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동몬 Feb 16. 2023

10살 차 결혼에 대한 불편한 시선

우리가 이겨내야할 것들

앞선 이야기


아내와 나는 10살 차.


결혼하여 살고 있는 나조차도 정말 생각해 본 적 없는 나이 차이였다.

한 번도 이렇게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사람과 만나본 적이 없는데 결혼은 나이 앞자리 숫자가 다른 사람과 하게 되었다.


처음 아내를 만나 '이 사람이다'라는 감정을 느끼고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더 좋아졌다.

나는 처음부터 아내에게 결혼하자고 쫓아다녔고 아내는 나를 밀어냈다. 한창 나를 밀어낼 때 나는 지인들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고 그 사람이 자꾸 나를 밀어낸다고 이야기하자 나이부터 물어보았다. 역시 서른 중반의 동지들은 나이부터 물어본다.


10살 차이.


온갖 욕설이 난무한다.

그래 이것들아, 나도 안다. 근데 좋은 걸 어떡하냐?


한 번은 사촌동생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사촌동생은 6년간의 장거리 연애를 하기도 했고 7살 차이 나는 사람과 연애를 하는 중이었는데 나의 이런 고민을 털어놓으니


걔가 오빠를 왜 만나?


하아... 참 냉정하다.

아주 그냥 돌직구를 날려준다.


어쩔 수 없다.

머리로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고 생각했다. 연예인들이나 열살씩 차이 나는 사람과 결혼하는 줄 알았다. 나이를 알고도 마음이 계속 끌린다.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더 힘들었다. 홀로 여행 갔을 때 나의 마음을 몰라주는 아내(그땐 아무 관계도 아니었음) 때문에 참 많이 울기도 했다.(제가 눈물이 좀 많습니다ㅜ)


친구를 만났는데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하니 또 몇 살이냐고 묻는다.


10살 차.


욕설 + 이단 옆차기가 날아온다.


네가 만약에 얘랑 결혼하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진다.


결혼했는데 아직까지 장을 안 지지네?


어쨌든 나는 상상하지도 못 한 10살 어린 여자를 아내로 맞이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시선이 있었다.

우선 남자인 지인들은 부러운 시선이었다.


와... 10살 차이라니... 대단하다!!


서른 중반에 마음이 끌려 아무런 조건 없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고 그런 사람의 마음을 얻었다는 게 자랑스러웠지 나이는 중요치 않았다.


나이가 어리기에 가지고 있는 핸디캡도 있다.

아내는 당시 취준생이었고 모아둔 돈도 없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된 이들은 돈을 꽤나 모아 놨을 텐데 우리는 내가 모아둔 돈으로 대부분의 결혼식 비용을 처리했다. 물론 나는 상관없었다. 나는 아내에게 '제발 나랑 결혼만 해줘요'였기 때문에 누가 돈을 내고 그런건 중요치 않았다. 결혼 준비를 하면서 경제권을 아내에게 다 넘겼기 때문에 알뜰한 아내가 잘 알아서 하리라 생각했다. 어차피 가족이 되는데 누가 관리하면 어떻냐는 주의였고 나보다 재테크를 잘하는 아내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지금은 월급 통장 앱 자체를 아내 폰에 깔아놔서 월급이 얼만지도 정확히 잘 모른다.(월급을 본적이 없...)


사회적 경험이 적다 보니 나는 뻔히 보이는데 아내는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 일들이 많다.

이미 내가 시행착오를 겪었기에 아내에게 좀 덜 겪게 해주고 싶지만 잔소리로 들릴 때도 있고 귀찮을 때도 있을 것이다. 내가 이야기를 해도 아내는 본인이 어쨌든 해보려고 하기에 결국은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사람은 자신이 직접 깨닫지 않으면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나는 그저 기다려준다. (그 시간이 너무 길때도 있다...) 


어떤 일에든 장단점이 있다.


한 번은 어떤 모임에 참석했는데 내가 기혼자라고 하자 와이프가 몇 살이냐고 물었다. 30대 중반들은 패턴이 늘 똑같은 것 같다. 10살 차이라고 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제가 집도 차도 없는데 아내가 나랑 결혼해 줘서 감사하네요


나는 오랜 해외생활을 하다 한국에 들어왔는지라 차가 없다. 한국에 들어와서도 회사가 도보로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여서 차의 필요성을 못 느꼈고 차가 필요하면 쏘카라는 렌탈 서비스를 쓰면 되었기에 구매할 필요가 없었다. 집도 결혼 후에 장만 했다.


어리니까 뭘 몰라서 그래요.
나이 들면 차 없이 힘들어요


본인은 차가 없다면서 무슨 논리로 이야기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그게 정말 나이 때문인지 자신의 마인드 때문인지는 생각해볼 문제인 듯 하다. 차 있으면 편한걸 누가 모르나? 나도 차 있으면 편한 걸 아는데요?


지금까지는 나의 입장이지만 아내의 입장에서 보면 대학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대 중반인 나이에 결혼한다고 주변에 알렸고 10살 차이라고 하자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결혼을 하는 거냐는 시선이 오갔다. 나는 대단한 것 하나 없지만 그저 아내에게 순수한 마음으로 매달렸고 결혼하게 됐는데 사람들은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를 보았다.


우리는 여러모로 잘 살아야 될 이유가 많다.

나의 입장에서는 이런 나를 받아주신 처가식구들에게 감사하고 어머니에겐 아버지의 나쁜 점들을 아내에게 절대 하지 말라는 당부와 내가 키운 아들은 잘하리라는 믿음에 부응해야 하고, 주변사람들에게는 많은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사실 나는 아내의 시선이 제일 불편하다.

가끔 썰렁한 농담을 하면 아내는 나를 힐끗 쳐다보며 한마디 던진다.


으… 아저씨


나이 가지고 맨날 놀려요...ㅠㅠ



다음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