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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녀녕 Jun 07. 2024

버스 정류장을 걸어가는 사람

천천히, 켜켜이

[여름: 제9부]



당신은 휴식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어떤 활동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누군가는 에너지를 재충전하기 위해 집에서 쉬고 있는 모습 혹은 외출을 하여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사람들로 붐비는 장소를 꺼려하는 편이기에 전자에 해당된다. 마치 쉽게 방전되는 배터리처럼 집이 아닌 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체력뿐만 아니라 정신적 에너지도 급속도로 소진된다. 하지만 태어난 이상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 없듯이 요리조리 최선을 다해 북적이는 장소를 피해 다녀 보지만 어쩔 수 없이 맞닥뜨려야 하는 순간이 있다.


바로 그 순간은 출퇴근길 버스와 지하철 안이다. 출근길에는 지각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로 빽빽한 버스와 지하철을 타야 한다. 그래서 나는 차선책으로 아침에 여유 있게 집을 나온다. 그래야 사람들로 가득 찬 버스 혹은 지하철을 보내고 탈 수 있기 때문이다. 퇴근길에는 출근길 보단 다행히도 시간적 여유가 있기에 마음 편히 갈 수 있다.  다시 말해 10분 더 일찍 집을 향해 갈 수 있는 역이 있지만 포기하고 조금 돌아가지만 사람들로 덜 붐비는 역으로 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동네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하는 여정이 있다. 역시나 버스 정류장에서도 북적이는 인파 속에 있어야 한다. 그럼 나는 먼저 버스 배차 간격을 살피기 위해 버스 전광판을 본다. 배차 간격이 크거나 도착 시간이 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  나는 고민 없이 전 정거장을 향해 걸어간다. 다시 말해 역주행하여 한 정거장 전으로 걸어간다는 말이다. 전 정류장까지는 10분 정도 시간이 소요되지만 그만큼 보상이라도 하듯이 사람이 없는 텅 빈 정류장을 마주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정류장 의자에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며 나 홀로 올라타는 그 편안함이 매우 좋다.


달리 보면 참 비효율적으로 시간 낭비를 하며 다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공간에 있을 때면 머리가 지끈 거리기에  오히려 이 비효율을 좋아한다. 걷기 운동도 되어 몸에도 좋고 스트레스도 덜 받기에 내 정신 건강에도 좋으니 말이다. 나의 그런 점은 학창 시절에서도 드러난다. 사람들과 부딪히며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을 달가워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유달리 나는 그런 상황을 좋아하지 않았다. 흔히 국어, 수학, 영어와 같은 주요 과목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었고 그 이외에 사회, 윤리와 같은 비인기 과목을 좋아했다. 내가 좋아하는 과목에서 얻는 성취가 컸지 반에서 몇 등을 하고 누구보다 성적이 잘 나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경쟁사회에서 취약한 성격일 것이다. 그래서 나도 그런 나를 잘 알기 때문에 일을 할 때에도 경쟁이 아닌 서로 팀처럼 일을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했고 경쟁을 덜 하기 위해서 부지런해지기를 선택했던 것 같다. 그래서 단기간에 승부를 보는 것보다는 나는 장기적으로 꾸준히 하는 걸 선택하는 편이다. 지금 당장은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지만 천천히 꾸준히 축적된 과정들이 나중에는 어떤 긍정적인 결과를 가지고 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마치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버스 정류장 보다 한 정거장 앞선 곳에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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