼 어서 오빠도 집에 가. 나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한다고."

" 흠. 잠시만. 응?"

연우는 토라져 퉁퉁 거리며 뒤돌아선 나를 뒤에서 꼭 껴안았다. 그러며,

" 자 에너지 충전 완료. 히야. 이제 살 것 같네. 아침에 데리러 올게."


" 안 와도 돼. 아까 그분이 데리러 온다고 했어."

" 응? 왜?"

" 같이 이동하니까. "

" 뭐? 왜?"

" 말했잖아. 통역이라고 일주일 같이 지낸다니까?"

" 왜 낯선 남자랑 같이 지내고 같이 이동하냐고?"


" 헐. 낯선 남자 아니고요. 낼 관장님 모시고 우리 집 앞으로 온대. 그러니 염려 붙들어 메세요. "

" 아 그래도.. 아... 영 신경 쓰이는데..."

" 오빠는 남자면 다 오빠 같은 줄 아나."


" 뭐 걱정될 수도 있지."

" 어서 가요. 나 진짜 내일부터 시작이니까."

" 아잉. 이대로 보낼 거야? 응? 미소야."

연신 입술을 가리키며 조르는 연우에게 나는 볼에다 뽀뽀를 했다.

" 쪽 됐지? 잘 가."




전화를 받고 후다닥 챙겨 집 앞에 나갔더니 현우가 와 있었다. 약속시간보다 1시간이나 먼저였다.

" 벌써 오셨어요? 아직 시간도 이른데..."

" 아 일단 타시죠."

" 네"

차에 타니 급하게 그는 이동하며 말했다.

" 관장님께서 새벽에 급히 일이 있으셔서 강릉 공항에 먼저 가신다고 연락이 오셔서 부득이 제가 바로 왔습니다. 너무 일찍 움직이셔서 일단은 공항으로 가시죠. "


차를 타고 가는 동안 현우는 원래 서울로 와서 우리와 같이 이동하기로 했던 독일 작가분들이 하루 일찍 공항으로 바로 오셔서 강릉행을 타고 가셔서 거기서 하루 주무셨다는 연락을 받고 아침에 바로 관장님이 공항으로 가셔서 비행기를 타셨다고 전했다.


" 아. 관장님께서 저한테 전화 주시면 되는데... 저보다는 최작가님이 더 미더우셨나 봐요."

" 아 뭐. 제가 서두를지 알고 미리 연락하신 거죠. 제가 어제 저녁에 미리 일정을 알려드렸거든요. 픽업시간."

" 아 저도 했는데... 뭐. 그럴 수 있죠. 아직 업무시간이 아니니."

" 교수님께서 그런 공사 구분은 분명하신 분이라... 잘 아시는군요. "


" 네. 잘은 저도 모르지만 자기 관리가 철저한 분이시니까요. "

" 눈썰미 좋으시네요. 보통은 그냥 지나치기 쉬운데."

" 아 관장업무 보시면서 개인전 소화하시는 거 보면. 다르죠. 규모로 보나 작품으로 보나."


" 그래서 제가 존경하죠. 항상. 멋진 분이시거든요. "

그렇게 말하는 현우의 눈빛이 그 눈빛. 아련한 눈빛.

" 많이 좋아하셨나 봐요. "

" 아? 아아. 하하. "




" 한때는 뭐 제가 연모했던 분이시기도 했고 이제는 존경하는 스승님이자 동료작가죠. "

" 흐음. 그 마음 저도 알 거 같아요. 뭐 공사 구분 확실하신 거 보니 최작가님도 프로시네요. "

" 뭐. 그렇죠? 감정은 프로라도 뭐 작품은 아직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서요. 아직 스승님 따라 가려면 한참인 걸요. "


" 저 궁금한데... 질문.. 드려도 돼요? "

" 음. 뭐 제가 말씀드릴 수 있다면야."


" 관장님 어떤 부분이 그렇게 매력적이셨어요?"

순간. 그의 얼굴이 붉게 변했다 다시 제 색깔로 돌아왔다. 그는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 흐음. 이건 조금 사적인 질문이라 제가 넘어가도 될까요?"


" 아 죄송해요. 제가 실례를 범했네요. 전 그냥 저도 모르게 아까 그분 말씀하실 때 살짝 봐버렸거든요. 그 눈빛. "

" 네? 그... 눈빛이라뇨?"

" 아... 그게. 있어요. 그런 게. 제가 주제넘는 이야기 꺼내서 죄송합니다. "


" 아 아뇨. 무슨. 그냥. 흠. 헤헤. 뭐. 잘 부탁드립니다. "

" 제가 잘 부탁드립니다. 아참 독일 작가분들 만나시면 사전 질문은..."


그렇게 나름 나는 자연스럽게 넘어가고 있었다.

일이야기를 하며 강릉 공항근처 카페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다시 교수님과 독일 작가분들과 인사를 한 후 다시 렌트한 차량을 내가 운전을 하고 두 팀으로 나눠 우리는 마을로 이동했다.

오랜만에 오는 이곳. 여전히 정겹네. 마을에 들어서자 벌써 국내 작가분들은 작품을 준비 중이셨고 낯이 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 교수님! 너무 반갑습니다. 얼마만이세요?"

" 어 이게 누구야? 잘 지냈어요?"


" 제 이름 안 잊어 먹으셨죠? 이미소?"

" 그럼 내가 자네 이름을 잊어 먹을 리가 있나. 내 수업 듣다 도망간 놈을 "

" 헤헤. 너무 반가워요. 교수님."


나는 오랜만에 만나 뵙는 교수님께 가볍게 허그를 하며 인사를 드렸고 곧 관장님과 독일 작가분들과 인사를 하며 그렇게 마을로 들어섰다. 그런데...


" 이미소. 오랜만이야. "

낯익은 목소리. 영석이다.


" 여기 선배가 어떤 일로..."

" 야. 오랜만에 반가워"

영석은 변함없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다가와 그렇게 나를 와락 껴안았다. 그리고 한참을 서서는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 도대체 이 이상한 마음들은 뭐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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