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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비 Oct 26. 2024

땡땡이의 유혹

출근길에 어느 래퍼의 노래가 떠올랐다. 무명 시절 꿈을 위해 밤새 음악 연습을 했다고 한다. 늦은 시간 음악을 배우러 가는 길, 고된 마음에 4호선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들이 풍기는 술 냄새마저 부러울 지경이었지만 자신은 포기하지 않았다. 사람들과 다른 시간을 살았지만 그 덕분에 자신은 꿈을 이룰 수 있었다. 대충 그런 내용이었다.


뜬금없이 출근길에 이 노래가 떠오른 까닭은 버스 창 밖 풍경 때문이었다. 해마다 이 근방에서 크게 열리는 불꽃 축제. 도로변에 사람들이 가득이다. 흥겨운 얼굴로 지나치는 사람들. 나는 잠시 창문에 비치는 내 모습을 노려봤다.

‘죽상이구만.’

교대 근무를 하면 다들 놀러 가는 휴일에도 밤낮으로 출근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과 다른 시간을 살아간다는 건 시차가 아주 다른 먼 나라에 홀로 사는 것과 같은 기분이다. 친구들이 퇴근 후 삼삼오오 모여 술 한 잔 하고 있는 사진을 작업복을 입고 보고 있노라면 더욱 그렇다. 나는 내 시간을 즐겁지 않은 일에 허비하고 있는 듯했다. 


나는 무엇 때문에 시간을 견디는 걸까. 특별한 이유 때문이 아니라 먹고살기 위해 어쩔 없이 견디는 것뿐일 테다. 어쩌면 내가 사는 게 재미없다고 느끼는 까닭도 이때문일런지도 모르겠다. 어떠한 절박함도 없이 그저 끌려가듯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까.


생각해 보면 항상 끌려다니는 시간을 살았다. 어른들에게 혼나기 싫어 적당히 공부하고, 배곯기 싫어 취업을 했으며, 마지못해 출근을 하고 있다. 나는 이 시간에 끌려왔으므로 마치 귀양이라도 온 듯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시차에 사는 사람들, 더 나아가 더 멋져 보이는 곳에 살고 있는 누군가를 부러워하면서 말이다.


내 시간의 주체가 되고 싶었다. 너무 오랜 시간 동안 그러지 못했으므로 이제는 그 방법조차 모르겠을 지경이지만. 일단, 오늘 하루 땡땡이를 쳐보는 건 어떨까.

요컨대 유별나게 출근하기 싫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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