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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랫화잍 Jan 19. 2023

<사랑 Amour> 다비드 자맹, 2020

My Old Flame

다비드 자맹 선생님께


선생님께서 그린 젊은이의 초상이 유독 크게 들어옵니다. 화사한 색감, 감각적인 표현, 강렬한 붓터치.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마음에 쏙 드는 그림입니다. 마음에 드는 그림을 만나면 주위로 배경 음악이 낮게 깔리는 듯합니다. 이번에는 빌리 홀리데이의 <My Old Flame>이라는 곡이네요. ‘내 오랜 불꽃’ 그러니까 ‘내 오랜 사랑’이라는 뜻이지요.


나란히 이마를 포개고 지금 이 순간을 누리는 아름다운 두 젊은이의 모습을 보며 ‘현재‘가 아닌 ’오랜‘ 기억을 떠올리다니. 지금의 나를 비웃는 것 같아 머쓱해집니다. 고요히 눈감은 이들은 “당장 뜨겁지 않고 무엇하느냐 "며 온몸으로 외치는 중인지도 모르겠어요.


사랑은 서로에게 물들어 가는 것이라 했던가요. 전혀 다른 두 존재가 같은 빛깔을 발하는 과정. 아마 선생님은 박제된 ’ 사랑의 순간'이 아니라 은은히 서로에게 젖어드는 ‘사랑의 과정’을 이야기하고 싶으셨나 봅니다. 그러나 저는 은은한 과정 끝에 어떤 악다구니가, 어떤 폐허가 자리하는지 잘 압니다. 불꽃이 잦아들어 하얗게 타버린 재가 날리는 풍경은 적적하기만 합니다. ‘과정’을 온전히 누리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게지요.


하지만 이들의 얼굴은 못내 부럽습니다. 마치 지금이 전부인 양, 끝을 계산하지 않고 있어서요. 곤히 잠든 두 청춘의 벌거벗은 가슴 위로 홑이불을 덮어주고 싶어요. 세상 누구보다 뜨거울 이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합니다. 아! 어느새 저도 물들어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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