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우리나라에서 'MBTI유형검사'가 기존의 '혈액형'을 대체하는 '대중문화'가 되는 순간 나는 꾀나 큰 우려를 하게 되었어 네 가지 혈액형으로도 구분 짓기를 좋아하는 우리나라사람들이 혈액형 대비 몇 배의 경우의 수를 가지고 있는 MBTI를 경험하게 되었을 때 그 구분 짓기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커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MBTI 유형검사의 긍정적 기능마저도 왜곡될 가능성이 너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아니나 다를까 최초는 I와 E를 구분 짓기 시작했고, 그다음은 F와 T, 최근에는 J와 P를 구분 짓기 하는 것 같더라고, 나는 조심스럽게 소심발언을 해본다 S와 N를 구분 짓기 하는 문화는 형성되지 않을 거야, 왜냐고? 'S와 N은 상대적으로 가볍게 이해하고 구분하기는 쉽지 않은 파트거든'
그럼에도 내가 MBTI를 주제로 가져온 이유는 파급력이 있는 만큼 생각의 접근을 바꾸면 더욱 활용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전문적인 MBTI 워크숍은 아닌 만큼 MBTI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편하게 볼 수 있을 정도의 글을 이어가 볼게.
전문서적이 아닌 개인의 에세이 형태인 만큼 MBTI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하자면
각 사람들을
1. 에너지의 방향이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 '외향(Extraversion)'인지 '내향(Introversion)'인지
2. 인식기능(정보수집)이 어떠한가에 따라 '감각(Sensing)'인지 '직관(Ntution)'인지
3. 판단기능을 무엇으로 하는가에 따라 '사고(Thinking)'인지 '감정(Feeling)' 인지
4. 이행양식 또는 생활방식이 어떠한가에 따라 '판단(Judging)' 인지 '인식(Perceiving)'인지
로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 네 가지 지표에서 어떤 선호 경향을 보이는지에 따라 단어의 머릿글자만 따서 INTP, ESTJ, ISFP 등등으로 명명한다는 것이지, 각 지표마다 선호경향도 볼 수 있지만 여러 지표의 선호경향이 겹치면서 꾀나 다양한 유형을 만들 수 있다고 보면 편할 거야.
나는 이번 글에서 '하나의 지표로 구분하는 것은 의미 없다', '각 지표의 성향정도에 따라 굉장히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등등 학술적으로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야. 우리나라에서 현재 MBTI가 과거의 혈액형을 대체할 만큼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시점에서, 그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관점 자체가 바뀌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솔직히 MBTI를 되게 재미있어하고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서 위의 지표와 선호경향을 나타내는 단어를 처음 보는 사람, 쉽게 말해서 I와 E와 S와 N이 어디서 온 것인지에 대해서 처음 보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을 거야. 우리는 그저 '나와 공통점을 찾을 수 있고, 서로를 비교하며 구분 짓기 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에 빠졌던 것뿐이니'
물론 그런 사람들을 꾸짖거나 탓하려는 것은 아니야. 하지만 알고 사용하면 더 재미있는 것은 사실이 맞잖아? 원론부터 공부하기는 너무 괴로운 시간이니 내가 아주 간단하게 이야기해 줄게! 이 정도만 알고 있어도 일상에서 MBTI를 재미로 활용하기에는 큰 문제는 없을 거야! 아주 단순하게 설명해 볼게
E = 말로표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 경험을 바탕으로 이해하는 사람
I = 글로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 이해를 해야만 경험하는 사람
S = 나무를 보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 가꾸고 추수하는 것을 좋아함, 시험범위를 한 페이지씩 순서대로 공부해서 전체적은 구성을 완성함.
N = 숲을 보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 씨를 뿌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시험범위의 목차와 전체적인 구성을 이해한 상태에서 공부를 시작함.
T = '옳고' '그름'이 중요한 사람, 지적 논평을 선호하고 즐기는 사람
F = '좋다'와 '나쁘다'가 중요한 사람, 우호적 협조를 선호하는 사람
J = (자신의 계획 기준) 통제와 조정을 하고 싶은 사람, 분명한 목적의식과 방향감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
P = (자신의 계획 기준) 융통성이 있고 적응을 잘하는 사람, 목적과 방향은 변화할 수 있다는 개방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
솔직히 많이 공부할 것 없이, 이 정도만 알고 있어도 MBTI를 아예 모르고 있던 사람들도 충분히 함께 즐기고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을 거야.
지금부터가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야, 우리는 각 지표에 따라 구분 짓기 하는 거을 너무 좋아해, 즉 I vs E, S vs N, T vs F, J vs P를 너무 좋아한단 말이지, 그런데 과연 이렇게 구분 짓기를 하는 게 맞을까? 나는 I냐 E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어떤 I 인지 어떤 E 인지가 중요하지, 이것을 풀어서 한 번 적어볼게
회식을 좋아하는 꼰대 부장님도, 회사의 분위기 메이커인 직원도 모두 E 야
똑같은 I 성향인데 누군가는 악플만 다는 방구석 키보드 워리어가 될 수도 있고 누군가는 필명으로만 활동하는 유명 평론가가 되기도 하지
진상 블랙 컨슈머와 믿을 수 있는 맛집 블로거 모두 S성향을 가지고 있을 거야, '너희는 망했어'라며 항상 미래에 대해 겁을 주는 선배와, '앞으로 세상이 이렇게 변할 테니 대비하면 좋을 거야'라고 희망을 주는 선배 모두 N성향을 가지고 있지.
조직 내 프로 불편러도 T이고, 조직의 브레인 전략가 역시 T일 거야, 똑같은 F성향을 가진 친구지만 한 명은 항상 자기편만 들어달라고 하고, 다른 한 명은 항상 내편을 들어주기도 하고.
J성향으로 똑같이 팀 프로젝트를 설계하는 설계자이긴 하지만, 한 명은 다른 팀원의 속도 따위는 상관없이 홀로 직진하는 설계자이고, 다른 한 명은 언제나 믿고 따라갈 수 있는 유능한 설계자 일수도 있지. 자기 마음대로 세상의 변화를 해석해서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리더도 P성향일 것이고, 즉각적인 변화에 대응해서 임기응변으로 팀을 구하는 리더 역시 P성향일 거야.
위 내용 중 너희들이 보기에 조금은 긍정적으로 보이는 유형의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이 무엇인 거 같아? 바로 동일지표에서 자신과 반대선호경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충분히 배려하고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야(예를 들어 자신이 E성향일 경우 I성향인 사람을 배려하고 이해).
나는 MBTI가 대중화된 것이 굉장히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해 '대체 저 사람은 왜 세상을 저렇게 사는 거야?'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가 활성화된 것이라고 생각하거든,
세상에는 MBTI 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형검사들이 존재해, 그리고 지금 시대에는 심리검사가 굉장히 대중화된 만큼 접근하기 쉬울 것이고, 하지만 나는 이 검사들을 '스킬'적으로만 활용하려는 이 세상의 분위기가 우리를 힘들게 한다고 생각해.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고 MBTI라는 굉장히 유용한 도구가 대중화가 되었는데, 과연 대중화되기 이전보다 우리의 대인관계가 더욱 편안해지고 행복해졌는지 말이야.
다양한 검사들은 '구분 짓기'가 아니라 '서로 다름'을 이해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하면 훨씬 더 네 의사소통에 도움이 될 거야. 오해할까 봐 다시 정리해서 이야기하자면 '내가 인간관계에서 힘들어하던 부분을 충분히 좋은 쪽으로 해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도구들이 있는데, 그 도구들을 굳이 또 서로를 비교하고 험담하면서 또 다른 힘듦을 만드는 데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야. '뇌' 그리고 '항아리' 이야기를 잊지 말자고!
오늘의 과제는 'MBTI 또는 비슷한 도구 때문에 의사소통에서 오히려 본질을 잊은 적은 없는지?'에 대해 한번 생각(기록)해봤으면 좋겠어.
너
의
기
록
이
채
워
질
자
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