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맡에 핸드폰을 확인하니 아직 새벽 3시였다. 불안감이 슬며시 피어오른다.
‘3시간 뒤면 출근인데.’
교대 근무자들은 낮과 밤이 자주 바뀐다. 불규칙적인 생활 패턴 때문인지 불면증을 가진 사람들이 종종 있다. 약을 먹거나, 운동을 하는 등 저마다 수면 노하우를 만드려 애쓰곤 한다. 어떤 특이한 비법을 가진 선배는 “나는 회사에서 잠이 제일 잘 오더라고.”라고 말하며 새벽부터 출근해 자동차 안에서 쪽잠을 자기도 한다. 그만큼 자는데 필사적이란 이야기다.
나는 대체로 잠이 오지 않으면 핸드폰을 본다. 화면 속에서 사람들이 떠들어 대는 모습을 흐릿하게 바라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옅은 잠에 든다. 영상에서 시끌 거리는 소리에 흠칫 깨고 잠들고를 반복한다. 질 나쁜 수면이지만 그렇게 잘 수 있는 게 어디인가.
불면증이 쉽게 가시지 않을 때면 그렇게 잠들기를 2~3주 정도 반복한다. 그럴 땐 낮이고 밤이고 항상 몽롱한 상태가 된다. 밤과 낮, 영상 속과 바깥의 사람들, 그 모두를 흐릿한 눈동자로 바라보게 된다. 그건 마치 최면에 걸린 기분이다. 퍼뜩 정신 차리고 보면 시간이 무척이나 많이 흘러가 있다.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간 달력을 보면 삶을 낭비하고 있단 생각이 든다. 진자 운동하는 추를 바라보다 스르륵 최면에 걸리듯, 반복되는 일상을 깨어있지도 자고 있지도 않고, 그저 멍하니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요즘 들어 시간의 흐름을 잊어버릴 것만 같을 때면 일부러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늘에는 하루의 시작과 끝뿐만 아니라 계절이 오고 감 또한 여실히 담겨있으니까. 내가 사는 동네는 특정 계절이 되면 하늘에 철새가 날아든다. (철새와 함께 하는 출퇴근길은 썩 나쁘지 않다. 밤 11시만 돼도 배달음식이 오질 않는 촌동네 사람으로서 가지는 몇 안 되는 특권이다.) 시원한 바람과, v자 대형과 끼룩거리는 소리. 겨울이 오고 있음을 느낀다. 잊었던 시간의 흐름을 인지하고, 몽롱함이 조금 가시는 듯하다. 약간의 설렘과 조바심을 느낀다. 계절이 흘러가고, 어딘가로 나아가는 철새를 보면 나도 정체되어있고 싶지 않아 진다.
새벽 3시. 잠들기에 실패한 나는 곧바로 24시 무인 카페로 향했다. 출근 전까지 침대 위에서 오지 않는 잠을 기다리느니 카페에서 책 읽기라도 하기로 했다. 차를 타고 가면서 밤하늘을 바라봤다. 그믐달이 떠있다. 이 시기 그믐달은 정말 작정하고 일어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희귀한 친구다. 몽롱함이 조금 가시는 듯했다. 오늘 하루,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잊은 채 그냥 보내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