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설치전-7 09화

7-9. 연극이 끝나고 난 후

by moonrightsea

" 자 작가 분들 모두 모여주세요. 사진 찍습니다. 하나. 둘. 찰칵!"

" 한 번 더 하나. 둘. 셋. 찰칵!"


" 와~~ 아!!!!"


"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 교수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조심히 돌아가세요. "


" 그래. 자네도 조심히 잘 돌아가고 오늘 정말 반가웠네. 연우군. 다음 해는 우리 여기서 또 보세. "

" 감사합니다. 교수님. 덕분에. 정말 도움 많이 되었습니다. 조심히 돌아가세요. "


내가 한참 관장님과 독일 작가분들과 현우와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설 때 멀리서 연우는 교수님께 인사를 드리고 있었다. 나도 인사를 하려고 막 돌아가려는 참에 현우가 내 옷을 잡았고 나는 그를 보았다.


" 미소씨 서울 오면 볼 수 있나요? 언제쯤... 올라오세요?"

" 저야 원하시면 언제든 미술관으로 오시면 뵐 수 있죠. "


" 저 근데... 답을 안 주셨는데...?"

" 무슨 답요?"


" 아 갑시다. 최 작가. 다들 기다리잖소. 그럼 미소씨는 미술관에서 봅시다."

" 감사합니다. 관장님. 이 은혜 잊지 않을게요. "


" 뭘 은혜씩이나 하루 고작 연차 쓰는 걸로. 뭐 상황은 내가 다 말해 놨으니 너무 염려 말고. 여기서 고생했으니 일은 화요일 출근해서 차차 해 나가 봅시다. 마무리야 뭐 얼마든지 할 사람 있으니까. 갑시다. 최작가."


현우는 그렇게 관장님 손에 이끌려 자리를 뜨면서도 내게서 눈을 못 떼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냐면 답을 그에게 할 이유는 없으니까.



모두가 떠나고 어느새 한적 해진 마을.

덩그러니 무대가 끝나고 텅 빈 객석에 앉은 그 기분.

마침 '연극이 끝나고 난 후'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나는 그렇게 펜션 앞마당 벤치에 앉아 콧노래로 흥얼거리며 멍하니 앉아 있었다.

어느새 석양이 내려 뉘엿뉘엿 해는 지고 있었고 산새 흐름 사이 그 산골짜기 사이 사라져 가며 붉게 물든 하늘은 더없이 다채로운 빛깔을 품고는 그렇게 붉은 해를 집어삼켜 어느새 반짝이는 별들을 쏟아 내기 시작한다.


" 많이 힘들었지? 고생 많았다. 아가."

어느새 연우 아버지께서 그제야 내게 다가와 말씀을 하셨다.


" 아니에요. 너무 감사합니다. 아버님. "

" 아니 뭘. 일하느라 고생하는 게 너무 눈에 선해서 차마 말도 못 붙이겠더구나. 그리 고생하는 줄 알았으면... 뭐. 그래도 그리 좋아하며 신나 하는데 어찌 내가 네 일을 망치겠니. 허허. "


그렇게 말씀하시며 연우아버지께서는 담배를 한대 무셨다. 후우~~ 긴 한숨.

" 하아. 저희가 떠나고 나면 이런 기분이셨겠군요. 아버님. "


" 그야 더 말하려고. 이 마을이 말이다. 그렇게 꽉 차서 사람들이 쉴 틈 없이 밤낮으로 그렇게 온 마을이 축제인데... 말이야. 허허. 그 맛에 내가 여태껏 이러고 있단다. 아가."

" 너무 감사합니다. 정말 덕분에 매번 볼 때마다...."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차마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길이 없어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는 그렇게 아버님을 바라보는데


" 아휴. 당신은 무슨 얘기를 해서 애를 울리고 그러우. 자 들어가자. 밤공기가 쌀쌀해."



" 많이 들 먹어. 자 여기."

연우어머니께서는 산채 나물을 더 내놓으셨다. 깊은 숲향이 가득한 산채나물.


강원도 이곳이 아니면 그 어디서도 쉽게 맡을 수 없는 짙고 푸른 향. 봄의 향기를 머금은 그 나물은 너무나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부드러운 고사리나물은 입에 머금자 금방 눈 녹듯 사라지고 5월이면 보기도 힘든 달래를 어쩌 구하셨는지 달래생채는 입안에 향긋한 봄내음을 선사한다.


" 고추장 주랴? "

" 아니요. 어머니 그냥 이대로 가 더 맛있어요. 향도 너무 많이 느껴지고 온전히 전해져서요. "


" 또 시작이네. 또 시작이야. 어머니 재 자꾸 저런 거 먹이지 마요. 눈만 높아져요. "

" 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저리 이쁘게 잘만 먹는구먼.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 그렇죠. 어머니? 으르렁. 자꾸 건들면 물어버릴 거예요. "

" 흐흣. 아이고 귀여워라. 어쩌면 저리 귀여울고. 자 이것도 먹거라. "


흰 밥 위에 올려 주시는 무채와 배가 가득 든 묵은지 김치. 캬아... 이 시원함. 깊은 맛.

" 여보 우리 새아기. 밥이라도 더 떠주구려."


" 아휴. 당신은 아직 식도 안 올린 애한테 새아기가 뭐예요. 애 마음 부담스럽게. 안 그러냐? 연우야?"

말없이 묵묵히 뚱한 표정으로 연신 밥만 퍼먹던 연우와 우리 셋이 눈이 마주쳤다.


그제야, 연우어머니께서는 뭔가 알겠다는 묘한 표정으로 밥주걱으로 한 주걱 퍼 연우 밥 위에 올려주며,


" 아이고. 여기 넘의 자식이 하나 있었구려. 많이 먹고 가거라. "



식사를 끝내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어느새 뒷정리를 다 하신 연우어머니께서 슬그머니 다가오시더니,

" 연우가 좀 그렇지? 말도 않고 속 많이 썩이지? 도통 무슨 생각하는지 내색도 않고... 그래도 네가 이해하려무나. 다 지 아버지 닮아서 그런 걸 어쩌겠니. 피는 못 속이는 법이니..."


" 뭘 또 당신은 내가 무뚝뚝하다고 새아기한테 고자질이오. 내가 뭘 그랬다고. 에험."

그런 연우아버지를 어머니께서 흘깃 흘려보시더니,


" 뭐 말은 바로 해야지. 그래야 애도 집에 적응 할거 아니에요. "

" 아 애먼 사람 잡지 말고 그만 갑시다. 애들 쉬게. "


" 어머니 여긴 제가 마무리할게요. 아버님과 데이트 가셔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어머니 등을 떠밀어 회관 밖으로 모셔 나가 아버님과 두 분의 손을 꼭 잡아 드렸다.


아버님께서는 연신 어색하신지 한 손으로 머리를 긁으시더니 어머니께서 민망해하시며 손을 쓱 빼시자, 그제야 다시 덥석 잡으시고는 댁으로 가셨다.


그리고 들어와 보니 연우는 어느새 회관 바닥을 그 긴 팔로 쓱 쓱 닦으며 나를 바라봤다.

" 마무리는 다되어 가고?"


" 여기만 설거지하면 끝나요. 몇 개 안 남았어."

그렇게 말하며 반대쪽 설거지 통을 보자, 연우가 기겁을 하고 달려왔다.




" 뭐가 많이 안 남아. 아직 여기 그대로잖아. "

" 그럼 뭐. 몇십 명을 치른 설거지가 다 치운다고 치워져요? 뒷정리가 그냥 하는 줄 아나? 아는 사람이, 해본 사람이 더 잘 알면서. "

그러자 연우가 팔을 동동 걷어 올리며,


" 어허. 실력자를 옆에 두고 말이야. 내놔 봐. 이리. 설거지는 말이야. 요령이야. 요령. 이렇게 해서 언제 다하려고? 자 잘 봐. "

그러더니 한 손에 힘을 빡 주고 쓰윽 밀자, 묵은 때가 반짝반짝 거리며 금방 지워졌다.


" 어 잠시만 그럴 리가 없는데... 그게 그리 쉽게 지워지는 게 아니거든요?"

그러며 그의 손에 있던 설거지를 뺏어서 다시 내가 밀자, 그대로 있었다.


" 봐봐. 이게 바로 노하우의 차이야. 자 잘 봐. 여기 손바닥 손가락 끝에 힘을 빡 주고 힘껏 쫘악~~ 보이지? 응? 이렇게 이렇게 해야 두 번 세 번 문지를 거를 한방에 닦을 수 있는 거야. 그리고 봐봐. 여기 응? 그릇을 물에 담가놔야지. 그래야 음식물이 불어서 설거지하기 쉽지. 야야. 비켜봐."


나는 연신 내게 설교를 하며 씩씩 거리며 열심히 설거지를 하는 연우의 뒤를 바라봤다.

" 잘 하네. 그럼 설거지 마무리는 오빠가 ok?


" 뭐? 그 그건 반칙이지. 이건 너무 하잖아?"

" 너무 하긴. 뭘 너무해요. 일머리 있고 응? 재능 있는 사람이 하는 거지. 그럼 난 마저 이거를..."

그러며 걸레를 들어 문지방이며 거실 바닥을 밀고 다녔다.


" 허어. 재가 아주 사람을 부려 먹는데 보통 재능이 아냐. 아주 탁월해. 암. 그래. 내가 눈에 뭐가 씌었던 거야. 암. "

그렇게 투덜투덜 대며, 연신 설거지를 해댔다.




설거지를 마무리하고 그렇게 회관 앞마당까지 청소가 끝이 나고 보니 드디어 10시. 일요일이 되기 2시간전.

꼬박 5일을 그렇게 미친 듯 일에 빠져 있다가 꿈같이 얻은 휴식 시간.


원래라면 내일 그러니까 일요일이면 미술관은 관람객이 많은 터라 출근을 해야 하지만 관장님의 아량 덕분에 나는 꿈같은 1일을 얻었다. 이곳에서 쉴 수 있는 자유. 거기에 월요일은 미술관 정기 휴관일이라 시간은 너무나 여유로웠다.


그렇게 별빛이 쏟아지는 그 회관 앞마당 평상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데 별똥별이 하나 떨어진다.

'이쁘네. 왜 서울에서는 이런 아름 다운 별들을 볼 수 없을까. '

문득 그 생각이 들자 너무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이런 이쁜 하늘 아래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면 참 좋겠다.


" 앗 차거."

그렇게 팔베개를 하고 하늘을 보고 있는데 연우가 내 볼에 맥주캔을 가져다 대는 것이 아닌가?


" 아무튼 꼭 분위기 최고조 일 때 오빠는 산통을 깨더라."

" 음 여기서 산통이란 말이야. 임산부가 애를 놓을 때 느끼는 통증으로..."


나는 벌떡 일어나 그런 연우의 입을 막았고 연우는 그런 나를 동그란 눈으로 보더니

" 풉. 크하하하하"

" 응? 왜?"


" 꺼이꺼이. 야. 너 나 처음 봤을 때도 내가 이런 설명한다고 화냈었는데... 어찌 시간이 이리 흘러도 그때 표정은 그 눈빛은 하나도 변함이 없냐?"


" 응? 내가 그랬어? 그게 기억이 나요?"

" 나지. 그럼. 너 얼마나 엉뚱했다고. "




" 얼씨구. 도대체 누가 엉뚱했는데. 그때. 그 뭐야. 그 이상한 뭐 뭐라더라? 말의 의미가 안 맞다고.. 어쩌고 저쩌고.. 그런 사람이 누군데...? 기껏 분위기 잡고 있었는데 말이야. "

" 뭐 덕분에 그때 너 웃었잖아. "


" 칫. 그건 기억난다. "

" 그럼. 뭐 이것도 기억해야지. "

그러며 내 입술에 입맞춤을 했다.


" 그거 아니거든요? "

그러며 나는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러자 연우가 그윽한 눈빛으로 다가왔고 나는 그런 그를 아주 재미있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 어. 아냐. 아냐. 지금 이 타이밍에 그 눈깔 매우 불길해. 제발. 제발."


연우는 연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훗. 알면서. 나 잡아봐라~~"


다다다다다다다다다 닫다 다


"헉헉헉헉허헉. 야. 이 밤에 이건 진짜 헉헉헉헉."


나는 그런 연우를 연신 뒤돌아보며

" 메롱"


그렇게 그를 놀려 먹고 연신 미친 듯 뛰었다.


다다다다다다다다다 다다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보자, 연우가 보이지 않았고 나는 어두운 길가에 그렇게 덩그러니 혼자 서 있었다.

' 아 갑자기 왜 이렇게 무섭지?'

" 오빠. 장난치지 말고 나와요. 나 무서워. 어서 나와. 진짜 무섭대도? 오빠 아아아~~"




그러자 갑자기 플래시를 턱 밑에 받치고 나타난 연우가

"웩"

" 까~ 헙"


내가 비명을 지르자 마자 연우는 내게 입을 막았고

" 쉿 조용히 해. 마을 사람들 다 깬다고. "


그러며 놀란 토끼눈을 한 나를 한번 쓱 보더니 내게 부드럽게 키스를 했다.


" 하아. 열받아. 깜짝 놀잖아요. 갑자기 안 와서. 왜 그랬어. 왜 그랬어? 응?"

나는 연우를 막 때리며 그에게 화풀이를 했다. 그랬더니 연우가 되려 화를 내는 것이 아닌가?


" 야. 너는 무슨 여자애가 겁도 없이 그렇게 야밤에 이 어두운 길을 그리 잽싸게 응? 미친 듯 내달리냐?"

" 흥. "


나는 어느새 연우의 손을 풀어 벌떡 일어나서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연우는 내 뒤를 비추며 따라와서는 내 발 앞으로 길게 플래시를 비췄다.

어느새 성큼 다가온 내 나무.


나무에 불빛이 휙 하고 지나가는 그 순간.


" 오빠 잠깐. 그대로 서 있어 봐. 거기. 딱 거기 비춰봐."




연우가 든 플래시는 뒤에서 내리막 길 옆 나무를 비추며 길게 늘어져 있었고 그 길어지고 희미해진 불빛 위로 선명히 내 나무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나무 앞 돌담길 가까이 천천히 다가갔고 그러자 나무에 새겨진 무엇인가가 선명히 모습을 드러냈다.

깊은 그림자와 함께.


하트 모양으로 깊게 파진 나무껍질. 그리고 그 안에 새겨진 내 이름.

미소


훗. 누군지 알 것 같다.


내가 그런 나무를 빤히 보고 있자 천천히 나를 뒤따르던 연우가 갑자기 달려가 나무를 비추던 플래시를 연우 턱 밑으로 가져다 댔다. 그러며 나무를 가렸다.

" 안돼. 보지 마. 절대 안 돼. 절대 보면 안 돼. "


" 오빠 그러고 있는 오빠 얼굴 보는 게 더 무서운 거 알아?"


그러자 연우는 놀라 플래시를 떨어뜨렸고 바닥에 떨어진 플래시는 굴러서는 돌담길 옆으로 우리를 비추며 바닥에 딱 서버렸다.

" 오빠가 내 나무에 낙서 한 거야?"


" 아 몰라. "

" 맞는 거 같은데? 언제 한 건데? 응? "


" 아 몰라. 아무튼 절대 보면 안 돼. 절대. "

그러면서 나를 돌려 다시 마을로 향해 길게 뻗은 오르막길로 밀어 올렸다.




나는 연신 신이 나서 뒤로 고개를 휙 휙 저어가며,

" 아 언제 저런 건데? 응?"

" 아 아냐. 몰라도 돼. 너는 그냥 가. 가자. 애기야."


자꾸 궁금해하는 나를 외면한 채 뒤도 못 보게 하고는 나를 연신 마을로 끌고 올라갔다.


평상에 다시 누워 아까 두고 왔던 맥주캔을 한 모금 하자 소주향이 확 올라왔다.

" 캬~~ 아. 이 맛이지."


내가 시원하게 한입 마시자, 곁에 있던 연우는 연신 불안한 얼굴로 두리번 두리번 거리더니

" 꿀꺽꿀꺽. "


그 맥주캔을 그 자리에서다 마셔 버렸다.

" 응? 왜 이러세요? 연우님?"


" 우리 밤도 늦었는데 그만 자러 가자. 여기서 이러지 말고. "

그러더니 나를 번쩍 안아 들었다. 그리고는 회관 문으로 냅다 달렸다.

" 오빠 넘어져. 나 좀 내려놔봐. 밖에 운치 있고 좋잖아. 이대로 잠들기는 너무 아까운데?"


" 아냐. 아냐. 운치는 안에 들어가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어. 암. 자자. 들어갑시다."

그러며 나는 억지로 끌고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2층 안채로 끌려 들어간 나는

' 뭔가 수상해.'


" 아 이상하네. 아직 나는 한 모금밖에 못 마신 술이 밖에 있는데 말이지. 수상하네. 정연우 씨."

" 아냐. 아냐. 하나도 안수상해."

" 아냐. 오빠가 그러니까 더 이상해. 뭔데? 뭔데?"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나를 보더니 당황한 그는 애써 태연한 척 하며,


" 아 네가 술이 고팠구나. 잠시만. "

그러더니 1층으로 내려가 냉큼 소주 2병과 맥주 2캔, 컵과 빨대를 가지고 올라왔다. 그리고는 정성스레 비율을 맞춰 섞더니 빨대를 척 꼽아서 주는 게 아닌가?




" 응? 이건 또 뭐지?"

" 아 너 피곤했을까 봐. 그렇지. 내가 너를 위해 일 잔 이쁘게 말았어. 자 쭈욱 원샷~~"


" 응? 진짜? 어 진짜 수상한데?"


나는 그렇게 말하며 빨대를 쭈욱~~~ 들이켜 원샷을 했다. 그러자 연우가 냉큼 다음잔을 또 가득 채웠다. 그리고 다시 빨대를 꽂아서 주는 것이 아닌가?


" 응? 진짜 이상해? "


나는 다시 빨대를 쭈욱~~~ 들이켜 원샷을 했다. 그러자 연우가 냉큼 다시 잔을 또 가득 채웠다. 나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 뭐 해보자는 거야? 얼마나 내가 버티는지? 굳이 뭐 시험해 보겠다면 이야. 뭐 내가 소싯적 실력을 발휘해서 그래. 가보자."


다시 쭈욱~~~ 원샷.

그런 나를 보던 연우가 그제야 씩 웃으며,

" 자 짠~~~"


내게 잔을 채우고는 자신도 맥주를 한 모금씩 한 모금씩 마시기 시작했다.

" 어쭈. 주도를 어떻게 배우신 거예요. 오라버니 잔을 남기고?"

다시 쭈욱~~~ 원샷.


" 오빠 얼마를 더 먹이고 말해 줄... 건... zzzzz"




눈이 부신 아침.


새소리에 잠이 깨자, 새소리가 아니고 전화였다. 전화를 받으려고 보니 아버지, 엄마, 언니, 남동생, 희경... 난리도 아니다.

도대체 몇 통씩 전화가 왔는지 어디다 먼저 전화를 해야 할지 감이 오지도 않았다.


' 아 뭐지? 나 술 먹고 사고 친 거야?'

옆에 보니 연우는 사라지고 없었다.


' 아 미쳐. 어떻게 하지?'

나는 고민에 빠져서는 그렇게 멍하니 신발을 신고 터덜터덜 걸으며 산길을 내려왔다. 전화를 붙잡고

' 흐음. 어디다 전화를 해야 이 상황이 이해되게 내게 한방에 알려줄까...?'


" 띠디디디디. 띠디디디디 여보세요?"

" 희경아? 어제 혹시 내가.. 전화.."

" 야이 미친년아. 너 내손에 걸리면 죽어~~ 씩씩 너 딱 기다려. 뚝."


' 헐 이건 뭐지?'


" 여보세요? 아빠? 일어나셨어요? "

" 음 그래. 너무 서두르지는 말고. 에험. 흠. 일단 네 엄마한테는 내가 잘 말했으니 얼굴보고 이야기하자. 뚝."


' 어 이거 아닌데?'

이 반응들은 뭐지? 뭘까? 나 또 무슨 짓을 한 거야? 왠지 더 전화를 돌려봐야 안되겠다는 생각? 이 드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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