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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에 대한 단상

인구 감소와 고령화 사회 1

by 포레스임

공동체 의식이 해체된 사회


나는 386세대로 60년대 생이다. 내가 결혼할 당시만 하더라도 결혼이 당연시되고, 친인척들의 축하와 격려를 받던 사회문화가 있었다. 결혼(結婚)의 의미도 혼인을 한다는 婚자가, 영혼을 묶어 준다는 의미로 인식될 정도로 인생의 큰 의미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인식은 조건을 맞추고, 재산을 묶어 같이 산다는 의미가 확산된 듯하다. 출산율 저하와 걱정되는 이혼율 급증은 이를 반증한다고 생각된다.


한 사회를 반영하는 주류 문화가 분명히 있다. 우리 사회는 고유의 전통인 공동체 문화가 이미 해체된 사회라고 생각된다. 그 자리에 들어선 것은 오로지 자본의 척도만이 만능인 양 들어섰다. 기성세대가 돈이 모든 것의 열쇠인 듯, 천민자본주의 물결이 한 세대를 휩쓰는 동안, 젊은이들의 뇌리 속에도 황금만능의 생각이 깃들어 있다. 새로운 공동체 의식이 고양되어야 한다. 전래와 같은 문화를 복고시키자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세대에 맞추어 새로운 공동체 의식이 절실하다. 남자가 못 할 일은 출산 이외엔 없다. 남자들부터 부부공동체 의식을 가져야 한다. 가사와 육아에서 모든 일을 공동 분담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요즘 청년들은 그런 의식이 충만한 것 같아 한편으로는 흐뭇하기도 하다.


작년 초까지 근무하던 본청에서 팀을 맡아 근무할 때, 나 이외에 남자직원 8명이 모두 미혼이었다. 나이도 30대 초반에서 45세까지 이미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긴, 그들을 보면서 인구감소를 절감하고는 했다. 그들과 1~2년을 일 하면서 느낀 점은, 나와는 다른 세대의 고민을 알 수 있었다. 우선 결혼이라는 사실 자체를 굉장히 부담스러워하였다. 나 때와는 다르게 외벌이는 상상도 못 하고, 맞벌이 상대가 있다면 고려해 보겠다는 대답이 주였다. 그것도 안정 위주의 직업군에서 찾는다는 것이다. 그중 한 명이 최근에 결혼을 했다. 나머지 7명은 아직 연락이 없다. 아마 아직도 탐색 중인 듯하다.



불안한 미래와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진 사회


돈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사회는 불행할 수밖에 없다. 불과 재작년 코로나19로 인해 세계적인 제로 금리에 힘입어, 부동산 광풍이 대한민국을 휩쓸었다. 아직도 그 여진은 우리 사회의 주거여건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다른 동물들도 새끼를 낳고 기를 공간이 부족하거나 협소하면, 스스로 개체수 조절에 들어간다. 심지어 새들도 둥지가 마땅치 않으면 알 낳기를 거부한다. 하물며 사람인들 다르겠는가? 주거 문제로 인해 20~30대들의 영끌족이라는 신조어까지 나타나, 병리현상의 후유증으로 한국은 유래 없는 인구 절벽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우리는 어쩌다가 이런 도표의 화제국가 명단에 올랐을까?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이런 식의 표어가 내 기억에 선명하다.

2022년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부부 10쌍 중 2~3쌍은 아예 아기를 낳지도 않는 최악의 저출산 국가로 전락했다. 전년보다도 0.03명 감소한 수치라고 한다. 불안한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라고 본다. 이스라엘이 유난히 출산율이 높은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건국 초기에 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사회문화의 공동체 정신 함양에 기여한 '키부츠'가 아직도 경제와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여, 이스라엘을 서로 믿고 의지 할 수 있는 사회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의 오류


우리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일찌감치 인지는 하였다. 하지만 방향성에 문제가 있었다. 출산급여, 보육료 지원, 공동육아 휴직제 등, 하지만 이런 정책들 만으로는 출산율을 끌어올리는데 한계점을 보여준다. 출산급여와 지원금에 대해서도 우스개 소리가 있다. 나도 놀란적이 있는데, 분유값이 너무 비싸서 분유 몇 통 살 금액 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가격 등을 정책 입안자들이 세밀히 조사 후 시행해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인구감소가 개인적으로 봤을 때는 아주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기회의 발판일 수도 있다. 출산과 양육을 피함으로써 경제적 부담이 완화되고, 인력수급이 원할 치 않으니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과 다문화 정책의 강화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양질의 일자리가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 사회문화의 정착과 정책의 혜안이 필요하다


먼저 쉽지는 않겠지만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한국은 롤러코스트를 타듯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루었으나, 정작 정신적으로 황폐해졌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과거의 이웃 간에 정을 나누고, 너와 나의 경계 없이 서로의 아이를 돌봐주던 미풍양속은 현대 생활에서 기대할 수는 없다. 시간은 쏘아버린 화살처럼 되돌아가진 않으니 말이다.


어느 기발한 정책으로 순식간에 사람들의 정서가 바뀌진 않는다. 그저 묵묵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고민하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경제나 정치, 사회는 어느 것 하나 따로 떼서 생각할 수는 없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우리 젊은 세대들에게 요구만 하지 말고, 좀 숨을 쉴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기성 장년세대와는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할 수 있다고 본다. 가르치고 설교하려고 하지 말고, 무엇이 우리 청년들을 고민하게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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