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부부가 되어 가는 과정
카톡!
“커피 고마워. 덕분에 행복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출근한 베푸(best friend, 남편을 지칭하는 말)에게 카톡이 왔다.
동갑내기 우리는 올해로 15년 차 부부이다.
우리는 성격도 온도도 취향도 참 다르다.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나와 어디든 나가야 하는 그,
한 여름에도 절대 땀이 나지 않는 나와 한 겨울에도 땀이 나는 그,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나와 예능 TV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그,
열거하면 A4 한 장은 족히 채우고도 남을 만큼 나와 그는 다르다.
시간이 지나도 절대 좁혀지지 않는 것들이 있고 그 반대인 것들이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나와 그는 ‘다른’ 사람이니까.
서로 다름을 인정하기까지 우리 부부에게도 꽤 시간이 걸렸다. 물론 지금도 노력 중이다.
다행인 것은 살다 보니 다름이 섞여 비슷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 비슷해진 것 중 하나가 ‘커피’이다.
커피를 즐겨 마시는 나와 커피를 좋아하지 않던 그가 이제는 하루를 커피로 시작한다.
눈곱도 떼지 않은 채 커피포트에 물을 끓이고 커피를 간다. 필터 지를 끼우고 갓 간 커피가루를 쏟아낸다. 100˚C까지 끓었던 물을 93˚C까지 식히고 나면 드립(Drip)을 시작한다. 중앙에 세 바퀴 작은 원을 그리고 기다린다. 커피가루가 점점 부풀어 커피빵이 되면 온 집안으로 커피 향이 퍼져 나간다. 이 시간이 우리 부부가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 더 좋아하는 시간이다.
진한 커피를 좋아하는 나와 보리차 같은 커피를 좋아한 그가 이제는 산미가 물씬 풍기는 커피를 함께 좋아하게 된 것처럼 우리 부부는 점점 각자의 색깔에 상대의 색깔을 더해가고 있다. 아침 커피 한 잔과 짧은 대화는 우리를 하나로 섞어준다. 물의 온도, 커피 굵기, 드립 시간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지듯 우리도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섞이겠지. 이 시간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기도 같은 곳을 바라보기도 하며 커피 한 잔을 함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