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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몬 May 22. 2023

중국에서 보여준 그의 '꺾이지 않는 마음'

어메이징 그 잡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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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용병으로 온 우리는 정말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고군분투했다.


업무적으로 부사장님은 거의 '일에 미친 사람'이었는데 업무적으로 그에게서 배운 몇가지가 있다.


1. 현장에 답이 있다.


부사장님은 중국 전역을 출장 다니며 매장을 방문했다.

중국은 땅덩어리가 크다 보니 대부분 비행기를 타고 출장을 다닌다. 남쪽 끝에 있는 도시에서 북쪽 끝에 있는 도시로 비행기 타고 가면 거의 4시간이 소요되는데 우리나라에서 괌까지의 거리가 거의 그 정도다. 부사장님은 항상 매장에 방문하기 전 직원들이 마실 음료수나 간식거리를 사서 그들을 독려하고 응원했다. 현장 직원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묻고 개선해야 될 점들을 파악했다. 본사 부사장이 직접 방문해 주니 그들은 몸 둘 바를 몰라했고 부사장님의 응원에 사기가 상승했다.


중국은 땅이 워낙 크다 보니 각 지역마다 특색이 조금씩 다르다.

각 지역의 문화가 다르고 기후와 환경적 요인이 다 다르다 보니 각 지역에서 선호하는 상품도 달랐기에 그런 부분까지 고려해야 했다. 매장이 10시쯤 문을 닫는데(중국 쇼핑몰은 늦게까지 한다) 그때까지 함께 일하며 어떤 고객들이 어떻게 구매하는지 그리고 매장 직원들이 어떻게 서비스하는지 지켜보았고 시장조사를 정말 많이 했다. 매장직원들이 퇴근하고 난 후 밥을 사 먹이면서 까지 회의를 했고 새벽 두 시 정도에 끝나기도 했다. 그리고 다음날 6시 기상해서 다 같이 호텔 조식 먹었으니 부사장님과의 출장은 정말 힘들었다.


이렇게 하니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가 생겼다.

일선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듣는 문제점들이나 개선사항은 항상 잊지 않고 기억했다가 본사로 돌아가 부서미팅 때 각 팀장들에게 해당 사항들에 대해 지시하거나 논의했다. 또 타 부서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은 부서장 미팅 때 건의했다. 그렇게 문제점 하나하나를 개선해 나가기 시작했고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 허풍이라 생각될 만큼의 목표와 비전 제시


부사장님은 가끔 말도 안 되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중국의 대도시인 상하이, 그중에서도 초중심가인 난징동루에 위치한 매장은 어쩌면 우리 브랜드의 얼굴이었다. 여행객이 많은 상하이에서도 상하이에 가면 반드시 가게 되는 번화가(와이탄과 가까우니 꼭 가게 된다)였다. 전국에서 매출도 가장 높았고 매장 규모도 꽤나 컸다. 당시 그 매장은 월평균 매출이 50만 위안 정도로, 한화로 약 1억 원이었는데 부사장님이 점장에게


우리는 연말까지 월 매출 100만 위안 할 수 있다!


라고 하셨다. (당시 내가 통역을 했기에 정확히 기억난다.)

이에 점장은 헛웃음을 지었다.


100만이요...? 하하... 네...


그 외에도 다른 여러 매장에 가서도 이런 말도 안 되는 목표치를 이야기했는데 모든 점장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시엔 진짜 말도 안 되는 목표치였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팀원들이나 다른 부서들을 조으기도 하고 독려하기도 했었다. 특히 영업팀 부사장과 많은 미팅을 했고 이에 영업팀 부사장도 힘을 보태주었다.(처음부터 그랬던건 아니다)


결국 이 목표치를 정말 6개월 뒤에 모두 달성했다.


3. 꺾이지 않는 마음


이런 부사장님의 허풍 같아 보이는 목표치들을 반년만에 달성할 수 있었던 건 어쩌면 부사장님만의 '꺾이지 않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는 통역 겸 비서였기에 중국인들이 부사장님을 대하는 태도나 말투 그리고 들려오는 뒷말들을 모두 다 듣고 있었다.


한국인이 중국에 대해 뭘 알아?


그런 건 중국에서는 안 맞아.


이런 건 한국에서나 잘 팔리지 중국인들은 안 사.


이런저런 이유로 부사장님이 뭔가를 하려 함에 있어서 태클을 많이 걸었다.

타 부서 팀장들 마저도 부사장님을 은근히 믿지 못하거나 무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굴하지 않았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언변(한국어로 했지만 중국인들이 느끼기에도 말에 힘이 있었다)으로 자신의 신념을 이어갔고 확신하는 것에 대해서는 누가 뭐래도 진행했다. 혹여나 잘 되지 않는 경우가 있더라도 그것을 보완해 가며 해냈다.


우리 그룹은 영업팀의 힘이 굉장히 셌다.

그들이 그렇게 힘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제품 오더를 할 수 있는 예산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영업팀에서 판매 데이터를 가지고 우리에게 들이대면서 오더 안하겠다고 하면 우리가 아무리 진행하고 싶어도 진행할 수 없는 구조였다. "우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분명 앞으로는 이런 제품이 잘 팔릴 것이다" 라고 아무리 이야기 해도


안 팔리면 어쩌껀데?


라며 막무가내로 나왔다.

그러나 부사장님 앞에서는 소용없었다.


지금 이 제품이 잘 팔릴지는 몰라도 내년쯤이면 유행이 바뀌어서
이 제품은 재고처리하기 바쁠 겁니다.
나를 믿고 이 제품 한번 해봅시다.


부사장님의 이런 예측은 대부분 맞았고 진행했던 일들이 매년 그룹에 엄청난 매출을 가져다주었다.


부사장님은 자신이 내뱉은 말에 대해서는 항상 지켰다.

안되면 되게끔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당연히 그것을 해내기 위해서 아래 직원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정말 힘들었다. 아마 팀장님이 가장 힘들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허풍이라고, 헛소리라고 비웃었지만 모두 다 달성하는 걸 보면서 부사장님의 신뢰도는 높아져만 갔다. 이렇게 매해 매출을 올리다 보니 처음엔 부사장님에게 부정적이었던 사람이 부사장님을 믿고 따르기 시작했고 그룹의 임원들이 같이 식사하고 싶다며 연락이 오고 친해지려고 했다.


한국에서 온 한 사람의 파급효과는 어마어마했고 매해 목표치를 100% 이상 달성했기에 영업팀 부사장은


매년 목표 달성을 하니 인센티브 받기가 미안할 정도다.


정말 무리하다 싶을 정도의 목표치도 모두 다 달성했고 직원들이 받는 인센티브도 꽤 됐으니 영업팀 부사장이 그렇게 이야기할 만도 했다.


우리는 그렇게 매년 승승장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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