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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이 지나가다 Nov 05. 2015

61. 기다리다

한낮의 햇볕에 마음이 끝없이 자꾸만 풀어집니다.

지금의 너, 그 너를 하나의 잣대로 타인에게 가져다 되는 게 얼마나 무례한 경우인지 모르겠습니다. 누군가가 지금의 네가 되길 기다려줬다는 걸 모르니까 너는 지금의 네가 과거의 너와는 같지 않다는 걸 다르다는 걸 아주 까맣게 새까맣게 잊었나 봅니다.


먼저 그 길을 걸었다면 조금 늦게 그 길을 걷는 누군가 기다려줄지도 알아야지 왜 거기 있냐고 뛰라고 하는 건 좀 많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너도 처음엔 걷는 거 조차 서툴렸고 겨우 걷게 되었고 어느새 걷는 게 익숙해져 지금 거기 있는 거뿐입니다.


네가 지금 거기 있기까지 누군가는 묵묵히 기다려줬는데 어째서 너는 그 누군가를 보질 못했고 서툴었던 과거의 너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저마다 삶의 속도가 다른데 조금 더 지켜보는 게 기다려 주는 게 그렇게나 참을 수 없는 건가 봅니다.


너와 그 사람은 다릅니다. 지금의 너와 그 사람이 같지 않다고 그 사람에게서 자꾸만 이유를 찾는 거 정말 아닙니다. 때론 조금 느리더라도 그 사람 스스로 길을 찾아 걸을 줄 알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네가 가진 그 답이 그 사람에게 답이 아닐 수 있다는 거 제발 좀 알아주길 바랍니다.


다른 답을 가진 것일 뿐 틀린 게 아닙니다. 단지 지금 서로 다른 답을 가진  거뿐입니다. 언젠가 함께 걷고자 한다면 지금의 너는 너의 길을 걸으며 그 사람의 다른 답을 조금 기다려 주면 됩니다. 과거의 네게도 필요했던 누군가의 널 위한 기다림처럼 나무람보다는 기다림이 지금 그 사람에겐 더 필요합니다.


2015. 10. 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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