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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ttoo Oct 29. 2022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카레와 스콘



 오늘도 어김없이 베스와 함께 장을 보고 왔다. 언제쯤이면 우리는 봉지와 플라스틱 없이 장을 볼 수 있는 걸까? 그래서 장을 볼 때 받은 봉지는 다음 장을 볼 때 챙겨가게 된다. 솔직히 쿠스쿠스는 왜 저기에 있는 것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암튼 같이 요리해먹으면 맛있다고 한다.


 요리하기 전에는 항상 배가 고픈 베스와 나. 그래서 베스가 사 온 과자로 배를 조금 채웠다. 미국에서 파는 과자들은 항상 맛이 과한 느낌이다. 너무 짜거나 너무 시거나 너무 달다. 근데 염분은 한국 과자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한다. 다만 한국 과자는 (단짠과 같이) 다양한 맛을 섞기 때문에 한 가지 맛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과자가 더 좋다. 단짠 최고!


오늘의 메뉴는 우리가 예전에 만들었던 비건 카레였다. 하도 여러 가지 메뉴를 하다 보니까 메뉴에 대한 아이디어가 슬슬 떨어진 건지, 예전에 해 먹었던 게 그리워서인지, 똑같은 메뉴를 반복하게 된다. 

뭔가 카레밖에 없어서 그런지 휑해 보이지만 카레는 그 자체로 완벽하기에, 정말 맛있게 먹었다. 


캐롤과 내를 만날 수 있게 도와준 매개체, 오븐. 그래서인지 항상 캐롤 방에서 오븐을 사용해서 뭔가 만들 때면 기분이 몽글몽글해진다. 디저트가 다 되기를 기다리며 베스와 나와 캐롤은 수다를 떨었다.


캐롤이 1년 동안 키운 방울토마토

우리 벌써 만난 지 1년이 되었구나.. 맨 처음 만났을 때 토마토를 키우고 있다는 걸 처음 들었을 때는 얼마나 신기했던지! 나라면 베란다가 있어도 이렇게 키울 엄두를 못 냈을 것 같은데, 여러모로 캐롤은 대단하다.


 직접 만든 비건 스콘!

오븐에서 갓 꺼내서 먹어서 그런지 더 맛있었다. 따뜻하고 바삭하고 고소한 비건 스콘! 한국에서는 이런 비건 스콘 믹스를 구할 수 있기나 할까? 심지어 호떡 믹스에도 우유나 계란이 들어간 걸 본 적이 있다. 그 가루에 어떻게 그것들을 집어넣는 걸까?! 그런 가루를 집어넣지 않아도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면 안 넣는 게 더 좋지 않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미국의 오레오는 사장의 실수로 우유를 집어넣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오레오는 외국에 사는 비건에게 아주 사랑받는 과자 중 하나가 되었다. 반면에 한국의 오레오는 한국에서 제조를 하기 때문에 우유를 꼭 넣는다. 한국에 사는 비건으로서 그게 제일 힘들다. 


우리는 스콘을 들고 다시 베스의 방으로 내려왔다. 검은 것이 팥죽같이 생겼지만 사실 잼이다. 잼을 더 졸여야 한다고 해서 약한 불에 살살 끓이는 중이다. 완성된 잼은 냉장고에 넣고 스콘을 구울 동안 차가워지기를 기다렸다. 

스콘 진짜 너무 감동적인 맛 아니냐고!!

나중에 또 해 먹어야지.. 솔직히 요즘 스콘이 유행인데 왜 맛있다는 건지 잘 이해가 안 갔다. 근데 만들어 먹으니까 진짜 스콘이 왜 맛있는지 알겠다. 항상 유행에 뒤처졌던 나인데, 드디어 유행의 흐름에 동반하게 되었다. 



베스가 선물해 준 병원 컵 홀더(?)

베스의 형부였나? 가족 중 한 명이 병원에서 일하는데 그곳에서 술잔 홀더를 줬다면서 다시 나한테 줬다(?)ㅋㅋㅋㅋ

사실 디자인도 별로고, 쓸모도 없지만 그냥 웃겨서 받았다. 술과 병원이라니.. 아주 상반되는 두 개가 함께 들어가 있는 물건이라서 좋았다. 애인과 같이 술 마실 때 쓰라는 말도 웃겼다ㅋㅋㅋㅋ

애인과 커플로 사용하라고 딱 두 개를 주다니..^^ 쏘 스윗..!

미국에서 이 홀더 쓰면 이상한 인싸가 될 수 있는 걸까?ㅎㅎ


 사실 이번이 우리가 마지막으로 함께 하는 비건 요리 시간이었다. 나는 곧 라오스로 떠나고, 1년 뒤에 다시 제주에 왔을 때는 캐롤이 여기에 없겠지? 캐롤은 자신이 사는 오르간에 언제든지 놀러오라고 했다.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서로를 꼬옥 안아주었다. 일주일에 하루뿐이었지만 이 시간 덕분에 내가 제주에서 행복하게 머물 수 있었다.


 언젠가 우리 셋이 다시 모여서, 혹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라도 좋으니 일주일에 한 번 비건 요리해먹는 시간이 다시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이대로 헤어지기가 너무 아쉬워서 하이파이브를 하자며 발을 내밀었다. 너무 착한 내 친구들은 깔깔 웃으며 기꺼이 발로 하이파이브를 해주었다. 내게 이런 날이 또 있겠지? 벌써부터 너네가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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