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다"라는 느낌은?

확실히 다르다.

by 동동몬

그 전 이야기


그녀를 세 번째 만나는 날, 나는 고백하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차였다. 그녀는 내가 워낙 적극적으로 했기에 고백할걸 눈치챈 것 같았다.(눈치가 빠른 편이기도 하다) 차였음에도 참 기분이 묘한 건 그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상대가 싫다고 하면 아닌가 보다 하고 마음을 접을텐데 이번엔 달랐다. 거절 당했지만 그녀와의 연락을 이어갔다. 같은 동네라 몇 번 더 만나기도 했다.


내가 섣부른 것도 있었다.


몇 번 만났다고 사귀자는 말을 꺼내고, 나이 차이도 많이 나는데 그녀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고 귀찮은 존재였을 거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까지 밀어붙이는 건 나조차도 어찌할 수 없는,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정말 순수한 마음이었다. 그래서 자존심도 모두 내려놓았다.


그렇게 그녀를 쫓아다니기를 두달, 내가 출장을 가던 날 마지막으로 그녀를 만났고 헤어지고 난 뒤 그녀는 결심한 듯 나에게 장문의 카톡으로 나의 마음을 단호히 거절했다. 나는 그녀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카톡을 보내도 3시간 뒤에 답장이 왔고 나를 밀어내려 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그래도 그녀가 싫다고 할 때까지는 밀어붙여 보고 싶었다. 그렇지 않는다면 너무 후회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 장문의 카톡은 그녀가 '싫다'고 하는 순간이었다. 그랬기에 정말 다시는 그녀를 보지 못할 마지막 연락이라 생각하고 그녀의 긴 글에 두시간 반 동안 답장을 써내려갔다. 내 모든 마음을 담아, 더 이상 볼 수 없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내 모든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중략


'연애는 매순간이 기적이다' 너의 연인이 되길 간절히 원했고 그 이상의 단 한 사람이 되길 진심으로 바랬는데 역시 이 모든건 타이밍과 여러가지 상황이 맞아 떨어져야 되는구나.


중략


'이 사람이다'라는 감정을 처음 느껴봐서 내 마음을 너무 쉽게, 너무 빨리 오픈 해버렸던게 가끔은 후회스럽기도 했고


중략


내가 아직도 누군가에게 이럴 수 있는 열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구나 스스로에게 놀랐어.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널 좋아했기 때문에 오히려 후회가 없는 것 같아. 누군가에게 자존심을 내려놓고 이렇게 까지 좋아한건 내 인생에서 처음이야.


중략


언젠가 회사 동료 직원에게 남편과 어떻게 만나 결혼하게 됐냐고 물은 적이 있다.


소개팅에서 만났는데 딱 '이 사람이다' 하는 느낌이 왔어요.


라고 했다. 그들은 소개팅 1주일 뒤 서로의 부모님을 소개해주고 1년 뒤에 결혼했다. 나는 그런 느낌이 정말 있긴 한 거냐고 물었는데 그녀는 자신도 처음 느껴보았다고 했다.


'이 사람이다'라는 그 느낌을 그녀를 통해 내가 느낀 것이었다.


2051C8014B65A7490A.jpg 김종국의 '이 사람이다'라는 노래 가사가 딱 내 마음과 같았다.


그 느낌은 아주 큰 끌림이 있다.


10살이라는 많은 나이 차이를 나는 정말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나이 차이를 듣고 안 되겠구나 싶었는데 머리가 아닌 가슴이 자꾸 그녀에게로 나를 이끌었다. 항상 진심이었다. 계산할 것 따질 것 없이 그저 그녀가 좋았다. 나를 몇 번이나 거절했지만 나의 순수한 마음은 알아주었다. 그랬기에 더 나를 떨쳐내려고 했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나의 마음을 받아주는 순간 결혼해야 되는 것을. 사귀지도 않는데 그녀에게 결혼하고 싶다는 얘기를 어지간히 했으니 말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확신이 있었다.


그녀는 공시생이라 매일 운동복을 입고 다녔다. 화장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말로는 나를 만났던 시기가 자신에게 가장 못난 시기라고 했다. 나는 상관없었다. 그녀의 외모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녀가 수입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수입이 없으니 모아둔 돈도 없다. 그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나는 그녀가 좋았다. 삼십 대 중반이 되면서 눈이 높아지고 따지는 것도 많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것도 상관 없었다.


그녀를 만나기 전, 나는 한국에 와서 아홉 번의 소개팅을 했다.


그들 모두 집안도, 직업도 좋았고 외모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이상하게 끌리지 않았다. 머리로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가슴이 뛰질 않았다. 그런데 그녀를 만나고는 가슴이 뛰었고 머리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저 행동으로 옮겨질 뿐.


나의 장문의 메세지에 온 그녀의 답장은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라고 했다. (다른 내용은 생략)


당시의 나는 이미 그녀의 확고한 거절의사 때문에 내가 보낸 답장에 잠깐 감동을 받은건가 싶었다. 그런데 그 장문의 답장이 효과가 있었다. 그 후 한달 뒤 그녀의 생일에 축하 메세지를 보냈고 우리는 다시 연락을 주고 받았다. 그러다 만나게 되었고 그녀도 나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드디어 그녀가 나의 마음을 받아주었고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그러나 연인이 되었을 뿐 나는 이 인연을 그저 연인으로만 끝내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나에 대한 확신을 가질만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프로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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