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반만이라도 충족된 기쁨
베이커리샵에 가면 나는 샌드위치부터 찾는다. 프레시해 보이는 생김새에 눈길이 먼저 가고 간편하게 한 끼를 때울만한 요깃거리로 샌드위치만 한 게 없다. 샌드위치는 그 모양과 재료가 무궁무진하다. 그것이 양상추이든 달걀이든 고기든 딸기든, 돈가스여도 상관없다. 빵과 빵 사이에 무엇을 넣어도 반으로 가르면 똑같아진다. 단지 무언가를 끼어 넣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나는 때때로 직접 샌드위치를 만들어 회사에 가져간다. 샌드위치는 공원 벤치에 앉아 먹기 좋다. 점심시간이면 나는 초록의 너른 잔디를 바라보며 따뜻한 커피와 함께 크게 한 입 베어 문다. 양볼 가득 우물우물하면 샌드위치 같은 사무실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혼자가 된 것 같다. 어쩌면 도시전체가 거대한 샌드위치 같은 게 아닐까. 건물과 건물 사이, 도로와 도로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수많은 무언가를 끼어 넣고 뭔가를 넣을 때마다 모양과 쓰임이 달라진다. 출퇴근 지하철부터 인간관계까지 샌드위치 아닌 게 없었다. 간혹 나는 상사나 직원 사이에서 곤욕을 치른다. 그들은 자기들이 하고 싶은 말만 내뱉으며 내게 동조를 구한다. 종종 꿈도 꾼다. 누군가 나를 양 빵 사이에 집어넣고 동시에 힘을 가하는 꿈을. 그 사이에 짜부가 된 나는 아주 납작해진다.
그날도 나는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크로와상 사이에 양상추를 깔고 체다 치즈를 올린 다음 슬라이스 햄과 토마토를 넣었다. 커피 내릴 시간이 없어 샌드위치만 씹고 있었다. 보통은 음악을 들으며 주변을 의식하지 않기 때문에 그가 옆에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그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눈앞에 불쑥 내밀었다. 나는 눈을 크게 치켜떴다. 입 안 댄 커피예요. 내가 눈썹을 일그러트리자 그가 고갯짓으로 샌드위치를 가리켰다. 커피와 먹으면 더 맛있잖아요. 그제야 그의 손에 들린 또 다른 샌드위치가 보였다. 그는 내 옆에 커피를 내려놓고 한 입 크기로 작아진 조각을 입 안으로 쏙 털어내며 말했다. 다음에 커피 사 주세요. 유유히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천천히 입으로 커피를 가져댔다. 음, 역시. 뜨거운 커피가 샌드위치와 함께 식도로 쑥 내려가자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그날 이후로 나는 쉽게 그를 발견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공원에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 그는 주로 잼이나 버터를 바르거나 바게트 사이에 잠봉과 루꼴라를 잔뜩 넣어 먹었다. 그중에도 유독 오이 샌드위치를 좋아했다. 식빵 한쪽에 크림치즈를 듬뿍 바르고 다른 한쪽에는 얇게 저민 오이를 올린 다음 후추를 뿌리고 올리브오일을 살짝 바른다. 영국 여왕도 즐겨 먹는 디저트라며 그는 나에게 반 가른 오이 샌드위치를 내밀었다. 우리는 각자 싸 온 샌드위치의 반쪽을 기꺼이 상대를 위해 양보했다. 그리고 어느새 한 사람이 싸 온 샌드위치를 함께 먹고 있었다. 함께 한 시간이 함께 먹은 샌드위치처럼 쌓여갔다. 그는 청혼도 샌드위치를 먹으며 했다. 내 샌드위치의 반은 항상 네 거야. 그는 내가 영혼의 반쪽이라 확신했다. 샌드위치는 한 면만 가지고 만들 수 없잖아. 양쪽이 다 있어야 완벽한 거 아니야? 그가 늘 주장하는 바였다.
나는 비혼과 결혼 사이에서 망설였다. 그가 만든 샌드위치도 좋았지만 다른 샌드위치도 궁금했다. 게다가 결혼하면 내가 원하던 삶에 가닿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샌드위치를 좋아하지만 샌드위치 같은 삶은 아닐 터였다.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유유자적하게 살고 싶은 소망밖에 없던 나에게, 결혼이 가당키나 한가. 양쪽이 있어야 완벽하다는 그의 말이 오히려 나를 붙들어 맸다.
나는 주방에서 샌드위치 재료를 꺼냈다. 평소처럼 양쪽의 식빵을 가져다 나란히 놓았다. 한쪽 식빵에 얇게 버터를 발랐다. 다른 한쪽에는 차곡차곡 속재료를 포개어 올렸다. 맨 아래에는 상추 한 장, 그다음에 숙성된 아보카도, 그다음에는 닭가슴살, 그다음에는… 문득 나는 버터만 바른 식빵의 한쪽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반으로 꾹 접어 한 입 베었다. 반만이라도 충족된 기쁨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